2022/09 21

9월 초하룻날, 절집 풍경

이른 아침 6시30분 오늘도 역시 들판에는 찬이슬이 흠뻑 내려 앉았고 풀숲에서 단잠을 자고 있던 풀벌레들은 인기척에 놀라서 잠이 깬듯... 그들만의 정겨운 소리로 아침시간의 고요함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여름날에 옥수수를 따낸 후 그대로 방치해서 묵정밭이 되버린 텃밭 한켠의 작은 밭에 월동 시금치 씨를 뿌리려고 3일째 밭에서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여름으로 되돌아간듯, 웬 날씨가 그리도 더운지? 몇시간 일을 하지도 못하면서 지쳐간다는 것은 순전히 날씨 탓이었다. 첫날에는 무성한 풀숲에 들어앉아 풀들과 씨름을 했고 둘째날에는 삽질을 해서 땅을 뒤집으며, 탈진 상태를 경험했고 셋째날 오늘은 밑거름을 하면서 예쁜 밭을 만들어놨다. 그리고 월요일쯤, 시금치 씨를 뿌릴 예정인 하루의 일상은 이렇듯, 늘 텃밭에서 시작..

김해 신어산 은하사

모처럼의 시간이 되어서 오랫만에 집에서 조금 먼 곳으로 가을 나들이를 해봤다. 지하철을 몇번씩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일단 마음을 먹고 도시 밖으로 나갔으니 맘껏 가을바람이나 쐬어 보자고 했던 발걸음이었다. 평소에 나의 일상은 텃밭과 집, 시골동네 산책길 그리고 해안길....등등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 노릇을 하다가 드넓은 세상으로 나가보니 약간은 낯선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거웠다. 가을나들이 첫번째 코스는 김해 신어산 자락에 있는 '은하사'이다. 은하사는 오래된 유서 깊은 고찰이지만 그것보다는 2001년 쯤에 '달마야 놀자'를 촬영했던 장소로 널리 알려진 사찰이다. 조금은 때이른 노란꽃이 사찰 입구 돌계단으로 마중을 나온듯 예쁘게 피어 있었다. 가을이 깊어 갈 무..

텃밭을 예쁘게 만든 가을꽃들

이른 아침, 텃밭으로 나가는 들길에서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게 부는 날 아침에는 이슬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면, 무언가 섭섭한 마음인데... 바람이 미동도 하지 않는 이른 아침의 텃밭은 흠뻑 옷을 적실 만큼 이슬이 내려앉아 있다는 것이 상쾌함이 되어 하루를 또 시작하게 된다. 요즘은 그냥 바쁘기만 하다. 태풍이 더이상 밭작물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9월의 끝 본격적으로 월동 채소들의 씨 뿌릴 준비를 하게된다. 시금치, 유채(겨울초), 양파, 마늘 ...등등 누가 보면 하루종일 텃밭에서 일을 하느냐고 묻겠지만 텃밭에서 흙과 풀을 만지는 시간은 3시간 정도인데도 일을 마치고나서 집으로 가면 피곤함이 단골손님 처럼 찾아든다. 그래도 주말 알바 이틀을 빼놓고는 거의 일상이 되는 텃밭은 쉼터이고..

텃밭일기 2022.09.28

경주 교동의 '경주 법주' 고택

전형적인 가을인가 했더니 또다시 날씨는 하루종일 변덕을 부렸다. 긴팔을 입고 나가면 덥고, 반팔을 입고 나가면 춥다는 느낌.... 어느 장단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인지? 9월 끝자락의 날씨는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아니었다. 그러면서 바람은 왜그렇게 요란스럽게 부는 것인지? 두번의 태풍으로 인해서 골탕을 먹은 텃밭 살려내느라 약값이 얼마나 들었는데.... 텃밭의 채소들에게 먹일 영양제, 칼슘제, 벌레 예방약.... 등등 사람도 못먹는 영양제와 칼슘제를 채소들에게 먹여야만 하는 세상에서 또다시 태풍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닌가 동해남부 해안가에 살면서 태풍에 대한 스트레스는 9월이 끝나가도 여전했다. 경주 교동법주(국가무형문화재 제86-3호) 고택 경주 교동법주라는 간판에서 짓눌리는듯한 감정과 대문을 들어..

고택여행 2022.09.27

경주 교동 최부자댁에서

태풍이 다녀간후의 계절은 쉼없이 가을로 줄달음 치는 것 같았다. 밤 기온은 18도 이하로 내려갈 때도 있었고 이른 아침이면 걷기 힘들 만큼 찬이슬이 흠뻑 내려앉는 것을 볼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야릇한 한기 까지 느끼게 하는데 낮 최고 기온도 21도~ 23도를 넘나들면서 자꾸만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사이로 가을은 더욱더 깊어만 가고 있는데 올해도 역시 태풍 덕택에 단풍 보다는 낙엽을 먼저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지난번 경주 나들이에서 계림 숲을 다녀오면서 경주 교동의 한옥마을을 지나가면서 유명한 최부자집 고택을 들른적이 있었다. 고택을 다녀왔으면서, 늘 꽃사진만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또다시 밀린 숙제로 남아 있게 되어 뒤늦게나마 고택사진을 올려본다. 지금..

고택여행 2022.09.26

숲길이 끝나는 곳의 암자에서

점점 가을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계절의 날씨는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감기들기 딱 좋은 날씨였지만 그래도 한낮의 선선한 바람은 암자를 향해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듯 했다. 숲길 끝나는 곳의 작은 암자!! 무언가 심란스러울때는 어디론가 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럴때면 배낭속에 간단한 간식과 보온병의 따끈한 커피 한통이면 해결된다. 그런 차림으로 무작정 나서보는 혼자만의 바깥나들이는 또다시 암자가 있는, 쓸쓸한 숲속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여름꽃인지 가을꽃인지 계절의 정체성을 모르는 '꽃범의꼬리'가 쓸쓸한 암자 뜰앞을 참 예쁘게 만들어놓았다. 찾는이가 거의 없는 인적드문 산속의 암자.... 그래도 이렇게 여쁜 풍경앞에서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나의 적절한 표현 ..

꽃무릇이 곱게 핀 공원길에서

스산한 가을바람이 제법 옷속으로 파고드는 듯, 춥다는 느낌이다. 어느 곳으로 여행 가다가, 잠시 기웃거리다가 가버린 14호 태풍 '난마돌'이 참 착한 태풍이라고 칭찬 해줬더니 그래도 태풍의 위력으로 계절의 흐름 까지 완연한 가을에 멈춰서게 한 것 같았다. 가을속으로 라는 단어만 나열해놔도 즐겁기만한데.... 들릴듯 말듯 들려오던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제법 낭만적으로 들려오고 들판의 풍경 또한 자꾸만 자꾸만 누런 가을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지 않은 계절이다.. 숲길의 나무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가을속으로 들어가는 벚나무는 하나 둘 예쁜 색깔의 단풍을 만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길 위로 낙엽 까지 뒹굴게 하면서, 깊어가는 가을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추석이 지나면서 곧바로 붉은꽃을 피우며, 수줍은듯..

그림/야생화 2022.09.21

거센 비 바람을 이겨낸 텃밭

계속해서 날아 들어오는 문자 메세지에 의해서 더욱 요란했던 태풍은 착하게 지나갔지만 텃밭에서의 할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에 , 이른 아침 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우선 휘몰아치던, 거센 비 바람에 의해서 상처를 입은 채소들을 보살펴야 했고 바람 따라 날아오는 해충들이 틈새를 노리고 훼방을 놓을까봐 친환경 병해충 약으로 예방을 해야 했으며 빗줄기에 흠씬 두둘겨 맞은 뿌리가 기력을 찾으라고 영양제를 뿌려줘야 했다. 그냥 밑거름에 맡긴채 농사를 지어야 했던, 초보농사 짓은 텃밭농사 7년차에게는 용납이 되지 않았기에 낮시간은 모두 텃밭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채소들은 모두 보살펴줘야 하는 것들뿐이지만 생각외로 꽃이 피는 식물( 잡초 포함)들은 태풍과는 전혀 상관 없는 듯, 참 예쁘게도 꽃을 피우고 있다..

텃밭일기 2022.09.20

싱겁게 끝나버린 태풍잔치

지난밤에는 강한 비바람 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것은 수시로 날아드는 문자 메세지 였다. 어찌 그리 쉼없이 날아드는 것인지? 도로 통제, 침수피해 대피 , 해안가 통제, 산사태 대비...등등 사는 곳이 부산과 울산의 중간 지점이다보니 두 곳의 시청에서 날아드는 메세지는 밤잠을 못자게 할 만큼 요란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요란하게 설쳐대던 문자 메세지에 비해 태풍은 생각보다 훨씬 착했다. 밤새도록 미쳐서 날뛰던 거센바람은 날이 밝아오면서 지쳤는지 조용해졌다. 오전 8시 부터~오전 11시 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메세지는 계속해서 긴장을 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창밖은 조용했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시끄러운 잔치일수록 뒷풀이도 요란한 법이거늘 잔치가 끝난 것..

나의 이야기 2022.09.19

또다시 찾아드는 불청객 태풍

"태풍 난마돌 북상으로 많은 비와 강풍이 예상 되오니 해안가 출입자제, 지붕,간판,유리창 고정, 배수로 사전점검, 어선결박 등 안전에 유의바랍니다." 어제 부터 계속되는 문자메세지는 사람의 마음을 또다시 긴장하게 했다. 주말과 휴일 이틀동안 알바를 하면서 지켜본 바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미쳐가고 있다는 것으로 태풍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언제쯤 바다가 뒤집어질런지? 마당 끝이 바다이기에 알바를 하면서 지켜본 바다는... 파란 바다가 점점 검푸른 바다로 변하면서 흰물결이 무섭도록 일렁이는 것이 파도는 그다지 없었지만, 배를 띄우지 못할 만큼 점점 거센바다로 변해가고 있었다. 올 가을 농사는 완전 망쳤구나 텃밭지기들과 나누는 대화속에는 걱정 섞인 한숨과 함께 자나깨나 텃밭 걱정이다. 9월 초순에 ..

나의 이야기 202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