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229

보름나물과 잡곡밥

여행이라는 이유로 일주일 넘게 집을 비웠더니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무언가에 쫒기듯 새벽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온 후 곧바로 찾아간 곳은 예약된 칫과였다. 설명절 전에 사다놓은 땅콩 강정을 먹다가 이빨이 부러졌다. 평생 사용했던 이빨인데 그럴수도 있겠지만 강정 한 두개 맛있게 먹다가 부러진 이빨에 인플란트 가격은 백만원...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빨 한개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보려니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않았다. 그래서 설명절 전에 예약되었던 칫과였는데 설명절에 시장도 가야했고,여러가지 바쁘다는 핑계로 예약을 미뤘고 여행 간다고 또 예약을 미루었다가, 비행기 결항으로 또 날짜를 미룰수 없어서 부랴부랴 서울에서 내려 오자마자 칫과로 갔더니 이빨을 뺀 그자리에 곧바로 인플란트를 심는..

요리조리 2024.02.23

밑반찬 '우엉조림' 만들기

요즘은 왜그렇게 날씨의 변덕이 심한 것인지? 2월이 시작되면서 이곳은 벌써 해빙기가 되는 것인가 생각되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내리고 또 우중충 흐린 날씨도 반복되지만... 그런데 기온은 밤과 낮 구분없이 영상 10도가 넘는 포근함이었다. 그러다보니 매화는 계속해서 활짝 피고 있었으며 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매향도 꽤 괜찮다는 것은 분명 봄이 오고 있음이었다. 그윽한 매화 향기에 벌써 꿀벌들은 모여들고,봄은 그렇게 찾아드는데... 겨울비가 아니고 봄비도 아닌 것이 하루종일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해서 무언가 일을 해보겠다고 꿈지럭 거려본 것은 우엉조림이었다. 요즘 마트에 진짜 싱싱하고 먹음직스런 우엉이 나오길래 사다놓았는데 날씨가 좋았다면 한켠에 미뤄 놓았을 우엉이었지만 비가 내리는 덕분에 미..

요리조리 2024.02.01

비 내리는 날의 부침개 맛

겨울 장마인 것 처럼.... 며칠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더니 어제는 생각보다 훨씬 포근했고, 맑은 날씨의 음력 초하루였었다. 혹시 초하루에 절에 다녀오라고 비가 주춤했었는지는 모르나 오늘은 비 소식의 일기예보가 쪽집개라고 할 만큼 시간 까지 정확하게 하루종일 추적거리며 쉼없이 비가 내렸다. 서울로 보내는 택배 때문에 우체국에 다녀오면서 곳곳에 피어있는 애기동백꽃을 보니 그동안의 포근한 날씨와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 덕분인지는 모르나 싱그러울 만큼 참 예쁘게 피고 있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였는데, 우산을 쓰면서 까지 길 위를 서성거리기에는 겨울비는 너무 차거운 비라서 감기 때문이라도 집콕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부침개*를 부쳐서 먹고싶다는 것인데... 재료가 마땅치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집..

요리조리 2023.12.14

시골스런 맛, 애호박 나물

어제와 그제의 기온은 폭염이었는데 오늘은 비 예보 때문인지 다시 선선해진 정말 변덕스런 장마철이다. 오전 9시쯤 부터, 비 소식이 있다고 해서 오전 6시 부터 텃밭에 나가서 어제 못다한 풀과의 전쟁을 이어갔다. 물론 텃밭에 나가면 풀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수확을 해야 하는 채소들 때문에 하루라도 밭에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요즘이었다. 그날, 그날에 따줘야 하는 애호박과 오이는 하루를 늦추게 되면 늙어갔고,익어가는 토마토는 제 때에 따지 않으면 빗물에 토마토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늘 밭에 나가서 채소들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이 원칙이기에, 오늘도 착실한 농부 흉내를 내봤다. 오늘의 수확량은 토마토와 오이 ,호박 그리고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올해 첫수확을 했는데 통통하게 ..

요리조리 2023.07.07

비 내리는 날의 감자 수제비

장마철이니까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것은 그러려니 했다. 새벽 부터 비가 내리고 있으면, 그날은 텃밭 쉬는 날이라고... 마음 느긋하게 늦잠을 잘 수 있음에 행복이 별 것이냐고 웃어봤다. 비 내리는 날과 늦잠 어쩌다가 한번쯤은 그런 호사를 누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더니 요즘은 하루 걸러 한번씩 늦잠을 자게된다. 그 이유는 장마철이기 때문이지만 간밤에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밭이 침수되었을까봐 또다른 걱정으로 잠을 설칠 때도 있다는것이 유감스럽기만 하다. 새벽 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먹기보다는 뜨거운 국물이 먹고싶어서 생각해낸 것이 '감자 수제비'였다. 감자를 캐다놓고 ,제대로 뭐를 만들어 먹지 않아서 캐다 놓은 감자에게 너무 미안했기에, 수제비에 감자를 많이 넣어서 생색을 내보..

요리조리 2023.06.28

여름날의 별미 '우무묵' 냉채

장마가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그다지 후덥지근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름이기 때문에 뜨거운 차와 커피보다는 시원한 보리차나 냉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는데...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집에서 만들었다고 하면서 '우무묵'을 가지고 왔다. 우무묵은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묵으로 주로 콩국물에 넣어서 먹는 여름철의 별미였으나 콩국물이 없을때는 신선한 야채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서, 시원하게 먹는 맛도 괜찮은 것 같았다. 사실 우무묵 냉채는 단 한번도 집에서 만들어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많이 망설였으나 지인이 가져다 준 성의를 생각해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어 봤더니 맛이 괜찮았다. 중독된 맛 처럼 한번 만들어서 먹어봤던 우무묵의 입맛은 자꾸만 생각날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4~6월이 제 철이라고 하는 우뭇가사리..

요리조리 2023.06.27

먹을만한 마른 오징어국

부산의 다른 곳은 아직도 벚꽃이 만발한데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벚꽃의 흔적이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화사하게 꽃이 피었던 것이 엊그제였건만 이럴수가 있는가 할 만큼 갑작스럽게 삭막한 봄날이 되었다. 이틀동안 휘몰아치던 위력이 심한 강풍의 짖궂움인지 아니면 꽃의 화사함에 대한 바람의 심술인지는 몰라도 인정사정없이 불어대는 거센 바람은 아파트 주변을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해놨다는 것이 허무하기 까지 했다. 그런데... 그래도 흔적이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아파트 소공원 한켠에 쌓여진 잔설 같은 꽃눈이 반가우면서도 뭐라고 해야할지 할말이 없었지만 예쁘기만 했다. 벚꽃 ... 꽃눈.... 꽃이파리... 이렇게 벚꽃이 떠나간 봄날은 마냥 허전하기만 했다. 냉동실 정리를 하다보니 냉동실 서랍속..

요리조리 2023.04.04

봄비 내리는 날 '날궂이' 하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도 유난히 꽃이 일찍 피는 곳은 우리 아파트 주변이다. 뒷산 너머 바다에서 부는 바람과 산바람이 어우러지기 때문인가? 바람골이라고 할 만큼 바람이 꽤 심한 곳인데 다른 곳보다 꽃이 일찍 핀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좋아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아파트 후문앞의 벚나무에서 하나 둘 꽃이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새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은 본격적으로 꽃세상 속에 들어 앉은듯 했다. 그런데 꽃피는 시기를 맞춰서 심술 부리는것 처럼... 봄가뭄이 심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봄비와 함께 벚꽃이 만개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흠뻑 비가 내려줘서 가뭄 해갈은 되었으나 벚꽃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기만 했다. 욕심 같아서는 꽃이 핀지 열흘쯤은 머..

요리조리 2023.03.23

보름날에 먹어보는 나물밥상

지난 일년동안 텃밭에서 농사 지은 것들의 나물종류를 냉동실에 저장해 놓았기에 정월 대보름이라는 전통적인 날을 핑계로 주섬주섬 꺼내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겨울식량을 준비 해놓는 개미 처럼, 그동안 준비해 놓은 것이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었나? 놀랠 만큼이나 많이 쌓아 두었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냉동실 정리를 할겸, 꺼내 놓은 것들로 나물을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푸짐한 나물밥상이 되었다. 혼자먹는 밥상인데... 또다시 손이 크다는 생각을 해봤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건강에 대한 염원이 담긴 날로서 영양가가 많은 풍부한 견과류와 햇빛에 오래 말린 묵은나물과 색깔이 다른 다섯가지 곡물로 밥을 해먹으며 겨울철에 부족했던 영양소를 채우자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나물을 만들어놓고..

요리조리 2023.02.06

묵은 갓김치로 만든 밥도둑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한겨울에, 여름같은 폭우가 내려져서 집 주변 해안가에 침수가 되고 있다는 안전문자가 날아들었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는 아파트 안에서는 알 수가 없었으나 창문으로 보여지는 창밖 풍경은 기가막혔다. 무슨 겨울비가 저리도 많이 내리는가 할 정도였다. 기온은 이른 봄이어서 매화가 피고 있었고 장대비 같은 폭우 때문에 침수 피해 주는 겨울이라는 것이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말 하루종일 집콕해야 하는 비내리는 날이었다. 주룩주룩 비가 내려서, 밖에도 나갈수 없는 날에는 뭔가 날궂이를 해야겠기에 김치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김치냉장고 안에서 애물단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묵은 갓김치를 재활용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근지 1년이 넘은 묵은 갓김치인데 버리려고 하면 아깝..

요리조리 2023.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