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222

봄비 내리는 날 '날궂이' 하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도 유난히 꽃이 일찍 피는 곳은 우리 아파트 주변이다. 뒷산 너머 바다에서 부는 바람과 산바람이 어우러지기 때문인가? 바람골이라고 할 만큼 바람이 꽤 심한 곳인데 다른 곳보다 꽃이 일찍 핀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좋아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아파트 후문앞의 벚나무에서 하나 둘 꽃이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새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은 본격적으로 꽃세상 속에 들어 앉은듯 했다. 그런데 꽃피는 시기를 맞춰서 심술 부리는것 처럼... 봄가뭄이 심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봄비와 함께 벚꽃이 만개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흠뻑 비가 내려줘서 가뭄 해갈은 되었으나 벚꽃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기만 했다. 욕심 같아서는 꽃이 핀지 열흘쯤은 머..

요리조리 2023.03.23 (18)

보름날에 먹어보는 나물밥상

지난 일년동안 텃밭에서 농사 지은 것들의 나물종류를 냉동실에 저장해 놓았기에 정월 대보름이라는 전통적인 날을 핑계로 주섬주섬 꺼내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겨울식량을 준비 해놓는 개미 처럼, 그동안 준비해 놓은 것이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었나? 놀랠 만큼이나 많이 쌓아 두었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냉동실 정리를 할겸, 꺼내 놓은 것들로 나물을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푸짐한 나물밥상이 되었다. 혼자먹는 밥상인데... 또다시 손이 크다는 생각을 해봤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건강에 대한 염원이 담긴 날로서 영양가가 많은 풍부한 견과류와 햇빛에 오래 말린 묵은나물과 색깔이 다른 다섯가지 곡물로 밥을 해먹으며 겨울철에 부족했던 영양소를 채우자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나물을 만들어놓고..

요리조리 2023.02.06 (24)

묵은 갓김치로 만든 밥도둑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한겨울에, 여름같은 폭우가 내려져서 집 주변 해안가에 침수가 되고 있다는 안전문자가 날아들었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는 아파트 안에서는 알 수가 없었으나 창문으로 보여지는 창밖 풍경은 기가막혔다. 무슨 겨울비가 저리도 많이 내리는가 할 정도였다. 기온은 이른 봄이어서 매화가 피고 있었고 장대비 같은 폭우 때문에 침수 피해 주는 겨울이라는 것이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말 하루종일 집콕해야 하는 비내리는 날이었다. 주룩주룩 비가 내려서, 밖에도 나갈수 없는 날에는 뭔가 날궂이를 해야겠기에 김치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김치냉장고 안에서 애물단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묵은 갓김치를 재활용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근지 1년이 넘은 묵은 갓김치인데 버리려고 하면 아깝..

요리조리 2023.01.13 (30)

동짓날에 맛있는 팥죽 끓이기

아무리 몸이 많이 아파도 '죽'이라는 것은 뭐든지 먹지 않는 별난 식성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날 부터 입맛이 바뀌어 즐겨 먹게 된 죽은 '팥죽과 흑임자 깨죽'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팥죽을 좋아했으나 팥죽을 끓이는 것은 이상하게도 일년에 단 하루 동짓날뿐이었다. 왜냐하면 동짓날에는 절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기 때문에 덩달아서 빼놓지 않고 꼭 팥죽을 끓이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았다. *동지는 1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 동지가 지나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잔병이나 액귀를 쫒아내야 한다고 했다. 동지가 가장 밤이 긴 날이라서 음기가 강하므로 붉은 ..

요리조리 2022.12.22 (17)

별미의 맛, 보약의맛 '무우전'

꼭 눈이 내릴 것 처럼 하늘이 찌뿌듯 하고, 찬바람의 조짐이 이상했다. 주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은 들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영하로 내려가면 더 맛이 있어질 것이라고 뽑아내지 않은 배추 때문인 것 같았다. 나역시 배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조급함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일 부터 또다시 떨어지는 기온 드디어 이곳에도 영하의 날씨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가장 바쁜척 하는 곳은 안전문자 날려 보내는 관공서 였다. 빙판길 조심,계량기 동파 방지...등등 뻔한소리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바쁜 것은 배추 뽑아서 운반하는 일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배추농사를 잘지었다고 칭찬이 대단했으나 배추의 무게 4~5키로 되는 것을 뽑아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운반 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집에서 부터 텃밭 까지는 10분 거리의..

요리조리 2022.12.13 (19)

비내리는 날, 묵밥 먹기

한파가 찾아들 것이라는 안전문자가 쉼없이 날아들었다. 겨울을 재촉하느라 하루종일 내렸던 비의 뒷풀이인가 할 정도로... 신이나서 날아드는 안전문자 때문에 김장채소들이 밭에 그대로 있다는 것에 은근한 조바심을 만들었다. 내일,모레 이틀 동안의 기온을 검색해봤더니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기온은 영하2도가 최저온도였다. 그런데 날아드는 안전문자의 내용은 동파방지, 도로결빙, 한파경보, 노약자 외출 자제,건강유의...등등 너무 시끄러운 안전문자 때문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오늘, 동절기 추가접종 백신 화이자 BA 4/5로 예약을 하고 나니까 앓던 이 빠진 것 처럼 후련했다. 예약 날짜에 병원가서 주사 맞으면 또 한시름 놓게 된다는 코로나 이야기는 언제쯤 예방 주사 없는 세상이 될런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무언가..

요리조리 2022.11.29 (24)

가을의 별미 늙은 호박전

세상을 살다보니 자연의 섭리는 한번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번 느껴보는 것 같았다. 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가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추워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들이 어찌 그리 딱 들어맞는 것인지? 변덕이 심한 이상기온인지 정상적인 계절의 흐름인지는 몰라도 며칠동안 진짜 추웠다. 섣불리 옷을 입고 집밖으로 나갔다가는 기절 할 것 같은 날씨는 정말 기가막혔다. 알바를 하기위해서 해안가로 출 퇴근 하는 주말에는 도심과의 기온차이가 너무 심한,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초겨울 날씨 같은 싸늘함을 감당 못해서 무방비 상태의 몸속으로 찾아드는 불청객 감기 때문에 진짜 어이없는 가을날이었음을 메모해본다. 해안가 주변의 억새꽃이 하늘을 지붕삼아, 제법 멋진 모습으로 가을을 누리고 있지만 ..

요리조리 2022.10.10 (25)

입맛없는 더운 여름의 '가지전'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늘과 내일의 기장 해안가에 비 내릴 확률이 60%였다. 눈이 빠지게 비를 기다리는... 농사짓는 사람들은 60% 확률에 대해서 엄청 기대를 걸고 있었다. 왜냐하면 쪽파도 심어야 하고, 당근씨도 파종해야 하며, 가을 무우 씨도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종일 기다려도 60% 비내릴 확률에대한 기대감은 꽝이었다. 흐린 날씨 덕분에 삽질을 하고, 거름을 뿌리고, 덕분에 밭 일은 많이 했지만, 너무 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만 내려야 할 곳은 자꾸 비가 쏟아져서 절망이 두배가 되고 가뭄 때문에 비가 내려줘야 할 곳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기다림에 대한 상실감에 입맛 까지 씁쓸하게 하는데 하늘의 장난질은 이 여름이 다가도록 그러할 것인지?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텃밭을 둘러싼 풀 숲의 넝..

요리조리 2022.08.11

비내리는 날 먹고싶은 호박전

늘 일기예보가 엉터리였었기에 혹시나 하면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날씨였는데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린다는 것이 웬 횡재인가 하면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운 한 주의 시작이었다. 이른 새벽에 텃밭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아침부터 텃밭에 물을 퍼다 주지 않아도 된다는 행운....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여지는, 물안개 가득한 비 내리는 숲과 들판이 왜그렇게 멋져 보였는지? 또다시 뒹굴거려도 된다는, 마음 편안함은 순전히 비 때문이라 는것에 감사함 까지 느껴졌다. 넘어진김에 쉬어간다는 말에 공감을 아주 크게 해봤다. 늘어지게 늦잠을 잤어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뒷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체육공원 길가에는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매일 같이 저녁 6시쯤, 아파트 공원에서 40바퀴쯤 걷기운동을 하는데..

요리조리 2022.07.18 (2)

비내리는 날의, 오이 별미국수

비 내릴 확률이 80%였을때도 그냥 슬그머니 지나갔는데, 비내릴 확률이 60% 정도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째서 그렇게 비 내리는 것에 대해서 인색한 것인지? 흠뻑 퍼붓듯이 비가 내린다면, 실개천이나 계곡에 물이 콸콸 쏟아져 흐를 것인데..... 그래도 텃밭에 물 퍼다주지 않아서 비내리는 것에 감사는 했지만 텃밭 옆의 도랑가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을 만큼 ,비가 내렸다면 믿을수 있을런지 그래도 조금 내린 빗물에 텃밭이 혹시 망가지지는 않았는가 점검하러 나갔더니, 길가에 원추리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추리꽃, 기생초, 루드베키아...등등 여름꽃들은 모두 누런색깔들로 주변 풍경을 뒤바꿈 하는듯 했다. 오전 내내 비를 맞았던 식물들이 생기를 되찾은듯 어느집 담장..

요리조리 2022.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