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싱겁게 끝나버린 태풍잔치

nami2 2022. 9. 19. 22:07

지난밤에는 강한 비바람 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것은  수시로 날아드는 문자 메세지 였다.
어찌 그리 쉼없이 날아드는 것인지?

도로 통제,  침수피해 대피 , 해안가 통제, 산사태 대비...등등

 

사는 곳이  부산과 울산의 중간 지점이다보니  

두 곳의 시청에서 날아드는 메세지는  밤잠을 못자게 할 만큼 요란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요란하게  설쳐대던 문자 메세지에 비해  태풍은 생각보다 훨씬 착했다.
밤새도록 미쳐서 날뛰던  거센바람은  날이 밝아오면서  지쳤는지  조용해졌다.
오전 8시 부터~오전 11시 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메세지는

계속해서 긴장을 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창밖은 조용했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시끄러운  잔치일수록  뒷풀이도  요란한 법이거늘
잔치가 끝난 것 같아서  한숨 섞인 뒷풀이를 하려고  들판으로 나갔더니  
텃밭으로  가는 길은  밤새도록 미쳐서 날뛰던 바람이 남긴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날에 한바탕 쏟아져 내린,  소나기 흔적 처럼  한마디로  모든 것들은 멀쩡했다.

일단 조바심을 내면서 텃밭으로 가봤다.
9월초에 다녀간  태풍이 남긴 흔적은  땅바닥에 주저 앉을 만큼  기가 막혔었는데...
이번 태풍은  염체를 아는 , 양심있는 태풍이 아닌가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텃밭은 약간 흐트러짐도 보였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기로 했다.

간밤에는 세상을 날려버릴 것 처럼 미쳐서 날뛰더니  
아침이 되면서  변해버린 천사 같은 모습은
자연만이 알 수 있는 그들만의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다.

인간세상을 상대로 놀아나는 놀이마당이라는 것을 왜 하필  초가을로 정한 것인지?

가을 채소들이 흙냄새를 맡고, 예쁘게 자랄 시점에  무법자의 행동은 정말 야속하기만 했다.

지난번 태풍은  텃밭의  물통 위에  얹어놓은  5키로 정도의 돌덩이들을 모두 날려보냈었는데
이번에는 잔잔한 돌들도 얌전하게  그대로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었으면

커다란 물통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돌덩이를 올려놓겠는가

그러나 이번에는 어떤 것 하나도  날아가지 않은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바람이 어느쪽으로 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태풍이 다녀간 흔적들이  멀쩡했기에
한시름 놓은 후, 동네 주변을 점검해보러  산책길에 나섰다.

노랗게 익어가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눈에 띄여서  들어가봤더니
열매들은 태풍에 시달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쳐지나가면서  상처를 남기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탱자나무 열매도 약으로 쓸려고 하는 것인지

이곳 탱자나무 울타리에는  해마다 탱자가 주렁주렁이라는 것이 보기 좋았다.

 

태풍이 언제 지나갔었냐고 반문 할 만큼, 하늘은   눈이 시릴만큼 파랬다
탱자의 노란 열매와 어우러진  파란 가을 하늘을  다시한번 바라보면서

이 땅에 언제 태풍이 지나갔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밤새도록   미쳐서 날뛰던 바람에 비해   하얀 '유카꽃'은 다소곳 했다.
폭풍우가 지나간 밤 치고는  꽃은 너무 멀쩡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칡넝쿨 구름다리가 생겼났다.
그런데 지난밤의  거센 바람은  이런 것도 못본체 그냥  지나간 것 같았다.
동남아에서 출장나온 태풍 '난마돌'은  무능한 바람이었던 것은 아닌지?

난마돌은 미크로네시아  폰페이 섬의 난마돌이라고 하는 해상 유적지에서 유래되었다.

태평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난마돌은  92개의 인공섬으로 구성된  고대 해상 건축물이다.

미크로네시아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파괴위험을 알릴 목적으로

태풍 명칭에  '난마돌'이라는 이름을 제출했다고 한다.

14호 태풍 이름은  난마돌이다.

 

낮은 지붕과  큰 건물 지붕사이로 이어지는 칡넝쿨 사다리도 멀쩡했다.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 처럼 보여졌는데

건물도 날려버릴 것 같은  거센 바람은,  여전히 못본체 지나간듯 했다.

 

텃밭 주변의  하얀색 등골나물꽃

   들판의 분홍색 등골나물꽃

산 밑의  공원길로 들어섰다.
태풍이 할키고 간  흔적이 있는가  점검해봤더니
모든 것은 제자리에  제모습이었다.

태풍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더욱 예쁜 풍경을 만들어 놓은 듯 했다.

 

태풍이 지나간후  하룻새에 가을은 더 성숙해진듯  나무 열매가  예쁜 모습이 되었다.
이제 또 어떤 태풍이 들이닥칠지
마음 비우며  태풍을 또 기다려야 하는 지금은  9월 중순이다.
지난해에는 10월 태풍으로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  엉망진창이 되었음을  잊지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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