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9월 초하룻날, 절집 풍경

nami2 2022. 9. 30. 22:01

이른 아침 6시30분
오늘도 역시  들판에는 찬이슬이 흠뻑 내려 앉았고
풀숲에서  단잠을 자고 있던  풀벌레들은  인기척에 놀라서  잠이 깬듯...
그들만의 정겨운 소리로  아침시간의  고요함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여름날에 옥수수를 따낸 후
그대로 방치해서 묵정밭이 되버린  텃밭 한켠의 작은 밭에  

월동 시금치 씨를 뿌리려고  3일째 밭에서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여름으로 되돌아간듯, 웬 날씨가 그리도 더운지?

몇시간 일을 하지도 못하면서 지쳐간다는 것은 순전히 날씨 탓이었다.

 

첫날에는  무성한 풀숲에 들어앉아  풀들과 씨름을 했고
둘째날에는  삽질을 해서 땅을 뒤집으며, 탈진 상태를 경험했고
셋째날 오늘은  밑거름을 하면서  예쁜 밭을 만들어놨다.
그리고 월요일쯤,  시금치 씨를  뿌릴 예정인
하루의 일상은 이렇듯,   늘 텃밭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엊그제, 음력 9월 초하룻날에   통도사에 다녀왔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초하룻날만은 꼭  통도사에 가는 것으로
우리집 아저씨와의 약속은....
이번 9월 초하루에도  어김없이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통도사에 다녀온 흔적을  또다시 메모해본다.

 

통도사 일주문에 또다시  화려한 연등이 달려 있었다.
창건 1377주년을 기념하는  개산대재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이다.
개산대재를 지내는 날에는 통도사 창건주이신 자장율사 영고재가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 사이의 연등

요사채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석류.....
초가을 끝자락에는

이렇다할 꽃들이 없어서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가 귀하신 몸이 되었다.

개산대재를 앞두고
국화전시회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아직은 국화꽃이 예쁘게 피지는 않았다.
다만 눈에 띄는 노란 국화가 시선을 멈추게 할뿐이다.

국화꽃 앞에 붙여둔 이름표 한장에 10,000원씩이다. 
언제부터인가 

10월 개산대제 쯤에는  국화꽃 위에 돈이 올라 앉아 있었다.

한장에 10,000원이면....

못다핀 국화꽃 위에 앉은 명찰을 세어보니  그냥 쓴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집안에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하니까,  돈을 내고 명찰을 만들 수 밖에...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층꽃풀' 꽃을 만났다.

 짙은 보라빛 꽃이 깊어가는 가을을 말해주는 듯 했다.

 

                             개미취

                            좀씀바귀

올해의 9월 초하룻날에는 통도사의 꽃무릇이 흔적 조차 없었다.

꽃이 사라진지 한참 된 것 처럼, 일주문 앞은 사그러진  꽃줄기뿐이었다. 
다행히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사그러들고 있을지언정 '꽃무릇' 모습을  만나게 되니
생전 처음 꽃무릇을 만난 것 처럼 반갑기만 했다.

취운암 법당 앞의  다알리아꽃이  수줍은 듯 피어 있었다.

 

여름이 완전히 가버린...
9월도 끝나갈 무렵에  암자로 가는  계곡에서 '물봉선'을 만났다.

올해는 못보고, 계절을 보내는가 했더니 다행이 보게 되었다.

 

물봉선은 여전히 암자로 가는  계곡 주변에서

군락을 이룬채  예쁘게 피고 있었다.

취운암  뜰앞은 온통 코스모스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봄에는 온통 할미꽃이었고, 여름에는 나리꽃과 원추리꽃이더니
가을꽃으로는 코스모스  꽃으로 채워져 있었다.

취운암  입구 계곡 주변에서 만난 '기름나물'꽃

기름나물꽃은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7~9월에 꽃이 핀다.

 

암자 마당가의  '구릿대'

구릿대 역시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6~8월에 꽃이 핀다.

 

취운암은 코스모스 꽃이 활짝 피어서
꽃이 없는  통도사 보다 더 멋진 ,가을 암자가 되었다.

취운암을 거쳐서 보타암으로 가는 숲길을 걸었다.

역시 가을꽃은

코스모스꽃 보다 더 예쁜 꽃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소박한 모습이 기분을 묘하게 했다.

 

음력 9월 초하룻날의 통도사 일주문 주변 풍경이다.

아직은 가을색깔이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하나 둘  가을 옷으로 갈아  입으려고 준비중인 나무들이 제법 보였다.
개울물 속에 반영된 풍경은

일년 사계절 내내 바라보아도 변함 없는 멋진 풍경이라는 것을 인정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