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 20

4월 봄날에 장안사 가는 길

그렇게도 며칠동안 세차게 불던 바람이 웬일로 잦아지는가 했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비 소식이 있었다. 일기 예보에는 오후쯤에 비 소식이 있다고 해서 장안사에 가려고 집을 나섰건만, 예보와는 달리 낮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한번 기상청에게 놀림당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눈빠지게 기다리던 단비였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장안사행 마을버스를 탔다. 바람 한점없이 추적거리며 내리는 봄비는 인기척 없는 호젓한 산길을 걷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연두빛 초목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혼자서 걸어가는, 인적드문 길을 걷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 내가 죽기 전 까지는 꼭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서글픔과 착잡함은 우선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며칠 있으면 우리집 아저씨 기일이었기에 그 ..

텃밭에서 만난 봄날의 풀꽃

양력 4월의 기온은 알게 모르게 5월 꽃들을 자꾸만 앞당겨서 꽃을 피우게 하고 있었지만 음력 윤달 2월은 밤 기온을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4월의 되면서 본격적으로 봄채소 모종을 심어야 하는 시기이건만 밤 기온이 춥기만한 이상기온이라는 것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는데... 한낮은 초여름으로 가고 있고, 한밤중에는 이른 봄의 날씨라는 것에 어떻게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그냥 자연의 노예가 된 것 처럼 눈치만 살피는 봄날이기도 하다. 봄가뭄의 조짐에 대한 불안과 이상기온의 횡포 그리고 심한 바람과 '매우 나쁨'의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그래도 텃밭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이렇거나 저렇거나 꾸준히 자라고 있는 잡초를 뽑아야 하는 것인데 겨울을 이겨낸 모진 잡초들은 봄이 되..

그림/야생화 2023.04.13

각시붓꽃을 찾으러 가는 길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이는 앞산에서는 밤이면 가끔씩 고라니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여름 밤에는 소쩍새 우는 소리가 밤잠을 설치게 했는데... 요즘의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산꿩 소리가 참 듣기 좋다고 생각되는 봄날이었다. 얼마 전에 진달래꽃과 노란 생강나무꽃이 온 산을 뒤덮었을 때는 혼자서는 무서워서 갈 수 없다는 핑계로 아쉽게도 봄날을 지나쳤었는데 자꾸만 들려오는 산꿩소리가 마음을 싱숭생숭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요즘 한창 예쁘게 피고 있을 아주 작은 보랏빛 요정 같은 '각시붓꽃'이 자꾸만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고라니도 있고, 멧돼지도 있는 산이라서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친구에게 길동무 되어주기를 넌지시 떠봤다. 아파트 뒷산이라고 할 만큼, 아파트의 많은 사람들이..

그림/야생화 2023.04.12

풍경이 아름다운 예쁜 4월

벚꽃이 머물다가 갔던 세상은 며칠동안 참으로 허전했고 쓸쓸했으나 세상은 또다시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 것 같은 풍경으로 바라보기에도 기분이 좋은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생각치도 않았던 노란세상은... 우후죽순처럼 제멋대로 자생해서 잡풀 처럼 강인했던 야생갓의 변신이었다. 해안가 주변, 실개천 둑길, 수변공원 주변 그리고 들길에서도 노란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듯한 예쁜 풍경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곱게 바라보지 않고 훼방하는 존재가 있었다. 태풍도 아닌 것이 태풍 흉내를 내고 있는 거센바람은 며칠째 나무뿌리를 뽑아낼 기세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날려버릴 태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람 때문이라도 더욱 더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듯한 들판은 여전히 예쁘기만 했다. 그리고 ..

감동 2023.04.11

모란이 피고 있는 사월 봄날

날씨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처럼, 중순으로 접어드는 4월의 기온은 예쁘게 올라오고 있는 텃밭의 새싹들에게 냉해 까지 입히는 어이없는 짓을 할 정도로 추운 날이 계속되었다. 이제까지 피고 지고 했던 모든 꽃들이 사라져간, 쓸쓸한 4월 봄날에는 과연 어떤꽃이 예쁘게 피어줄 것인가 궁금해 했더니 소리소문없이 어느집 담장 너머에서 활짝 핀 모란을 볼 수 있었다. 정신 못차릴 만큼 화사하게 피는 철쭉보다는 우아한 자태로 수줍은듯이 피고 있는 '모란'에게 더 관심을 가져보는데 생각보다 훨씬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춥고 썰렁하다는 느낌의 4월은 그래도 이곳 저곳에서 꽃이 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느덧 세상속의 봄은 5월 마중을 미리 하는듯, 자꾸만 5월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직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가 모란이 ..

감동 2023.04.10

통도사의 벚꽃 피는 봄날

꽃이 피고 지고를 지켜보면서 짧은 봄날의 하루해가 열흘이 지나간 것 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눈깜짝 할 사이에, 엊그제 피었던 꽃이 벌써 사그러들고 꽃봉오리를 예쁘게 만들고 있는 꽃나무를 보고 돌아서면 어느새 꽃이 활짝 피고 있음이, 요즘 봄날의 성급함을 자꾸 느끼게 했다. 지난 3월 중순에 다녀왔던 통도사에도 지금쯤이면 벚꽃이 모두 사라졌겠지만 다녀온 후 어찌 어찌 하다보니 시간과의 다툼속에서 내가 휘말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찍어왔지만, 벌써 지나간 과거가 되었음에 겸연쩍은 마음으로 또다시 미뤄놨던 밀린 숙제를 해야 하는 처지가 우습기만 했다. 그래도 아름다운 통도사의 벚꽃 피는 봄날 풍경을 그냥 못본체 할 수 없어서 미뤄놨던 사진으로라도 봄날을 만끽하고 싶었다. 통..

벚꽃이 사라진 4월 봄날에

아주 흠뻑 봄비가 내렸던 이튿날인 오늘, 집밖으로 나가봤더니 비 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꽃잎들은 벚꽃뿐만 아니라 피고 있었던 모든 봄꽃들이 약속이나 한듯... 몽땅 꽃잎을 떨구었다. 그러잖아도 짧은 봄날인데, 비 바람을 탓해야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모든 식물들에게는 가뭄 해갈 된 것은 고마웠으나 과수나무의 예쁜 꽃들과 비중이 꽤 컸었던 벚꽃을 흔적없이 날려버렸다는 것이 자꾸만 곱씹을 만큼 쓸쓸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또다른 봄꽃들이 모란, 죽단화,사과꽃, 철쭉...등등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이 꽃피는 봄사월이라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봄꽃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기에 또 어떤 꽃이 피게 될 것인가 기대를 해본다. 모과나무꽃이 한창 ..

감동 2023.04.06

금정산 숲속 둘레길에서

며칠동안 불어대던 거센바람으로 인해서 살짝 왔다가 속절없이 떠나버린 벚꽃을 아쉬워하기도 전에 하루종일도 부족했던지, 늦은 밤 까지 계속해서 봄비는 내리고 있었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다른 봄꽃들 마져 꽃잎을 떨구게 하는 것을 보니 휑해지는 마음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파트 뜰앞에서 피고 있는 라일락은 향기도 내뿜지 못한채, 비를 흠뻑 맞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애처롭다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비내리는 봄날이었다. 지난번에 다녀왔던 금정산 숲속둘레길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그때 들려왔던 예쁜 새소리와 맑은 공기에 어우러진 숲길에서의 진달래꽃들을 다시한번 눈여겨 보니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마음속의 화사함은... 이것이 봄날이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종일 비에 젖은 라일락은 꽃향기를 ..

잡동사니 2023.04.05

먹을만한 마른 오징어국

부산의 다른 곳은 아직도 벚꽃이 만발한데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벚꽃의 흔적이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화사하게 꽃이 피었던 것이 엊그제였건만 이럴수가 있는가 할 만큼 갑작스럽게 삭막한 봄날이 되었다. 이틀동안 휘몰아치던 위력이 심한 강풍의 짖궂움인지 아니면 꽃의 화사함에 대한 바람의 심술인지는 몰라도 인정사정없이 불어대는 거센 바람은 아파트 주변을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해놨다는 것이 허무하기 까지 했다. 그런데... 그래도 흔적이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아파트 소공원 한켠에 쌓여진 잔설 같은 꽃눈이 반가우면서도 뭐라고 해야할지 할말이 없었지만 예쁘기만 했다. 벚꽃 ... 꽃눈.... 꽃이파리... 이렇게 벚꽃이 떠나간 봄날은 마냥 허전하기만 했다. 냉동실 정리를 하다보니 냉동실 서랍속..

요리조리 2023.04.04

산속 야생화가 예쁜 봄날에

아파트 주변의 벚꽃은 거센 바람에 의해 어디론가 모두 흔적없이 날아가버렸다. 언제 이 땅위에 화사하게 벚꽃이 피었는가 할 만큼 거센 바람은 땅위에 흩어진 꽃잎 까지 몽땅 휩쓸어 갔다. 을씨년스런, 그래서 더욱 삭막하게 바람부는 4월 봄날이다. 진짜 몸무게 가벼운 사람은 바람에 떠밀려서 날아갈 것만 같았던 아주 정말 괴상망칙한 날이었다. 봄날에 태풍이 찾아온 것 처럼, 바다는 완전히 미쳐서 날뛰고 있었고 세상은 강풍에 의해서 꽃잎을 모두 날려버렸던 야속한 봄날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다. 엊그제 다녀온 금정산 숲속 둘레길에서 만난 야생화들 중에서 특히 제비꽃과 현호색꽃은 꽃은 똑같은데, 잎사귀로 꽃이름을 구분하는 것이기에 일부러 산 길을 다니면서 두 종류의 꽃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냥 꽃만 사진 찍는 ..

그림/야생화 202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