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4월 봄날에 장안사 가는 길

nami2 2023. 4. 14. 22:31

그렇게도 며칠동안 세차게 불던 바람이 웬일로 잦아지는가 했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비 소식이 있었다.
일기 예보에는 오후쯤에 비 소식이 있다고 해서

장안사에 가려고 집을 나섰건만, 예보와는 달리 낮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한번 기상청에게 놀림당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눈빠지게 기다리던 단비였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장안사행 마을버스를 탔다.

바람 한점없이 추적거리며 내리는 봄비는
인기척 없는 호젓한 산길을 걷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연두빛 초목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혼자서 걸어가는, 인적드문 길을 걷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 내가 죽기 전 까지는 꼭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서글픔과 착잡함은 우선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며칠 있으면 우리집 아저씨 기일이었기에  그 숲속에 가봐야 했는데
주말 알바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갑자기 길을 나섰더니
바람 한점 없이 내리는 봄비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산을 쓰고 호젓한 산길을 걸어가는 가는 것도 그리 쓸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착잡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먼저 장안사 경내의 부처님을 뵙고, 그 숲으로 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세월을 잊고 있었는듯 했다.

부처님 오신날인 초파일이 한달 남짓 남았음을.... 
장안사로 가는 길에는 어느새 오색연등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정말 멋진 산벚꽃을 봤을텐데...
산길 초입에서

멋지게 꽃이 핀 산벚나무를 보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해봤다.

숲 근처에 '삼색병꽃'도 제법 예쁜 색깔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연두빛이 예쁜 숲속에 '삼색병꽃과 연달래'가 핀 모습은

어느 순간 부터 그리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4월 초파일쯤에 우리집 아저씨와 전국의 사찰순례를 하면서

늘 예쁘게 보았던 풍경들이었기 때문이다.

 

불광산 장안사로 가는 길은

마을버스에서 하차한 후, 산길을 걸어서 20분 소요된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인지, 오고가는 차량도 드문 호젓한 길에서
이런저런 꽃들이 길동무 해주고 있음이 고맙기만 했다.

 

꽃이 핀 시간이 제법 되는 '붉은 병꽃'도 반가웠다.

비에 젖어 후줄근해진 모습이지만 예뻐보였다.

 

계곡가에 노랗게 핀 '애기똥풀'꽃도 봐줄만했다.
가장 흔한 애기똥풀꽃도

오늘은 비가내려서인지 분위기가 괜찮았다.

장안사로  들어가는 경내 입구이다.
어느새 연두빛 나무들이 새봄을 맞이한듯...
연두빛과 오색연등이 조화를 이룬듯 보여졌다.

장안사 경내 숲길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세잎 양지꽃이었다.

세잎양지꽃은 4~5월에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식물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가늘고 약하다.

제주도와 중부 이남지방

산과들, 숲 가장자리 반그늘에서 자생하며,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비에 젖은  금창초 꽃을 찍느라
내리는 비에 옷이 젖는줄도 몰랐다.

집주변에서 만난 금창초 꽃보다

산속에서 만난 보라색 꽃이 훨씬 예뻐 보였기에
우산을 집어던지고 사진을 찍었더니...
옷이 많이 젖어서  픽~ 웃어봤다.

 

꽃이 뭐길래

남들이 한마디 할 것을 미리 웃음으로 대답을 해봤다.

 

천왕문으로 들어서면서 보여지는
경내  풍경은 진짜 아름다워 보였다.

대웅전 앞  뜰앞 화단가에는 오직 '봄맞이' 꽃만 있었다.
앙증맞고 수줍은듯, 아주 작은 야생화 봄맞이꽃은
해마다  장안사에서 만나게 된다.

그냥 예쁘게 내리는 봄비와
너무 잘어울리는 담장 옆의 '자목련'이다.

자목련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는듯
너무 분위기스럽고 멋져보였다.

담장너머로 바라보이는 불광산
그 너머에  시명산이 보였고
또 그 너머에는 대운산이 보이는듯 했다.

몇 년 전만해도 다람쥐 처럼 오르내리던 산이기 때문에
지금은 장안사 담장 너머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 해본다.

대웅전 뜰앞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계절 바라봐도 늘 변함없이 멋지기만 하다.

                           매발톱꽃

 

                     씀바귀꽃

바람이 없어서 우산 쓰기에도 편안했던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봄날의 장안사
어느 보살님께서 우산을 쓰고 계속 탑돌이를 하시고 계셨다.
누구를 위한 기도인가?
어떤 염원으로 저렇게 열심이신가?

비내리는 풍경도 예뻤고
연두빛 풍경과 어우러지는 연등도 멋졌고
우산을 쓰고 탑돌이 하시는 분도 참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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