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먹을만한 마른 오징어국

nami2 2023. 4. 4. 22:28

부산의 다른 곳은 아직도 벚꽃이 만발한데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벚꽃의 흔적이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화사하게 꽃이 피었던 것이 엊그제였건만
이럴수가 있는가 할 만큼 갑작스럽게 삭막한 봄날이 되었다.

 

이틀동안 휘몰아치던  위력이 심한 강풍의 짖궂움인지

아니면 꽃의 화사함에 대한  바람의 심술인지는 몰라도
인정사정없이 불어대는 거센 바람은

아파트 주변을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해놨다는 것이 허무하기 까지 했다.
그런데...
그래도 흔적이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아파트 소공원 한켠에 쌓여진 잔설 같은 꽃눈이  

반가우면서도  뭐라고 해야할지  할말이 없었지만 예쁘기만 했다.

벚꽃 ...
꽃눈....
꽃이파리...

이렇게 벚꽃이 떠나간 봄날은 마냥 허전하기만 했다.

 

냉동실 정리를 하다보니

냉동실 서랍속에 잠자고 있는 마른오징어가 엄청 많이 있었다
일년동안, 젯상에 올려진 마른오징어는 4마리인데
2년 동안  모아진 것이 8마리가 되었다.
해마다 쌓여지는 마른오징어는 4 마리씩인데...  
이제는 이것들을 정리해야 할 방법을 생각해야 하건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젯상에는 마른 황태와 함께 꼭 올려야 했고
가격이 만만치 않은 마른 오징어는 제사 지낸후  버릴수는 없었다.

7년전에 마른 오징어  한조각을 먹다가
120만원이 날아간적이 있었다.
맛있게 오징어를 먹다가 어금니가 깨져서 칫과에 갔었는데

인플란트 가격이 기절을 할 만큼 부담스런 가격이었다. 

 

그 후 부터는 마른 오징어를 절대로 입에 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쌓여만 가는 오징어가 아까워서, 물에 불려서 먹기도 했었고
물에 불려서 오징어 조림도 했었는데, 모든 것이 탐탁치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오징어국이었다.

 

마른 오징어국을 끓여봐서 맛이 있으면 계속해서 오징어국을 끓일 것이고
맛이 없으면, 이번 한번으로 끝을 낼 것인가를 고민 하다가
일단은 오징어국을 끓여보기로 했다.

마른오징어를  반나절 동안 푹 물에 담가놨다
정확하게 8시간 정도...

그리고 무우와 대파와
국간장, 양파 조금, 다진마늘 ,멸치육수를 준비해놨다.

불린오징어를 먹기좋게 썰어놨고
무우를 썰어놨다.

무우에 고추가루  2숟갈 과 참기름을 넣고
살짝 볶았다.

그리고나서

썰어놓은 오징어를 넣고 1분 정도 더 볶았다.

3분 정도 볶다가

멸치육수와 마늘을 넣고 센불에 끓이기 시작했다.

센불에 5분 정도 끓인후 무우가 익었을때
국간장으로 간을 본 후
대파와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3분 정도 더 끓였다.
어느 정도 끓고나서 맛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오징어로 끓인 맛과 별 차이가 없을 만큼 맛이 괜찮았다

얼큰하고 담백한 마른 오징어국도 먹을만 했다.

엊그제 담가놓은 파김치와 알타리김치만 있으면

한끼 식사는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냉동실에 마른오징어를 쌓아놓지 않아도 될 만큼
마른오징어국도 진짜 먹을만 했다는 것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국맛이 꽤 만족했다는 뜻의 웃음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마른오징어국에 주량 소주 2잔....또 웃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