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며칠동안 세차게 불던 바람이 웬일로 잦아지는가 했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비 소식이 있었다. 일기 예보에는 오후쯤에 비 소식이 있다고 해서 장안사에 가려고 집을 나섰건만, 예보와는 달리 낮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또한번 기상청에게 놀림당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눈빠지게 기다리던 단비였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장안사행 마을버스를 탔다. 바람 한점없이 추적거리며 내리는 봄비는 인기척 없는 호젓한 산길을 걷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연두빛 초목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혼자서 걸어가는, 인적드문 길을 걷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 내가 죽기 전 까지는 꼭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서글픔과 착잡함은 우선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며칠 있으면 우리집 아저씨 기일이었기에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