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 같은 포근한 겨울날에 또다시 장안사가 있는 산길을 걷게 되었다. 이번에는 부처님을 뵈러 절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암자 주변의 나혼자 찾아가는 적막한 숲속에 볼 일이 있어서 였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산길은 호젓하면서도 웬지 쓸쓸함이 곁들여지는데 아마도 길 위에 뒹구는 무수한 낙엽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 새소리, 물소리가 정겹게 들려서 혼자 걸어도 마음까지 힐링되는듯한 길은 어차피 일년에 몇번씩은 꼭 다녀와야 하는 길이었기에 서글픔보다는 즐거움으로 다녀올 것이라며 집을 나서는 것이 요즘 일이다. 숲에서 볼 일을 마치고 산길을 걸어 나오며, 마을버스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아직은 단풍이 아름다운 산골마을을 천천히 한바퀴 하고 싶었다. 초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만추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