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12

산골마을의 12월 만추풍경

이른 봄날 같은 포근한 겨울날에 또다시 장안사가 있는 산길을 걷게 되었다. 이번에는 부처님을 뵈러 절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암자 주변의 나혼자 찾아가는 적막한 숲속에 볼 일이 있어서 였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산길은 호젓하면서도 웬지 쓸쓸함이 곁들여지는데 아마도 길 위에 뒹구는 무수한 낙엽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 새소리, 물소리가 정겹게 들려서 혼자 걸어도 마음까지 힐링되는듯한 길은 어차피 일년에 몇번씩은 꼭 다녀와야 하는 길이었기에 서글픔보다는 즐거움으로 다녀올 것이라며 집을 나서는 것이 요즘 일이다. 숲에서 볼 일을 마치고 산길을 걸어 나오며, 마을버스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아직은 단풍이 아름다운 산골마을을 천천히 한바퀴 하고 싶었다. 초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만추의 풍경..

나의 이야기 2023.12.07

죽도시장에서 가족과 함께

모처럼 가족 끼리 떠난 늦가을 여행은 경주에서 시작하여 영덕으로 올라 갔다가 포항으로 돌아가는 코스였는데 여행도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가 있었다. 가족들이 차에서 내린후, 운전자가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여동생 발등 위로 차바퀴가 올라앉았다. 이쪽이 잘못했냐, 저쪽이 잘못했냐.. 시비가 오고 가기에는 두사람은 부부였기에 가족들은 너무 황당해서 모두들 머리속이 하얘졌다. 자칫하면 여동생 발등이 그냥 부서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동생이 힘껏 비명을 지르더니 무언가 쑥 빠지는 것이 보여졌다. 차바퀴 밑에 운동화를 남겨놓고 발을 빼냈던 것이다. 어떻게 발을 빼낼 용기가 생겼는지는 모르나 그대로 차바퀴 밑에 발이 있었다면 아마도 발이 뭉개지지 않았을까 아..

나의 이야기 2023.11.17

암자에서 만난 귀한 단풍잎

아직은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11월의 늦가을인데 집주변의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름일뿐, 단풍과는 거리가 먼듯 했다. 더구나 올해는 여름과 초가을에 비 바람이 끊이지 않아서인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늦가을 풍경은 푸르스름한 나무보다는 앙상한 나목이 더 많은 아주 재미없는 풍경뿐이다. 지금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기에 어딘가의 산간 내륙지방으로 단풍 헌팅이라는 것을 나가고 싶었다. 마침, 음력 10월 초하루여서 절집으로 부처님 뵈러가면서 보물찾기 하듯...주변을 살펴봤지만 야속한 나무들은 약속이나 한 것 처럼 앙상함으로 이미 겨울 바람속에서 쓸쓸하게 서있었다. 그래서 절집 주변 숲을 서성거리다가 암자로 올라가봤더니 인기척 없는 고즈넉한 암자는 더욱 쓸쓸한 모습이..

나의 이야기 2023.11.14

음력 9월 보름날에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리 바쁜 것인지,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사는 세상!! 계절을 잊어버린채 꽃이 피는 꽃바보들이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인간 바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는 윷놀이판의 도찐-개찐(도긴개긴)인듯 했다. 이곳 해안가의 날씨는 하루에도 열두번 변덕이 죽끓듯 심했다. 맑음이었다가 흐림, 또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가 잠잠 그리고 또 흐림 그러다보니 하늘 쳐다보는 일도 별로 없고 늘 날씨 때문에 투덜투덜이다. 늦가을이라는 세상도 그다지 달갑지 않으나 그래도 계절 모르는 꽃들은 참 열심히 피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풍이 한창 물드는 계절과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이미 거리의 가로수들은 바람에 의해 겨울나무가 되어 있고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도 눈구경 못하는 것도 그저 그러려니.....

나의 이야기 2023.10.30

추석이 지난후 다녀온 그 숲속

10월이 시작되면서 확연하게 피부로 느껴지는 일교차는 한낮은 햇볕 자체가 아주 따끈따끈 했으며 그늘은 서늘했고 해가 지고난 저녁에는 은근한 추위가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너무 더워서 투덜투덜이었는데 달력 한장 넘기게 되면서 넘나드는 기온차이는 진짜 가을을 실감케 했다. 추석이 지난 후 뒤늦게 다녀오게 된 그 숲속의 성묘길.... 추석 전 후로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마음은 늘 그리움이 머무는 숲으로 가고 있었지만 몸은 늘 바쁜 일상에서 탈출을 못했음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가끔은 깊은 회의를 느끼기도 했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9월 태풍탓도 해봤고, 때늦은 가을 장마도 탓도 해봤지만 어째튼 비가 너무 자주 내린 탓에 추석 전에 다녀와야 했을 성묘는 이렇게 저렇게 자꾸 미..

나의 이야기 2023.10.02

가을비 내리는 해수욕장에서

꼬박 이틀동안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는 겉잡을 수 없는 가을비 였다. 다른 곳에서는 폭우가 내려서 침수 까지 되었다는데 이곳은 세차게 내리는 비도 아닌 것이 적당하게 내려서 분위기 잡을 수 있는... 그런 비가 참 예쁘게도 내렸다. 봄에는 비 한번 내리고 나면 기온이 따뜻해져서 꽃이 더 예쁘게 피어나고 가을에는 찬비 한번내릴 때마다 기온이 떨어져서 자꾸만 나뭇잎이 낙엽 되어 떨어진다는데 9월 중순에 내리는 비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기온은 19도~21도에 머물면서 싸늘함 마져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비 내리는 날은 은근히 바빠야 잡념이 생기지 않건만 할일 없이 뒹굴거리다가 창밖을 내다보며 비가 멈춰지기만을 따분함으로 기다려보는데 따분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채, 또다시 날궂이 하기위해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있..

나의 이야기 2023.09.21

오랫만에 즐거웠던 계모임

한낮의 기온은 여전히 따끈거렸지만 나무 밑 그늘에 있을때는 시원한 바람으로 가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지겹도록 무더웠던 여름이었으므로 이 정도의 기온이라면 살 것 같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이제는 날씨도 시원해졌으니 계모임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계모임의 취지는 만나서 수다떨며, 맛있는 집과 괜찮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런데 계원이 너무 많다보니 계원 전원이 쉽게 모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늘 아쉬움이었다.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킬 때 상황에 따라서 연락을 해보지만 그래도 4명이 모여진다는 것이 꽤 힘들었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전원이 모두 모였다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 계원은 모두 4명이다. 그런데 계모임 5년 동안, 4명 전원이 모인다는 ..

나의 이야기 2023.09.04

무더위에 밭 만들기의 고행

열흘 남짓....태풍 영향으로 인해서 선선한 가을날씨 였었음이 꿈만 같았던 날들... 잠시 태풍소식이 뜸해진 요즘은 연일 낮최고 기온은 33도였고 이른아침 6시의 기온 역시 29도였다. 텃밭농사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계절에 맞춰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건만 무더위 보다는 더욱 강하게 강조하고 싶은 폭염의 불볕더위는 흠뻑 내린 찬이슬과는 상관없이 이른 새벽 부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참으로고통스럽게 했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에 밭에 나가서 일을 하지만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산등성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아침해는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게 했다.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는 물을 자주 마시게 되고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며, 더위 때문에 힘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럴때 바람이라도..

나의 이야기 2023.08.23

꽃이 없는 여름 끝자락에서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곧 처서가 코 앞에 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넘나들지만 아침 저녁의 기온은 '정말 가을이 온 것인가' 할 정도로 서늘함으로 마음 까지 설레게 했다. 그러다보니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고 가끔씩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도 가을 마중을 하는 것 같아서 더위도 이제는 끝자락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태풍 7호 소식이 어찌되었는가 궁금해 할 만큼 시원한 바람은 완전히 더위를 물리쳐 버린 것 같았다. 다른 지방에서는 더위가 어찌되었는지는 몰라도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는 일본에서 태풍 조짐만 있어도 바다가 술렁 거리면서 바람을 몰고 오기 때문에 강풍과 비를 몰고오지 않는다면 고마운 태풍이라고 칭찬까지 해준다. 그래도 못믿는 것은 바다였고 해안가 도로가로 올라온 ..

나의 이야기 2023.08.14

태풍이 다녀간 그 뒷날에

어디서 부터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텃밭을 바라보면 그냥 맥이 빠지고 멍해졌다. 날씨라도 우중충하거나,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어준다면 평소처럼 차분하게 일을 할 수 있었겠으나 양심도 없는 하늘은 바람 한점 없이 햇볕은 더욱 쨍쨍 이었고 이른 아침 야속한 기온은 29도였다. 태풍이 다녀간 후였기에 습기까지 가득하니 몸은 무겁고, 땀은 흐르고, 기분은 최악이었다. 커다란 바윗돌 같은 것들이 바람에 날아 다닌 흔적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이나 농기구들이 바람에 먼 곳 까지 날아간 모습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찢어진 비닐과 플라스틱 종류의 쓰레기 이곳 저곳의 과수나무들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속에 파묻힌 텃밭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파편의 아수라장 같았다. 더구나 고라니 녀석 때문에 만들어놓았던 울타..

나의 이야기 202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