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06

오랫만에 즐거웠던 계모임

한낮의 기온은 여전히 따끈거렸지만 나무 밑 그늘에 있을때는 시원한 바람으로 가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지겹도록 무더웠던 여름이었으므로 이 정도의 기온이라면 살 것 같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이제는 날씨도 시원해졌으니 계모임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계모임의 취지는 만나서 수다떨며, 맛있는 집과 괜찮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런데 계원이 너무 많다보니 계원 전원이 쉽게 모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늘 아쉬움이었다.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내킬 때 상황에 따라서 연락을 해보지만 그래도 4명이 모여진다는 것이 꽤 힘들었는데... 오늘은 어쩌다보니 전원이 모두 모였다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다 계원은 모두 4명이다. 그런데 계모임 5년 동안, 4명 전원이 모인다는 ..

나의 이야기 2023.09.04

무더위에 밭 만들기의 고행

열흘 남짓....태풍 영향으로 인해서 선선한 가을날씨 였었음이 꿈만 같았던 날들... 잠시 태풍소식이 뜸해진 요즘은 연일 낮최고 기온은 33도였고 이른아침 6시의 기온 역시 29도였다. 텃밭농사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계절에 맞춰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건만 무더위 보다는 더욱 강하게 강조하고 싶은 폭염의 불볕더위는 흠뻑 내린 찬이슬과는 상관없이 이른 새벽 부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참으로고통스럽게 했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에 밭에 나가서 일을 하지만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산등성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아침해는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게 했다.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는 물을 자주 마시게 되고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며, 더위 때문에 힘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럴때 바람이라도..

나의 이야기 2023.08.23

꽃이 없는 여름 끝자락에서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곧 처서가 코 앞에 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넘나들지만 아침 저녁의 기온은 '정말 가을이 온 것인가' 할 정도로 서늘함으로 마음 까지 설레게 했다. 그러다보니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고 가끔씩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도 가을 마중을 하는 것 같아서 더위도 이제는 끝자락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태풍 7호 소식이 어찌되었는가 궁금해 할 만큼 시원한 바람은 완전히 더위를 물리쳐 버린 것 같았다. 다른 지방에서는 더위가 어찌되었는지는 몰라도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는 일본에서 태풍 조짐만 있어도 바다가 술렁 거리면서 바람을 몰고 오기 때문에 강풍과 비를 몰고오지 않는다면 고마운 태풍이라고 칭찬까지 해준다. 그래도 못믿는 것은 바다였고 해안가 도로가로 올라온 ..

나의 이야기 2023.08.14

태풍이 다녀간 그 뒷날에

어디서 부터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텃밭을 바라보면 그냥 맥이 빠지고 멍해졌다. 날씨라도 우중충하거나,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어준다면 평소처럼 차분하게 일을 할 수 있었겠으나 양심도 없는 하늘은 바람 한점 없이 햇볕은 더욱 쨍쨍 이었고 이른 아침 야속한 기온은 29도였다. 태풍이 다녀간 후였기에 습기까지 가득하니 몸은 무겁고, 땀은 흐르고, 기분은 최악이었다. 커다란 바윗돌 같은 것들이 바람에 날아 다닌 흔적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이나 농기구들이 바람에 먼 곳 까지 날아간 모습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찢어진 비닐과 플라스틱 종류의 쓰레기 이곳 저곳의 과수나무들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속에 파묻힌 텃밭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파편의 아수라장 같았다. 더구나 고라니 녀석 때문에 만들어놓았던 울타..

나의 이야기 2023.08.11

물폭탄이 쏟아지던 날에

비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는 흔적도 없이 그냥 좍좍....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것 같은 비가 밤새도록 내렸기에 하늘도 양심이 있으면 더 이상의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말 아침에 알바를 하러 가기위해 해안가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었다. 다행히 마을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비의 상태는 그냥 편안하게 우산을 쓰고 걸을 정도여서 해안가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흙탕물이 된 바다는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해무가 잔뜩 끼어서 볼품 없었고 바라보이는 앞산 기슭에는 물안개가 참 멋지다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래도 알바하는 집으로 가는 동안 만큼은 특혜를 받은 것 처럼 그다지 큰비는 내리지 않아서 비록 우산은 썼지만 비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나의 이야기 2023.07.17

지겹도록 폭우가 내렸던 날에

지난 밤 부터 내리던 비는 날이 밝으면서는 폭우가 되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당연 할 만큼 어찌 그리도 인정사정 없이 많은 비를 퍼붓는 것인지 내리는 비를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분위기를 찾기에는... 머리속 가득 들어있는 온갖 근심과 걱정은 오직 물에 잠겨서 엉망이 되어 있을 텃밭생각뿐이었다. 자나깨나 텃밭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4월 부터 정성을 들여 가꿔온 농작물이 한순간에 망쳐진다는 것을 용납 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가꿔놓은 농작물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는 것은 자연재해이니까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기에는 하늘이 너무 야속하다는 것이다. 벌써 보름째, 맑은 날이 없이 비가 내려서 지반이 약해질때로 약해진 상태에서 폭우를 퍼붓는 이유는... 결국은 농작물을 모두 ..

나의 이야기 2023.07.14

계모임 하는 날에

봄날의 따사로움은 등줄기에서 땀이 흐를 만큼, 최고의 기온이 되었다. 이러다가 초여름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답답하기만 했다. 이상기온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만 아열대로 가는 것인지? 자꾸만 꽃이 피는 것도 이제는 반갑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코로나에 대한 불신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도 결벽증인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랫만에 오늘 계모임을 하자고 의논을 해놓고 어디로 갈 것인가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한채 4명의 결벽증 환자들은 결국 지인집에서 계모임을 하게 되었다. 3개월만에 이루워진 모임이었다. 지인집도 음식점이었지만,마침 휴무날이라서 숯불을 구울수 있는 양념고기를 고깃집에서 사왔고 어시장에서 돌문어를 샀으며, 과일을 샀고... 텃밭에서 뽑아..

나의 이야기 2023.03.09

적막한 겨울숲으로 가는 길

2023년(계묘년) 새해가 밝아왔다. 살아왔던 날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것은... 늘 그랬던 것 처럼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지나간 날들의 회한이었음을 생각해본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마음속으로 한번 정도는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면서 반성 아닌 반성을 하고 , 새로운 계획에 도전해본다는 것은 그것은 새해 라는 밝은 희망의 빛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지켜내지 못할 자신과의 약속에 픽~ 웃어본다. 이것 저것 참 많이도 바빴던 12월을 생각하면 아직도 부르튼 입술이 아물지도 않아서 고통스럽기만 한데 그래서 새해 첫날이 하루 지난 오늘 만큼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 푹~ 쉬려고 했었다. 그런데 단 한 곳이 머리속을 비집고 들어와서 쉴 수 없게 했다.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

나의 이야기 2023.01.02

사색을 할 수 있는, 가을 숲길

바다에서 불어오는 변덕스런 바람이 산을 넘나들면서 산 밑에 있는 아파트를 춥기만한 초겨울로 만든지가 벌써 몇날이 되었다. 얼마나 거센 바람이 부는지? 들판의 풍경은 계절을 따라서 누런 색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거센 파도를 피해서 산등성이 까지 날아드는 바람은 겨울바람 처럼 춥고 황량하게 했다.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있는듯한 외로움이 허전함을 만들었는지 문득, 나혼자만이 꼭 꼭 숨겨 놓은듯한 곳의 그 숲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길을 나섰다. 스산하게 부는 싸늘한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깊어가는 가을날의 공허함 때문인지 그리움이 머무는 그 숲으로 가면, 무엇이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발길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기특 하다고 생각했다. 숲으로 가는 산길 초입에는 어느새 예쁜 모습의 가을색이 ..

나의 이야기 2022.10.14

싱겁게 끝나버린 태풍잔치

지난밤에는 강한 비바람 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것은 수시로 날아드는 문자 메세지 였다. 어찌 그리 쉼없이 날아드는 것인지? 도로 통제, 침수피해 대피 , 해안가 통제, 산사태 대비...등등 사는 곳이 부산과 울산의 중간 지점이다보니 두 곳의 시청에서 날아드는 메세지는 밤잠을 못자게 할 만큼 요란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요란하게 설쳐대던 문자 메세지에 비해 태풍은 생각보다 훨씬 착했다. 밤새도록 미쳐서 날뛰던 거센바람은 날이 밝아오면서 지쳤는지 조용해졌다. 오전 8시 부터~오전 11시 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메세지는 계속해서 긴장을 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창밖은 조용했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시끄러운 잔치일수록 뒷풀이도 요란한 법이거늘 잔치가 끝난 것..

나의 이야기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