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골마을의 12월 만추풍경

nami2 2023. 12. 7. 22:39

이른 봄날 같은 포근한 겨울날에 또다시 장안사가 있는 산길을 걷게 되었다.
이번에는 부처님을 뵈러 절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암자 주변의 나혼자 찾아가는 적막한 숲속에 볼 일이 있어서 였다.
초겨울로 접어드는 산길은 호젓하면서도 웬지 쓸쓸함이 곁들여지는데
아마도 길 위에 뒹구는 무수한 낙엽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

새소리, 물소리가 정겹게 들려서 혼자 걸어도 마음까지 힐링되는듯한 길은
어차피 일년에 몇번씩은 꼭 다녀와야 하는 길이었기에
서글픔보다는 즐거움으로 다녀올 것이라며 집을 나서는 것이 요즘 일이다.

숲에서 볼 일을 마치고 산길을 걸어 나오며, 마을버스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아직은 단풍이 아름다운 산골마을을  천천히 한바퀴 하고 싶었다.

초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만추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도 아직은 풍경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산골마을은 만추의 쓸쓸함이 물씬 풍기면서도

이상하게 발길을 잡아끄는듯한 매력이 곳곳에서 보여졌기에 낯설지가 않았다.
어느새 20여년 세월 동안  장안사 부처님을 뵈러 다닌 덕분인지

장안사를 스쳐 지나가는 산골마을의 정겨움은
혹시 전생에서 고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헷갈리게 할 때도 있었다.

차가 많이 다니는 큰 도로에서
마을버스가 10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작은 산골마을은
그냥 그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돌담 위에 뻗어가는 담쟁이 넝쿨의 단풍이
예술작품 처럼 보여진다는 것도
그곳이 산골마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도심 공원길에서 만나는 빨간열매의 느낌과

이곳에서 만나보는 느낌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았다.
빨간 남천 열매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마을이었다.

숲속에서  빨간 꽃이 핀 것 같은...

파라칸서스 나무의 빨간 열매가 있는 숲은
꼭 겨울 산새들의 휴식처 같았다.
들락날락, 많은 새들의 숨바꼭질이 재미있어 보였다.

어느집 마당가의 빨간 단풍도
그냥 신이  만들어 놓은 예술품 처럼 보여졌다.

빨간 열매들과 분위기가 맞는다고 했더니
그 나무는 석류나무였다.

시간이 지나서 엉망이 되어버린 석류였지만

그래도 단풍이 된 나무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쁘게 보여졌다.

 

어느집 마당가의
노란 석류나무와 빨간 석류....

그리고 툇마루가 너무 잘어울렸다.

 

덩그마니 늦가을 정취가

남아 있는 모과나무 열매가 발을 멈추게 했다.
지나가시는 마을 어르신께서 하시는 말씀
'뭐하러 사진을 찍느냐?
사진 찍을 만큼 예쁘지도 않는데...?'
그러나  내 눈에는 엄청 멋져보였다.

사그러지는 잎사귀를 위로해주려는듯
노란 모과 색깔이 참 예뻤다.

길가에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어도
예쁜 국화꽃이니까 외면 할 수 없었다.

아주 새빨간 단풍 색깔은
그곳이 산골이었기 때문에
더욱 선명했던 것 같았다.

실개천 저쪽에서 찍어본 마을풍경

파란하늘 그리고
가로등과 붉은감이 전해주는 고즈넉함이
너무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멍때리며 바라보고 싶은 만추 풍경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성거려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참 단풍 절정일 것 같은 풍경인데
지금의 계절은 12월의 초겨울이다.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걸으면서도 두렵지 않았음은 

산길을 걸어가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수없이 많은 도토리가

길 위에 떨어졌던 가을이 엊그제 같은데
그 도토리 나무들이 보여주는 단풍  또한
'굉장하다'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예쁘게 단풍이 물들어 있는 여러 종류의 도토리 나무들..
길 위에는 어느새  그 나무들로인한 낙엽이
또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다람쥐 먹거리 생각을 하지않고 맘놓고 도토리를 주웠다면
배낭 가득 주웠을 만큼 무수히 떨어지던 도토리였는데

그 나무들이 전해주는 초겨울의 낭만은 멋스럽기 까지 했다.

 

밟으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날 만큼의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초겨울날이 그다지 춥지 않았음은
계절 감각이 전혀 없는 겨울 덕분이 아니었나  은근히 고맙기 까지 했다.
날씨가 추웠다면 혼자 걷는  산길이 많이 서글펐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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