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암자에서 만난 귀한 단풍잎

nami2 2023. 11. 14. 22:37

아직은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11월의 늦가을인데
집주변의 나무들은 아직도 푸르름일뿐, 단풍과는 거리가 먼듯 했다.
더구나 올해는 여름과 초가을에 비 바람이 끊이지 않아서인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늦가을 풍경은
푸르스름한 나무보다는 앙상한 나목이 더 많은 아주 재미없는 풍경뿐이다.

지금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기에
어딘가의 산간 내륙지방으로 단풍 헌팅이라는 것을 나가고 싶었다.

마침, 음력 10월 초하루여서 절집으로 부처님 뵈러가면서
보물찾기 하듯...주변을 살펴봤지만 야속한 나무들은

약속이나 한 것 처럼 앙상함으로 이미 겨울 바람속에서 쓸쓸하게 서있었다.
그래서 절집 주변 숲을 서성거리다가 암자로 올라가봤더니
인기척 없는 고즈넉한 암자는 더욱 쓸쓸한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눈에 띄는 나무들의 단풍은 마지막 가을을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었다.
어느 단편소설에 나오는 마지막 잎새처럼...

사색하듯 천천히 숲길을 걸으면서 단풍 헌팅을 나섰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는 예쁜 단풍은 어딘가에 꼭꼭 숨은 것 같았다.

지난해에는 단풍잎이

예쁘게 떨어져 쌓인 숲길을 즐거움으로 산책 했었는데
올해는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단풍잎도 보이지 않는 삭막한 숲길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찾아낸 단풍잎은 반갑고 예뻤다.

소나무 잎이 우중충하게 떨어진 마른가지 사이로 노란 단풍이 눈에 띄였다.
넝쿨이 뻗어가는 계요등 잎사귀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 계절에  "너도 귀한 단풍이니까"... 웃어봤다.

원래 감나무의 단풍은 이렇게 예쁘다고 했다.

조금 더 붉은 색이라면 황홀 했었을텐데...

그런데 집주변의 감나무들은 이미 잎이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죽기살기로 흔들어대는 바닷바람의 모진 등쌀에
견뎌내지 못하는 해안가 주변의 나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다.

암자 마당의 은행잎도 아직은 푸르름이 절반 정도였다.
이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물들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추워지는 날씨를 견디지 못한채
은행잎은 노르스름하게 단풍이 드는등 마는둥  
그리고는 땅 위로 떨어져 내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암자로 올라가는 돌계단 옆에
피어 있는 국화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곳에도 하얗게 눈이 내린듯...
은목서가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피어 있었다.

11월 늦가을, 암자 뜰앞의 은목서

암자 뒷곁 숲을 서성거렸다.
단풍잎이 거의 떨어진듯 했지만
이런 모습도 감지덕지, 반가웠다.

그래도 아직은 남아있는 단풍
색깔은 뒤죽박죽이지만 예뻤다.

지난해에는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고
땅위로 떨어진 단풍잎도 분위기 있었는데
올해는 이런 모습도 감사해야 했다.

더이상의 큰 기대는 욕심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내장산이나 설악산 그리고 다른 산간지방의 단풍은
이것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아름답겠지만
그래도 내 눈 앞에 보여지는 예쁜 모습은
단풍 예찬 까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붉은 단풍과 눈이 시릴 만큼의 파란하늘!
그런대로 만추의 계절에 눈요기 했음을 메모해본다.

이것도 감지덕지...
어렵사리의 단풍헌팅은 성공했다고
혼자서 웃어봤다.

잎을 떨군 목련나무의 겨울 준비도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메마른 풀잎 위에 오롯이 남겨진 야생화
색깔이 퇴색 되었어도  예쁘기만 했다.

숲길에서 찾아낸 것은
단풍잎도 아니고 야생화도 아니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 같은 열매는
화살나무 열매였다.

엊그제 범어사 숲길을 갔었고
며칠 전에 장안사 숲길을 갔었으며
가족여행으로 갔었던 불국사 숲길에도
이런저런 숲속의 열매는 단 한개도 보이지 않았다.

보랏빛 작살나무 열매, 빨간 덜꿩나무 열매
가막살나무 열매, 백당나무 열매...등등
올해는 단풍도 귀했지만
숲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예쁜 열매들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 화살나무 열매가
진짜 보석처럼 예뻤고, 귀했고, 반갑고, 고맙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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