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비 내리는 해수욕장에서

nami2 2023. 9. 21. 22:30

꼬박 이틀동안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는 겉잡을 수 없는 가을비 였다.
다른 곳에서는 폭우가 내려서 침수 까지 되었다는데
이곳은 세차게 내리는 비도 아닌 것이 적당하게 내려서 분위기 잡을 수 있는...
그런 비가 참 예쁘게도 내렸다.

봄에는 비 한번 내리고 나면 기온이 따뜻해져서 꽃이 더 예쁘게 피어나고
가을에는 찬비 한번내릴 때마다 기온이 떨어져서
자꾸만 나뭇잎이 낙엽 되어 떨어진다는데
9월 중순에 내리는 비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기온은 19도~21도에 머물면서
싸늘함 마져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비 내리는 날은 은근히 바빠야 잡념이 생기지 않건만
할일 없이 뒹굴거리다가 창밖을 내다보며

비가 멈춰지기만을 따분함으로 기다려보는데

따분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채, 또다시 날궂이 하기위해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있는 해수욕장을 아무 생각없이 나가봤다.

별로 볼 일도 없으면서 해수욕장 한바퀴는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없이 멋진 바다 풍경일텐데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서
맑은 날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우중충한 바다는 그래도 가슴을 탁트이게 해줘서 걸을만 했으나
온통 무채색이라는 것이 우울하게 했다.

날이 좋으면 등대가 서있는 풍경도 멋졌을 텐데

오늘은 모든 것이 우중충....자랑할만한 풍경은 못되었다.

 

철 지난 가을 해수욕장은 그냥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인적이 뜸한 해수욕장에 딱 한사람 걷고 있었다.
나 처럼 목적없이 멍때리러 나온 뒷모습은 아닌듯 보여졌다.

목적은 걷기운동인듯...열심히 걷고 있었다.

 

반대편 해수욕장에도 딱 한사람!!
파도와 누구 발이 더 큰가 내기하듯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걷고 있었다.

예쁜 우산을 쓴 사람은
아예 물속에서 파도와 대화를 나누는듯...
발이 시릴 만큼 싸늘한 날씨라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모래사장에서  진짜 멍때리기 하는 사람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오랜 시간동안 꼼짝않고 앉아 있는 것인지?

이 여인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가늠도 못하고
사시사철 이렇게 앉아 있었다.
뒷모습은 참 쓸쓸하게 보였어도

앞  모습은  편안함의 그 자체였다.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을 지키는 해녀인듯....

일광해수욕장은 한여름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지만
철이 지난 해수욕장에는 이렇듯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띄엄 띄엄  인기척이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일광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학리마을 등대

이곳은 엊그제 다녀온 임랑해수욕장이다.
이곳도 역시 철 지난 한적한 해수욕장일뿐이다.

인적드문 해수욕장에서

비를 맞고 바닷물속을 걷는 사람외에는 진짜 아무도 없었다.

 

해안가 어느 카페 마당가에 핀 바늘꽃이
예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 날도 역시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파도와 눈을 마주치던 갈매기도 없는 쓸쓸한 바닷가는
괜히 마음 까지 차분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어찌 그리 단 한사람도, 없는 것인지
마음이 쓸쓸해서 바닷가를 찾았더니
갈매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바닷가는
쏴~아 하고 밀려오는 파도소리만 들릴뿐

적막함과 쓸쓸함에 서글픔 까지 더해주는 것 같았지만
그렇지만 철저하게 혼자라는 것에 기죽지 않고 즐기고 왔다.

임랑해수욕장 주변에서 가장 많은 곳은 카페였다.
어느집 카페 꽃밭에 핀  예쁜 꽃이 활력을 주는듯 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1시간 남짓 되는 해안길을 걸었다.
모래가 신발속으로 들어갈까봐
모래 위에서는 절대로 걷지 않음도 흠이었는지
소금물을 싫어하고 ,모래를 싫어하고, 비린내를 싫어하면서
해수욕장에는 왜 가끔 찾아 가는 것인지
내가 생각해도 우습기만 했다.

 

그러나 많은 추억들이 지금은 씁쓸함으로 변해 있을지언정

그리움속에는 헛된 기다림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해서

가끔은 아주 가끔, 비 내리는 날이나

차거운 바람이 부는 겨울 어느날에는 해수욕장을 찾게 된다. 

우산을 쓰면  비가오는둥 마는둥
우산을 쓰지 않으면 머리가 젖어들어서
우산을 쓰긴 써야 하건만
요즘 내리는 가을비는 거의 안개비 수준이라는 것에
우산을 쓰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잘 돌아다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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