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06

낯선동네에서의 여름풍경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다보니 마스크를 쓰고는 어느 곳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는 요즘이다. 폭염의 불볕더위는 해안가에도 예외는 없는듯,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여름날의 불청객인 태풍이라도 왔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비를 몰고오는 태풍이면 더욱 좋겠고 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이라도 반가울 것만 같은 무더위속에서 시끄러운 매미소리만 들어보면 하루가 얼마나 더울것인가를 가늠해보는 것도 지겨운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한밤중 까지 이어지는 더위였지만, 잠을 설치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더위 때문에 집콕을 하다보니 일상이 너무 지루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7월27일에 다녀온 낯선동네 '김해 수안마을' 입구이..

나의 이야기 2021.08.05

그리움이 깃든 하얀 백합꽃

텃밭 한켠에 양파 캔 것을 널어놓았기 때문인지 전국적으로 돌풍과 함께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에 약간 긴장을 했던 날이었지만 하루종일 흐린날과 어우러져서, 적당하게 선선한 바람은 산책하기에 딱알맞은 날씨가 되었다. 소나기께서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를 살짝 비켜 갔다는 것이 새삼스레 고마웠다. 요즘은 이렇다할 꽃들이 보이지 않아서 산책길에서도 꽃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은 별로 없었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고, 수국이 곱게 피는 계절이지만 아파트 주변의 산책 코스인, 시골동네에 사시는 어르신들께서는 능소화나 수국꽃은 관심이 없으신 것인지? 접시꽃이 너무 많이 피었다가 사그러지는 모습만 보여질뿐, 다른 꽃들은 눈에 띄지않고... 골목어귀나 담장 옆에서 점점 초라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접시꽃들은 이제는 관심밖이 되는..

나의 이야기 2021.06.23

6월 중순이면 꼭 해야할 일

어제부터 내렸던 비는 밤새도록 내리는 것도 모자라서인지, 오늘 오후쯤에 비가 멈췄다. 장마철이라고 하기에는 비의 양은 너무 작아서 장마철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애매했다. 내일은 하루종일 흐리고, 모레는 또 비소식이 있다. 이렇게 저렇게 비 내리는 것으로 6월의 시간을 잡아먹다보면, 결국에는 장마철이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러다보니 눈이 부실만큼의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언제쯤인가 머릿속이 가물거린다. 아마도 6월이 되면서 부터는 멀쩡한 날이 몇번 없었을 것이라 대충 손을 꼽아보았다. 비가 자주 내려도 들판에는 여전히 새로운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보라빛 도라지꽃이 선명해서 더 예뻐 보였다. 들판의 이곳저곳에서 요즘 눈에 띄는 꽃은 '도라지'꽃이다. 사람들이 많이 심는것은 백도라..

나의 이야기 2021.06.16

비가 내리는 날에, 일 만들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 이틀 전, 일기예보에는 비가 내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 해서 계획을 세우게 되면, 막상 당일이 되었을때는, 비가 내리는 날로 체크가 되어서 종종 황당한 일을 겪게 되는데...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비를 내리게 하는 하늘이 유감스러울뿐이다. 6월의 날씨는 비가 너무 자주 내려서 텃밭에 풀 뽑아내기도 바쁘지만 비오는 날에는 그나마 풀뽑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사뭇 못마땅 하기만 했다. 들판을 산책하다보면, 이른봄에 매화가 피었던 곳에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것을 자주 볼수 있었다. 익어가는 노란 매실도 그렇지만, 청매실을 볼때마다 또하나의 숙제가 머리속을 헤집어 놓는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냥 넘어 가지 못하는 못된 성질은 비가 내린다는 예..

나의 이야기 2021.06.15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

쉽게 나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감기몸살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어릴때 부터 미련곰딴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아프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채, 혼자서 끙끙 앓다가 병을 키우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두문불출로 하루를 꼬박 보냈더니, 점점 더 병이 커지는 것 같아서 약간은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았다. 어린시절에는 부모슬하에 있었고, 얼마 전 까지는 한지붕 밑에 보호자가 있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은 말그대로 적막강산인 집안에서 뭔일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못된 생각을 해보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병원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것이 살기위한 몸부림 같았다. 살기위한 몸부림이라도 좋으니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무언의 압력은 먼곳에 ..

나의 이야기 2021.06.02

그 숲속의 야생화

지난해 11월에 다녀온 후 한번도 발걸음을 하지 않았던, 그 숲속으로 가는 길에는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의 흔적이, 싸락눈이 내렸던 잔설처럼 희끗희끗 남아 있었다. 그 숲속으로 가는 길은 벚꽃이 예쁘게 피었어도 마음이 안편했을 것이고, 벚꽃이 모두 사라졌어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산길로 접어들을 때는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커다란 나무위로 '겹벚꽃'이 탐스럽고, 예쁘게 피어 있는 것이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 같아서 무거운 마음, 무거운 발길이라도 혼자서 가는 산길은 걸을만 했다. 가슴속에 커다란 바위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산 속 깊은 곳의 그 숲속을 다니다보니 어느새 3년 언제 부터인가 내게 있어서 4월은 가슴이 시려오는 아픔이 있는 달이 되었다. 우리집 ..

나의 이야기 2021.04.09

4월이면 걷고싶은 길

변덕스러운 봄날씨는 4월이 시작 되면서 더 심한 것 같았다. 어찌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날려버릴듯한 세찬 바람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쁘게 피었던 벚꽃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화된 것은 딱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3월에 몽땅 꽃이 피었다는 것에 심술을 부리듯, 4월에 부는 바람은 꽃바람이 아니라 심술바람인듯.... 예쁘게 핀 벚꽃들은 모두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들판의 채소들 중에 쪽파는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 그것들을 뽑아야 했고, 다듬느라 긴 시간 동안 들판에 앉아 있었더니 심하게 부는 바람은 엄청 춥기도 했지만 흰눈이 내리듯, 쉴새없이 하얀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예쁘다기 보다는 그냥 허무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얀..

나의 이야기 2021.04.02

입맛 없는 봄날에

예쁜 봄꽃이 하나씩 둘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봄날이다. 히야신스 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책 하는 길에 이곳저곳을 눈여겨보니 수선화도 피고 있었고 매발톱도 꽃망울이 제법 부풀고 있었으며, 어느새 살구꽃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화가 사라져가는 들판은 또다른 봄꽃이 바톤텃치를 하는듯, 자꾸만 예쁜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날씨는 엉망인데, 계절에 순응하는 봄꽃들은 자꾸만 앞다퉈 피기 시작하는 봄이다. 평소에도 입이 짧아서 음식 먹는 것을 그리 좋아 하지 않건만, 봄을 타는 것인지 점점 입맛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 해마다 환절기인 이른 봄날에는 밥을 먹지 못해서, 밥을 양껏 먹었으면 하는 것이 희망사항이기도 한데 어떻게 입맛을 찾아야 하는가 생각하다가,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텃밭으로 나가..

나의 이야기 2021.03.08

심심해서 만들었던 보름나물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은 하루종일 이집 저집에서 보름나물에 밥비벼 먹느라고 그냥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있었지만 요즘은 세월이라는 것이 혼자서 밥을 먹게 만들어서 그냥 기분이 그저 그랬다. 누군가와 함께 보름날 세시풍속의 재미에 푹 빠져서 괜히 아침부터 마음까지 풍성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앞에서 괜히 마음만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보름날이 하루 지난후, 여동생 가족이 울산에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서 내려왔다가 집에 들리겠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저것 주섬주섬 냉장고와 냉동칸에 있었던 것들을 꺼내서 냉장고 비우기를 할겸... 보름나물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우울했던 시간들을 달래보기로 했다. "언니 집에 가서 보름나물과 오곡밥을 먹겠다는...." 동생의 전화가 그냥 고마웠다. 음식을 만들다보면 우울함이..

나의 이야기 2021.02.26

집, 베란다에 핀 꽃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콕을 자주 하다보니, 거실에서 베란다를 바라보는 일이 자주 생겼다. 두식구가 살때는 식물 키우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많은 식물들을 키워냈는데 어느순간에 혼자가 되고보니 집안의 식물들을 돌아볼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나혼자 산다는 것도 버겁기만한데, 어찌 너희들 까지 돌보겠냐구... 화분 100개가 넘는 식물들을 방치하고, 내다버리고, 스스로 명을 다하게 만들고 참으로 못할짓을 많이 했었다. 살아남는 녀석들만 함께 끝까지 가겠다고 작정한후 겨우 물만 가끔씩 주었더니 그래도 때가 되면 꽃을 피워주고, 싱그러움도 보여주고, 요즘 처럼 춥기만한 겨울날에 베란다를 참으로 예쁘게 해줬다. 바깥 날씨는 자꾸만 영하로 내려가건만 앙증맞은 빨간 꽃봉오리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베란다 안에 있..

나의 이야기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