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음력 9월 보름날에

nami2 2023. 10. 30. 22:29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리 바쁜 것인지,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사는 세상!!

계절을 잊어버린채 꽃이 피는 꽃바보들이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인간 바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는 윷놀이판의 도찐-개찐(도긴개긴)인듯 했다.

이곳 해안가의 날씨는 하루에도 열두번 변덕이 죽끓듯 심했다.
맑음이었다가 흐림, 또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가 잠잠 그리고 또 흐림 
그러다보니
하늘 쳐다보는 일도 별로 없고 늘 날씨 때문에 투덜투덜이다.

늦가을이라는 세상도

그다지 달갑지 않으나 그래도 계절 모르는 꽃들은 참 열심히 피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풍이 한창 물드는 계절과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이미 거리의 가로수들은 바람에 의해 겨울나무가 되어 있고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도 눈구경 못하는 것도 그저 그러려니...
이곳의 해안가 세상은 계절과는 전혀 상관없는 요지경속이건만
계절은 싸늘함과 함께 자꾸만 겨울로 향해 가고 있는데  
공원길에는 벌써 애기동백꽃이 화사하게 피고 있는 세상이 우습기도 했다.

알바를 끝내고 늦은 저녁에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데
나무 숲 사이로 보여지는 하늘이 이상했다.
검은 띠 처럼 얼룩이 생기면서 갈라지는 모습 속에 빛이 약간 보였다.
'하늘이 왜 저럴까' 의아하면서
현관을 들어서지 못한채 그냥 하늘을 바라보며 일단 사진을 찍어봤다.

잠시 후 갈라진  검은 띠 옆으로 환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도 신기해서인지 그 찰나의 순간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깜깜한 하늘의 한줄기 빛을 그냥  멍때리며 바라봤을뿐인데
갑자기 둥근 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  둥근달이네
깜짝 놀라면서 음력 초하루에 절에 다녀왔던 날짜와
엊그제 음력 9월9일(중앙절)의 날짜를 짚어보면서 혹시 보름달?

*음력 9월9일은

돌아가신 날짜를 모르는 조상님들의 제사를 지내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제사 지내는 집들이 많았다.*

 

티브이에서 다큐프로를 보는 것 처럼 신기하게 하늘을 쳐다봤더니
구름속에서 빠져나온 둥근달이 훤하게 인간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이런식으로 보름달을 보게 된 것도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집에 들어 가자마자 달력을 봤더니

음력 9월15일( 양력10월 29일) 진짜 보름이었고....

엊그제 하늘에 뜬 눈썹달을 봤는데, 어느새 보름달이 떠있음에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고 있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매달 음력 초하루를 지켜가며 열심히 절에 다녔으나
음력 보름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살아왔고
그러면서도
매달 음력 18일(지장재일)을 지키면서 절에 가는 것도
어쩜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봤다.
*매달 음력 18일 지장재일은

 돌아가신 분을 위한 영가천도 법회가 있으니까...*

음력 9월15일(양력10월 29일)은
누가 뭐래도 11월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늦가을인데
시골동네 어느집의 나팔꽃은 여름날 처럼 예쁘게 피고 있었다.

늦가을이지만 우리 텃밭의
맨드라미도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5월에 피는 장미꽃나무도

자꾸만 꽃봉오리를 만들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

엄청 건강해보였다.  

늦가을이라서 간밤에 서리가 살짝 내렸건만 ...
인간으로 비유하면 100세를 넘길 수명 같았다. 

작은 연못 속의 수련도 질긴 목숨이라고
웃어봤는데...

 

이제서 꽃봉오리를 만들면서
활짝 꽃이 피는  백도라지는
또 어떠한가 진짜 어이상실이었다.

그래도 늦가을이니까
이렇게 예쁘게 국화꽃을 피우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제멋대로 만끽하는 자연의 횡포는
인간의 마음을 속상하게 할 때도 있었고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나오게도 했으며
또 신기한 모습으로

멍때리게 할 때도 있다는 것이 재밌기만 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