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석이 지난후 다녀온 그 숲속

nami2 2023. 10. 2. 22:32

10월이 시작되면서 확연하게 피부로 느껴지는 일교차는
한낮은 햇볕 자체가 아주 따끈따끈 했으며 그늘은 서늘했고
해가 지고난 저녁에는 은근한 추위가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너무 더워서 투덜투덜이었는데
달력 한장 넘기게 되면서 넘나드는 기온차이는 진짜 가을을 실감케 했다.

추석이 지난 후 뒤늦게 다녀오게 된 그 숲속의 성묘길....
추석 전 후로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마음은 늘 그리움이 머무는 숲으로 가고 있었지만
몸은 늘 바쁜 일상에서 탈출을 못했음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가끔은 깊은 회의를 느끼기도 했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9월
태풍탓도 해봤고, 때늦은 가을 장마도 탓도 해봤지만
어째튼 비가 너무 자주 내린 탓에 추석 전에 다녀와야 했을 성묘는
이렇게 저렇게 자꾸 미뤄지다가 때를 놓치게 되었음은
순전히 나의 부주의였으며, 게으름이었고, 기억상실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비내리는 산속의 숲길
마을버스에서 내려 계곡 옆의 산길을 40분정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두려움으로 주눅들게 한 것도 있었기에
비가 많이 내렸던 9월의 날씨 탓도 덩달아 해보면서  뒤늦게나마
그리운 사람이 머무는 숲속에  다녀오면서 느껴지는 가을이 그냥 좋기만 했다.

오늘 만큼은 인적드문 숲길을 혼자서 걸어갈만 했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발밑으로 툭 툭 떨어지는 도토리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군데군데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심심하지는 않았다.

얼마나 도토리가 많았는지를 표현 해보면
숲길의 도토리들이 몽땅 다람쥐 '먹거리'라고 한다면
아마도 숲속의 모든 다람쥐들이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과식을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잠깐 5분동안 주워본 도토리는
금새 주머니를 불룩하게 했다.
순간 도토리묵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냥 숲길에서 도토리 줍는 재미를 느껴봤을뿐인데
집에 와서 꺼내 놓고보니 제법 많았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 주변에는
그동안 너무 비가 많이 내렸던 탓인지
야생화들도 보이지 않았고
익어가는 가을 열매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숲속 낙엽 위에서 겨우 찾아낸 야생화는 '오리방풀'이였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인지 웃자라서 쓰러져 있었다.
꽃이 많을 때는 못본체 했던 식물이었지만
그것 마져도 귀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자꾸만 아쉬움이 있어서 야생화를 찾아봤더니
그리운 사람이 머무는 숲속의 그 나무 뿌리(수목장) 옆에서
또 하나의 희미한 꽃을 찾아냈는데
이번에는 '개도둑놈의 갈고리' 야생화였다.

꽃이름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주 귀한 꽃이니까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성껏 사진을 찍어봤다.

아무 것도 없는 쓸쓸한 숲길은
초가을의 9월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짐작이 갔다.
이맘때 눈에 띄는 빨간 덜꿩나무 열매도 없었고
보라빛 작살나무 열매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서서 산을 내려오는 숲길에서

선명하게  보여지는 꽃이 눈에 띄였다.
다른때는 흔하기만 했던  참싸리꽃이었는데...
이 쓸쓸한 숲길에서는  싸리꽃도 진짜 반갑기만 했다.

참싸리꽃의 꽃말은 '은혜'였다.

참싸리는 장미목 콩과의 낙엽떨기나무이다.
7~9월에 홍자색으로 꽃이 피는데
싸리꽃 종류도 꽤 여러종류가 있었다.
흰참싸리, 선녀싸리, 긴잎참싸리..등등이며
참싸리는 산간지방에서는 고급 연료로 취급되고
삼태기, 바구니와 마당비 등등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평소에는 인적드문 정말 쓸쓸한 숲이었으나
오늘, 그 숲으로 가는 길은 추석연휴 덕분에
그리고  바람에 떨어지는 도토리 덕분에
가끔씩 사람 구경을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추석 연휴라서 등산객들이 보였고, 도토리 줍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그리운 사람이 머무는 그 숲으로 가는 길은
시간이 갈수록  혼자 걸어가도 두렵지는 않았지만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걸어가기에는 약간은 버거운 길이었다.

 

여름날의 무더위와 초가을의 잦은 비 때문에 뜸하게 찾게 되었다는 것에
이제와서 운전면허 따놓지 않았음을 엄청 후회해봤지만
사람의 앞 일은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일...
평생 나의 운전기사가 되어줄 사람이 그렇게 빨리
이 숲에서 머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것은 그저 씁쓸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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