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도시장에서 가족과 함께

nami2 2023. 11. 17. 22:47

모처럼 가족 끼리 떠난 늦가을 여행은 경주에서 시작하여  
영덕으로 올라 갔다가 포항으로 돌아가는 코스였는데
여행도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가 있었다.
가족들이 차에서 내린후, 운전자가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여동생 발등 위로 차바퀴가 올라앉았다.
이쪽이 잘못했냐, 저쪽이 잘못했냐.. 시비가 오고 가기에는
두사람은 부부였기에

가족들은 너무 황당해서 모두들 머리속이 하얘졌다.
자칫하면 여동생 발등이 그냥 부서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동생이

힘껏 비명을 지르더니 무언가 쑥 빠지는 것이 보여졌다.
차바퀴 밑에 운동화를 남겨놓고 발을 빼냈던 것이다.
어떻게 발을 빼낼 용기가 생겼는지는 모르나

그대로 차바퀴 밑에  발이 있었다면

아마도 발이  뭉개지지 않았을까 아찔했다.
나중에  물어보니까
엄지 발가락에 바퀴가 살짝 눌려 있는 것 같은 촉감에
용기를 내서 발을 빼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정말 하늘이 돕지 않고서야 그런 기적이 일어날수 있는가
순간적으로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많이 걷는 것이 주목적인데
차 사고 후유증인 엄지 발가락의 충격으로 걷는 것을 포기하다보니

영덕쯤에 있는 보경사는 포기하고, 찾아간 곳은 포항 죽도시장이었다.

그리 많이 다친 것은 아니니까 식사부터 하자는 동생의 제의에
모두들 눈치를 보면서 죽도시장 대게집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이 모두 대게를 좋아해서 대게를 먹으러 갔는데
대게의 제 철은 12월 부터인데
요즘 대게는 그다지 먹을만한 것이 없다고 해서
수족관을 들여다봤더니  킹크랩과 박달대게뿐이었다.

박달대게는 수율이 95%이상이고
다리가 모두  붙어 있는 대게를 말한다고 했다.
*수율*이란 살이 가득찬 상태를 말한다.

박달대게는 수협에서 품종을 관리하며 키우는 것으로
맛과 품질이 보증된다고 하며
국산 박달대게가 주로 잡히는 지역은  영덕, 포항 구룡포와 울진이라고 한다.

박달대게와 생선회, 생선찜, 매운탕의 스페셜 상차림을 주문했다.

처음에 나온 음식은 초밥, 튀김, 샐러드
그리고 해산물이었다.
여러가지 음식 중에
왜 야채 튀김이 눈에 들어오는 것인지?

포항 물회가 유명하다면서 물회도 나왔다.

생선구이, 게장, 우럭찜이 나왔지만
차사고로 인한 동생 발가락을 생각하니까
기분 때문인지 음식에서 맛을 느끼지 못했다.

생선회는 방어와 농어, 가자미라고 했다.

대게 삶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탓인지
박달대게와 왕새우가 뒤늦게 나왔다.

불미스런 사고가 없었다면 꽤나 맛있게 먹었을텐데
음식을 먹는 가족들의 머리속에는 온통 여동생 발가락이
어찌 되었을까 궁금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여러가지 코스로 나온 음식들중에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야채튀김이었다.

 

솔직히 당뇨라는 것 때문에

각종 튀김을 입에 대지  않았던 세월이 7년이었기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지금은  혈당 조절이 너무 잘되어서 거의 정상 상태였기에
마음 놓고 튀김  한접시를 혼자서 먹었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물론 회도 먹었고, 박달대게도 먹었지만
그 중에서 내 입맛에 가장 맛있던 것은 튀김이었다.

죽도시장의 대게와 회를 파는 집

해산물 삶아 나오는 것 중에서는
골뱅이가 한접시 나왔는데
까먹기 싫어서 딱 1개만 맛을 봤다.

포항 죽도시장에는 주차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발을 다친 환자가 있었지만, 주차를 해놓고

음식점 까지 걷는 거리는 15분 정도 되었다.

 

힘들다는 표현도 미안해서 하지 못하는 여동생을 부축하면서도
모처럼의  여행중이니까  모두들 침묵을 지켰다.
서울로 올라가서 정형외과를 가는 것이 아니라
포항에서 사진 찍어보고 이상이 생겼다면

기부스를 한 후 서울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가족들의 합의에

 

식사를 마친후 정형외과를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더니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은 의사께서 하시는 말씀인즉
"자동차가 발등 위에 ...하늘이 도운것 같습니다"였다.

 

결론은 발가락 뼈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으로 나왔다.

냉찜찔 20분 한 후 편안한 얼굴을 한 여동생 표정을 보며
병원 까지 함께 갔던 가족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듯...
알게 모르게 불안해 했던 표정들이 완전히 풀린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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