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06

팥죽 먹는 날

날씨는 계속해서 추웠다. 삼한사온이라는 말도 옛말인듯, 벌써 열흘째 정신 못차릴 만큼 춥다는 것은 마음이 춥기 때문에 더욱 춥다는 것을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나 코로나의 극성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차일피일, 하는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보니, 어느새 날짜는 한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겨울에도 별로 추운줄 모르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에도 매서운 추위가 계속 되다보니 애기동백꽃도 모두 얼어서 초췌한 모습이고, 텃밭의 채소들도 엉망이 되었다. 겨울이라고 해서 걷기운동을 미룰수는 없고, 밖으로 나가봐도 눈에 띄는 풍경들은 삭막함뿐이라서인지 걷는 것도 지루하고, 만보 걸음수를 채우는 것에도 자꾸만 잔꾀를 부리게 된다. 어쩌다가 눈에 띈 산비탈 나무 숲에서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를..

나의 이야기 2020.12.21

햇볕좋은 겨울날

주변을 둘러보니 가을의 흔적이 약속이라도 한듯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직은 남아 있는 텃밭의 배추들을 빼놓고는, 거의 겨울 분위기로 간다는 것이 삭막하기만 했다. 아파트 화단 옆에 서있는 단풍나무가 올해의 마지막 단풍인듯,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보려니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야만 어울리는 풍경! 아침마다 창문을 내다보며 눈인사를 하게 된다. 혹여 밤사이에 거센 바람이 불어서 노란 모과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아파트 뒷곁에 산이 가로막혀 있지만, 그 산너머에는 바로 바다가 있다. 바다바람과 산바람이 어울어져서 일년내내 바람에 시달려야 하는 이곳 아파트는 바람 때문에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곳이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없다는 장점도 있고 무엇..

나의 이야기 2020.12.10

적막한 숲으로 가는 길

땅만 바라보고 걷는 산길에는 낙엽이 신발속으로 자꾸만 들어갔다. 예쁜 단풍이 바람에 떨어져서 뒹구는 낙엽이 아니라, 억지로 푸른잎이 떨어져서 우중충해진 낙엽!! 그래도 만추의 계절이니까 낙엽 밟는 느낌이 즐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서글픈 마음은 시간이 흘러가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서러움이 들어있는듯 했다. 우리집 아저씨에게로 가는 길.... 가끔씩 새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숲에, 겨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아서 가을이 떠나기전에 한번 더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에, 적막한 가을 숲길을 걸어갔다. 숲길을 걷고, 산모퉁이를 돌고, 암자 곁을 지나서, 또다시 산모퉁이를 돌고.... 마을버스를 내려서 걷는 길은 40분 정도 되지만 울창한 숲이 하늘도 보이지 않을때는, 겁이 많은 내가 혼자서 걷기에는 조금은..

나의 이야기 2020.11.12

아침 식사대용 '단호박'

하루종일 안전문자의 알림소리가 쉼없이 날아들었다. 5호 태풍 '장미'가 동해남부 이곳을 관통하는 것에 대한 ,긴박한 소식이었다. 코로나의 재난문자에 이미 염증을 앓고 있는터라, 그까짓 안전문자 하면서 소홀히 하였더니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스피커 폰으로 들려오는 내용 또한 공포감으로 기를 죽이는 멘트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거센 바람으로 인하여 유리창이 깨질염려가 있으니까 창문틈에 테프로 고정을 하고 이 더위에 베란다 창문도 열지 말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말라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바람이 창문을 흔드는 기색이 없었고, 폭우도 쏟아지지 않았다. 아파트 체육공원에서 걷기운동 하기 딱 좋은 시원한 바람과 이슬비 정도의 기후변화는 그냥 어이없게 만들었다. 상륙 2시간만에 소멸되었다는, 5호 태풍 장미는..

나의 이야기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