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계속해서 추웠다. 삼한사온이라는 말도 옛말인듯, 벌써 열흘째 정신 못차릴 만큼 춥다는 것은 마음이 춥기 때문에 더욱 춥다는 것을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나 코로나의 극성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차일피일, 하는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보니, 어느새 날짜는 한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겨울에도 별로 추운줄 모르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에도 매서운 추위가 계속 되다보니 애기동백꽃도 모두 얼어서 초췌한 모습이고, 텃밭의 채소들도 엉망이 되었다. 겨울이라고 해서 걷기운동을 미룰수는 없고, 밖으로 나가봐도 눈에 띄는 풍경들은 삭막함뿐이라서인지 걷는 것도 지루하고, 만보 걸음수를 채우는 것에도 자꾸만 잔꾀를 부리게 된다. 어쩌다가 눈에 띈 산비탈 나무 숲에서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