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67

짙은 안개속의 텃밭 풍경

몇날 며칠 동안 내리고 있었던 장마비가 잠시 소강상태 였고 여전히 습도는 높으면서 후덥지근 했으나 그래도 기온은 하루종일 23도에 머물렀다. 7월으로 접어들면서 더위에 대한 부담감이 꽤 있었지만 아직까지의 선선한 날씨는 이곳이 해안가였기에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었지만 주말 알바 때문에 텃밭 일이 밀려 있어서 이른 아침에 밭으로 나가보았다. 오전에는 따끈 따끈한 햇볕 때문에 곤혹을 치뤘지만 오후로 접어들면서 짙은 안개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안개속으로 사라진 것 처럼 보여졌다. 수평선도 보이지 않게 만든 바다의 해무가 산 넘어로 날아 들어서 집 주변 까지 영향을 끼치게 한 것은 아닌지 그래도 안개 속에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텃밭의 모습들은 오히려 더욱 예쁘고 ..

텃밭일기 2023.07.03

장마철의 텃밭 풍경

며칠째 내리는 비 덕분에 텃밭 곳곳에 빗물이 넘쳐났다. 밭고랑도 질척거리고, 밭 옆의 도랑가는 작은 실개천이 된듯 맑은 물이 재미있게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예쁘게 피던 꽃들은 모두 후즐근 해져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휘청거리는 것이 애처로워 보여졌다. 그런 텃밭 풍경속에서 가장 신이난 것들은 잡초였다. 뽑아내도 뽑아내도 쉼없이 자라고 있는 잡초와의 실갱이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온갖 채소들은 빗물 때문에 자꾸만 나약해져가는데 약올리듯 성장하는 잡초들은 뿌리 까지 튼실하게 굵어져서 캐내는 것도 힘들었고 키가 큰 잡초와 무성해진 풀들은 낫으로 베는 것도 힘이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장마를 극복하고 나면 무더위는 기승을 떨것이고 뒤이어 올라오는 태풍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어야 하는 해안가의 여름 텃밭..

텃밭일기 2023.06.29

6월 중순,텃밭에 핀 여름꽃

얼마 동안의 가뭄 끝에 흡족하게 내려줬던 비 덕분에 어제 이어서 오늘도 텃밭에서의 잡초제거는 계속 되었다. 이른 아침 부터 시작한 풀뽑기는 오전 내내의 시간을 까먹을 만큼이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밭고랑들을 바라본 후에야 허리 아프고, 배 고프고, 목이 마르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풀뽑기를 했으나 돌아서면 다시 왕성함을 보여주는 풀들과의 치열한 싸움은 아마도 7월이 오기 전 까지는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와 장마비에 더욱 왕성해진 풀들을 잠재우기에는 감당 안될 것은 뻔한 일이고 7월의 텃밭을 생각하면,아찔해진다는 것이 벌써 부터 회의감에 빠져든다. 며칠동안 감자캐고 ,양파캐고, 빈 밭 정리하고,풀뽑고.. 바쁘다보니 제 정신이 든 오늘 아침에서야 텃밭의 또다른 것들이 나를 기쁘..

텃밭일기 2023.06.22

바쁜 6월의 텃밭 풍경

텃밭 일 때문에 그냥 바쁘기만 했던 6월! 그런데 하루에 한번씩 왜 그렇게 천둥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그리도 자주 내리는 것인지? 요란하게 괴성을 울리면서 소나기 내려주는 것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지만 땅이 젖어 있으면 절대로 안되는 요즘은 감자수확, 양파수확을 하는 시기라는 것 때문에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소나기가 자주 내리니까 잡초들은 신이나서 하루에 한뼘씩 자라면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 늘 밭에 나가면 우선 눈에 보여지는 풀 부터 뽑는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면서 생수 한통과 냉동실에 얼려 놓았던 찰떡 한조각을 가지고 나가는데 오전 8시쯤에 얼었던 떡이 녹으면서 꾸역 꾸역...그냥 배를 채운다는 심정으로 먹었다가 급체가 되면서 이틀 동안 먹지도 않고, 움직이도 않고 누워서 꼼..

텃밭일기 2023.06.15

텃밭에 피고 있는 초여름꽃

기온이 올라가면서 늦봄이라고 생각했던 텃밭의 농작물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꺼번에 꽃을 피우면서 초여름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초여름이었기에 일단 꽃을 피우는 쌈채소들은 씨를 만들기 위해 마무리 단계였지만 열매를 맺는 채소들은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게 되니까 시작과 끝을 알리는 채소들을 지켜보는 것도 텃밭이었기에 가능했으므로 고귀한 시작과 아름다운 끝마무리도 엄청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초여름의 날씨가 견딜수 없이 더워지면서 아침 잠을 줄이고 이른 아침에 밭으로 나가는 것이 조금은 억울했으나 이슬이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풍경은 상쾌해서 좋았고 노랗게 꽃이 피고 있는 채소들의 예쁜 모습은 혼자보기 아까울 만큼, 자연의 신비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았다. 오전 9시 이후에 햇볕이 따갑더라도 이마에서..

텃밭일기 2023.06.09

풍성해져 가는 6월의 텃밭

일주일에 한번씩 비가 내리다보니 너무나도 풍성해져 가는 밭작물 덕분에 밭에서 할 일이 엄청 많아진 요즘이다. 오뉴월 햇볕은 어떤 영양소 보다 좋다고 한다는데 햇볕과 잦은 비 덕분에 쑥쑥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흐뭇해지는 것 같았으나 그만큼 잡초들도 덩달아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좋아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바쁜 일이 있어서 3일 정도 밭에 나가지 않으면 어느새 잡초가 채소밭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 어이없어진다. 3월에 씨감자를 심었던 감자가 벌써 알이 굵어지고 지난해 11월에 심어놨던 양파가 모두 쓰러져서 뒹군다는 것은 수확 할 시기가 다가오는 조짐이라서 괜히 마음까지 바빠진다. 4월 중순에 심었던 모종들이 어느새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자연의 순리..

텃밭일기 2023.06.02

뻐꾸기 소리 들리는 텃밭 풍경

이른 아침에 뻐꾸기 소리가 들려와서 봄날이 제법 성숙해져 가고 있는가 했더니 5월 초 부터 기다렸던 뻐꾸기는 초여름의 더위를 몰고 온듯... 뻐꾸기 소리 때문인지, 갑자기 여름이 된 것 처럼 아주 더웠던 오늘이었다. 늦으막하게 오전 10시쯤에 텃밭으로 나가서 일을 했었던 엊그제와는 달리 7시30분쯤의 아침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앉은 텃밭은 상쾌했으나 오전 9시가 넘어가니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만큼 더웠다. 진짜 초여름이구나 텃밭에서의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 맥이 빠져나간다는 생각으로, 내일 아침 부터는 오늘보다 30분 일찍 오전 7시쯤 텃밭으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올해 부터는 텃밭의 짜투리 땅에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공원이나 수목원에 가서도 제대로 볼수 없는 순수..

텃밭일기 2023.05.15

보약 같은 텃밭의 봄채소들

시간의 흐름은 자꾸만 봄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듯한 날씨는 여전히 춥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몸을 움츠리기에는 텃밭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도 흙속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은 뭐든지 예쁜 것만은 아니라 골칫거리도 꽤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잡초는 새싹부터 없애버리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호미로 흙속을 박박 긁어서라도 못된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요즘에 할 일이었다. 나중에 풀 때문에 골치아픈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이게 했다. 또한 겨울을 지낸 월동채소들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꽃이 아무리 예뻐도 텃밭채소들의 봄꽃은 빨리 뽑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쁘다고 그냥 봐주기에는 텃밭은 부족했으며 빨리 뽑아내..

텃밭일기 2023.03.16

봄날의 유채(겨울초)김치의 맛

기온이 20도를 넘나들면서 본격적인 봄이 된듯 한낮의 따뜻함은 들판을 온통 꽃향기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마냥 좋아 할 일만 아니라는 것은 텃밭에서 월동했던 채소들 까지도 꽃대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유감스럽기 까지 했다. 그동안 꽃샘추위 때문에 움츠렸고 차거운 바람 때문에 눈치를 봤던 이른 봄날의 시간들이 갑자기 마음을 성급하게 하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힘을 이기겠냐만은 날씨의 변화에 순응하는 텃밭채소들은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바람이 불거나말거나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는 할말이 없어졌다. 월동했던 채소들은 야속하게도 한꺼번에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채소들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면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잘알기에 포기 해야 하는 채소와 서둘러서 뜯어 먹어야 하는 채소들..

텃밭일기 2023.03.07

텃밭에 찾아온 완연한 봄!

극심했던 겨울 가뭄의 끝은 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며칠에 한번씩 촉촉하게 내려주는 봄비는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듯... 봄의 기운은 시간이 갈수록 텃밭을 싱그럽고 예쁘게 했다. 흙먼지 날리던 텃밭의 건조함은 사라지고 밭고랑 언저리에 한그루씩 심겨져 있는 과수나무들의 봄맞이는 꽃망울을 만들었고 꽃봉오리가 터져서, 텃밭에서의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텃밭에서도 늘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사의 밑거름에서 가장 중요한, 거름 포대를 밭고랑 까지 운반하는 것은 이번에도 또 사람을 잡았다. 1포에 3000원씩 20포, 이것만 있으면 봄농사는 충분했으나... 배달된 거름 포대(20키로)를 운반해야 한다는 것이 밭농사에서는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냄새가 심..

텃밭일기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