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32

풍성해져 가는 6월의 텃밭

일주일에 한번씩 비가 내리다보니 너무나도 풍성해져 가는 밭작물 덕분에 밭에서 할 일이 엄청 많아진 요즘이다. 오뉴월 햇볕은 어떤 영양소 보다 좋다고 한다는데 햇볕과 잦은 비 덕분에 쑥쑥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바라보면 저절로 흐뭇해지는 것 같았으나 그만큼 잡초들도 덩달아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좋아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바쁜 일이 있어서 3일 정도 밭에 나가지 않으면 어느새 잡초가 채소밭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 어이없어진다. 3월에 씨감자를 심었던 감자가 벌써 알이 굵어지고 지난해 11월에 심어놨던 양파가 모두 쓰러져서 뒹군다는 것은 수확 할 시기가 다가오는 조짐이라서 괜히 마음까지 바빠진다. 4월 중순에 심었던 모종들이 어느새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자연의 순리..

텃밭일기 2023.06.02

뻐꾸기 소리 들리는 텃밭 풍경

이른 아침에 뻐꾸기 소리가 들려와서 봄날이 제법 성숙해져 가고 있는가 했더니 5월 초 부터 기다렸던 뻐꾸기는 초여름의 더위를 몰고 온듯... 뻐꾸기 소리 때문인지, 갑자기 여름이 된 것 처럼 아주 더웠던 오늘이었다. 늦으막하게 오전 10시쯤에 텃밭으로 나가서 일을 했었던 엊그제와는 달리 7시30분쯤의 아침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앉은 텃밭은 상쾌했으나 오전 9시가 넘어가니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만큼 더웠다. 진짜 초여름이구나 텃밭에서의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 맥이 빠져나간다는 생각으로, 내일 아침 부터는 오늘보다 30분 일찍 오전 7시쯤 텃밭으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올해 부터는 텃밭의 짜투리 땅에 꽃밭을 만들기로 했다. 공원이나 수목원에 가서도 제대로 볼수 없는 순수..

텃밭일기 2023.05.15

보약 같은 텃밭의 봄채소들

시간의 흐름은 자꾸만 봄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듯한 날씨는 여전히 춥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몸을 움츠리기에는 텃밭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도 흙속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은 뭐든지 예쁜 것만은 아니라 골칫거리도 꽤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잡초는 새싹부터 없애버리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호미로 흙속을 박박 긁어서라도 못된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요즘에 할 일이었다. 나중에 풀 때문에 골치아픈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이게 했다. 또한 겨울을 지낸 월동채소들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꽃이 아무리 예뻐도 텃밭채소들의 봄꽃은 빨리 뽑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쁘다고 그냥 봐주기에는 텃밭은 부족했으며 빨리 뽑아내..

텃밭일기 2023.03.16

봄날의 유채(겨울초)김치의 맛

기온이 20도를 넘나들면서 본격적인 봄이 된듯 한낮의 따뜻함은 들판을 온통 꽃향기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마냥 좋아 할 일만 아니라는 것은 텃밭에서 월동했던 채소들 까지도 꽃대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유감스럽기 까지 했다. 그동안 꽃샘추위 때문에 움츠렸고 차거운 바람 때문에 눈치를 봤던 이른 봄날의 시간들이 갑자기 마음을 성급하게 하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힘을 이기겠냐만은 날씨의 변화에 순응하는 텃밭채소들은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바람이 불거나말거나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는 할말이 없어졌다. 월동했던 채소들은 야속하게도 한꺼번에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채소들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면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잘알기에 포기 해야 하는 채소와 서둘러서 뜯어 먹어야 하는 채소들..

텃밭일기 2023.03.07

텃밭에 찾아온 완연한 봄!

극심했던 겨울 가뭄의 끝은 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며칠에 한번씩 촉촉하게 내려주는 봄비는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듯... 봄의 기운은 시간이 갈수록 텃밭을 싱그럽고 예쁘게 했다. 흙먼지 날리던 텃밭의 건조함은 사라지고 밭고랑 언저리에 한그루씩 심겨져 있는 과수나무들의 봄맞이는 꽃망울을 만들었고 꽃봉오리가 터져서, 텃밭에서의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텃밭에서도 늘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사의 밑거름에서 가장 중요한, 거름 포대를 밭고랑 까지 운반하는 것은 이번에도 또 사람을 잡았다. 1포에 3000원씩 20포, 이것만 있으면 봄농사는 충분했으나... 배달된 거름 포대(20키로)를 운반해야 한다는 것이 밭농사에서는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냄새가 심..

텃밭일기 2023.03.01

텃밭에서 뜯어온 쑥국의 향기

텃밭 일을 하기에는 겨울 같은 차거운 바람은 계속 불어왔지만 그래도 봄꽃이 계속해서 피고 있는 이른 봄날인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농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밭으로 나갔다. 웬지 농사 일이 하기 싫다는 생각은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게 했고 곧 3월이라는 것이 부담을 가져다 주었으며 이제껏 8년 동안 계속 해온던 농사일을 하지 않을수도 없었으니 그래서 올해는 포기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막상 밭으로 나가서 일을 하다보니, 텃밭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겨울동안 텃밭에서 손을 떼고 편하게 살았다는 것이 게으름의 원인이 된 것인가, 일 하기 싫다는 생각 자체가 우습기만 했다. 이제 다시 봄은 왔고, 농사일을 시작했으니까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날의 채소들을 예쁘게 바라보게 되면 꽤 괜찮게 적응이 ..

텃밭일기 2023.02.27

산수유꽃이 노랗게 핀 텃밭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약간은 누그러진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바람은 차거웠다. 곧 3월이 될 것이라는 것은 그냥 봄이 올 것이라는 이유로 좋았으나 텃밭을 생각하면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았다. 3월이 시작되면 곧바로 감자를 심어야 하고, 완두콩을 심어야 하는데... 왜그렇게 날씨가 자꾸만 추운 것인지? 그동안 추위 핑계대고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어느새 3월이 코 앞이다. 올 텃밭 농사의 시작은 완두콩과 감자를 심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우선 순위로 완두콩과 감자 심을 밭에 풀도 뽑아야 하고 삽질을 해서 흙을 뒤집어야 하고, 밑거름도 해야 하건만 겨울동안 푹 쉬고 있었던, 농사에 대한 머리속 한켠이 헝클어진 듯 했다. 자꾸만 미뤄지게 되고, 일 할 엄두도 나지 않고, 재미없다는 생각도 해봤..

텃밭일기 2023.02.23

올해(계묘년),텃밭 농사 시작

며칠째 기온은 영상10도가 넘어섰고 추위는 사라진 것 같았으나 유난히 바람이 세게 부는,영등할매의 계절 2월이다. 해안가에 부는 바람의 신 영등할매가 딸과 함께 내려오는 해는 딸의 예쁜 치마가 벗겨질까봐 바람이 얌전하게 부는데 며느리와 함께 내려 오는 해는 며느리의 치마가 벗겨지도록 세찬 바람을 몰고 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어째튼 올해는 2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분다는 것이다. 아마도 영등할매가 며느리와 내려오기 때문에 심술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그러나 들판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매화가 화사하게 피고 있었기에 알게 모르게 마음은 자꾸만 텃밭으로 나가고 있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무너져 내린 밭고랑도 다듬어야 하고 월동작물이 심겨져 있는 밭에도 기본적인 거름..

텃밭일기 2023.02.07

2월이 시작되는 텃밭에서

삭풍이 지나간 한낮은, 훈풍이 느껴질 만큼 따뜻해지는 날씨였기에 산책삼아 들길을 걷다보니 또다시 하나 둘, 봄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워낙 추웠던 날씨여서인지, 날씨가 풀리면서 지난번에 꽃이 피다가 주춤했던 매실나무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고 메마른 풀잎 사이로 작은 풀꽃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강추위를 몰고 왔던 동장군의 기세가 수그러지는 것 같아서 우선 텃밭으로 가보았다. 2월초 였지만,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니까, 날씨가 따뜻해지면 텃밭에서 본격적으로 봄농사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주춤했다가 다시 꽃이 피기 시작하는 '광대나물'꽃이 더욱 성숙해진듯 정말 예뻐보였다. 어느새 광대나물꽃은 추운 겨울바람을 밀쳐내고 봄의 전령사가 된 것 처럼 보여졌다. 삭막했던 들판에서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텃밭일기 2023.02.02

봄소식을 전해주는 텃밭에서

봄소식이 전해지는듯... 봄의 전령사들이 하나 둘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어서 겨울 끝, 봄의 시작인줄 알았는데 생각치도 않았던 한파가 온다고 했다. 오늘은 24절기 중 마지막, 스물 네번째 절기인 대한(大寒)이다. 大寒은 음력으로 섣달에 들어 있어서 한 해를 매듭짓는 절기라고 한다. 겨울 추위의 절정기라고 할 '대한' 추위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도 비켜가지 않을 것 처럼 꽤 추워지기 시작했다. 들판에서는 매화가 예쁘게 피고 있는데, 동장군이 기승을 떨 것이라고 하니까 겨울이 끝나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절 차례상에 올릴 삼색나물(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중 파란색깔 나물인 시금치가 필요해서 텃밭에 나가보았다. 이제껏 큰 추위가 없어서인지 시금치는 뜯어 먹을 만큼 자라고 있었..

텃밭일기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