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76

2월 초순의 텃밭 풍경

태풍이라고 착각 할 만큼의 거센 바람이 잦아들었으나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설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와서 그냥 마음만 바쁠뿐.... 춥다는 느낌 때문인지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것이 혹시 나이 탓인가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게으름을 피운다고 누가 일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고.... 설명절 차례상에 올릴 시금치를 뜯으러 텃밭으로 나가면서 바라본 하늘이 언제 저렇게 예뻤었나 새삼스럽다는 생각을 해봤다. 벌써 열흘째 지긋지긋 할 정도로 우중충했으니까... 어쩌다가 맑게 갠 하늘에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닌가 황송한 마음으로 웃어봤다. 진짜 얼마만에 보았던 맑은 풍경이었는지 우중충함이 사라진 하늘은 미세먼지도 없는 아주 깨끗한 모습이었다. 텃밭으로 가는 들길을 지나면서 마주친 매화도 맑은 날씨 덕분에 더욱 화사하게..

텃밭일기 2024.02.07

딱새와 함께, 겨울 텃밭에서

아직은 음력으로 12월 초였고 24절기 중 대한(大寒)추위도 남아 있었기에 한 겨울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냉이를 뜯으러 텃밭으로 가봤다. 냉이는 이맘때 캐다가 국을 끓여 먹으면 가장 맛이 있을 때인데 조금 시기가 늦어지면 꽃대가 올라와서 뿌리가 질겨진다. 그래서 춥다고 게으름을 피우면 냉이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기에 한낮의 기온이 최고로 따뜻하다고 할 때 호미를 들고 나가봤다. 그런데 텃밭에는 냉이도 많이 있었지만 마른 풀잎 사이로 부지깽이(을릉도취)나물들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자라고 있어서 더 추워지기 전에 뜯어야 한다는 생각뿐... 겨울 바람이 차겁다는 것은 그냥 참을만 했다. 한겨울날의 텃밭은 일손 놓은지 꽤 되었고, 얼었다 녹았다가 반복되어 엉망이 되어 있었으나 그래도 파릇파릇 자라는 채소들..

텃밭일기 2024.01.16

올해의 마지막 텃밭 마무리

기온이 자꾸만 영하로 내려간다고 할 때마다 무언가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대체 한파가 오기 전에, 텃밭에 무슨 할일이 더 남아 있었는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웬지 불안한 마음은 마음속을 참으로 어수선하게 했다. 텃밭의 웬만한 월동 채소들은 모두 비닐로 덮어주었고 당장 먹을 대파도 뽑아다 놨었기에 가끔씩 비닐속의 월동 채소들을 뜯어다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카레라이스를 하려고 당근을 썰다보니 문득 텃밭의 당근 생각이 났다. 밭 끝쪽에 심겨져 있었기에, 잠시 깜빡 잊고 있었다는 것이 황당했다. 그동안 영하7도~ 9도 까지, 내려간 이곳의 기온으로서는 강추위였거늘 갑자기 마음이 몹시 급해졌지만 선뜻 밭으로 갈 수 없었음은 땅이 꽁꽁 얼어있다는 것이다..

텃밭일기 2023.12.26

겨울 텃밭, 김장배추 뽑는 날

극심한 겨울 가뭄에서 갑자기 겨울 장마가 된듯... 포근하기만 했던 날씨는 우중충으로 돌변했고,바람은 심하게 불었으며 내리던 비는 하루를 잠시 휴식을 한 후 주말 까지 계속 비소식이 있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배추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더 달착지근 하게 맛이 들고, 더 고소해진다는 이유로 들판에는 여전히 배추들이 대기상태로 김장 김치로 뽑힐 날만 기다리는 것이 요즘 이곳의 들판 풍경이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날씨가 맑으면서 영하로 내려가는 것은 괜찮지만 잘 키워진 배추가 빗물 속에서 며칠동안 지낸다는 것은 봐줄수가 없었다. 웬지 신경이 쓰여서 배추를 뽑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날씨가 포근한 날에는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하필이면 우중충하고 바람부는 날에 배추를 뽑느냐고...? 밭..

텃밭일기 2023.12.12

가을 같은 겨울날, 텃밭에서

달력의 숫자는 분명 12월이고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날인데 텃밭에는 아직도 할 일이 가득있었다. 손가락으로 셀 만큼, 몇번 정도 영하2도의 추운 날씨가 스쳐 지나갔기에 언뜻보면 밭에 널부러져 있는 채소들이 볼품없어 보일테지만 그나름대로 귀하고 맛있어 보이는 김장채소들이다. 바쁘다고 날짜를 미루고, 춥다고 또 미루고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김장채소를 뽑아야 했고 김치를 담가야 할 만큼, 시간은 자꾸만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글귀 처럼 무엇이든지 시작하면 끝이 있는 법, 게으름도 한계가 있었기에... 오늘 알타리무우를 뽑는 것으로 올해의 김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의 낮 기온은 영상 16도 였기에 추울까봐 입고 나갔던 패딩조끼를 벗을 만큼 날씨가 따뜻해서 오랜시간 동안 밭..

텃밭일기 2023.12.05

11월 중순의 텃밭이야기

강추위가 찾아든다고 해서 또다시 안전문자 메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어제는 낮최고 기온이 22도 였고, 오늘의 낮 최고 기온은 17도였는데... "내일 아침은 영하 1도, 체감온도는 영하 6도" 라고 했다.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이라서 따뜻하기만한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인데 기온이 영하 1도가 되면 한파가 닥친 것 처럼 밖으로 나다니는 사람도 없을 만큼,집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지내지만 그래도 아직은 텃밭 가득 채소가 자라고 있었기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니까 조금은 염려스러워서 밭에 나가봐야 했다. 겨울에도 영하 2~3도 까지는 꿋꿋하게 견디는 채소들이지만 혹시 추위에 다치지는 않을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으나 평소에도 영하1도에 움츠려드는 것은 인간일뿐, 식물들은 전혀 상관 없는듯... 길가의..

텃밭일기 2023.11.24

입동을 하루 앞둔 텃밭 풍경

며칠동안 추적거리며 찬바람과 함께 가을비가 내린 후 올 겨울 들어서 첫 한파가 닥친 곳도 있고 우박이 떨어져서 농작물이 망친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곳의 날씨를 생각해보면 그쪽이 비정상인지 아니면 이쪽이 비정상인지는 종잡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만추의 11월, 입동이 코 앞이라는 것이다.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데 이 무렵 밭에서는 무우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은 굴을 파고 숨는다고 한다. 그래서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이 많이 춥다고들 한다는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텃밭은 입동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이른 봄꽃과 늦가을꽃.. 그것도 모자라서 여름꽃 까지 피고 있는 요상스런 계절인듯 하다. 텃밭에서 늦여름 부터 꽃이 피고 있던 맨드..

텃밭일기 2023.11.07

텃밭, 가을무우로 담근 김치

평소 처럼 밤에도 창문을 열어놨더니 차거운 바람이 들어와서 이제는 '춥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오게 했다. 아무래도 10월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하면서도 한낮의 높은 기온을 생각해보면 가을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갈때가 있었다. 그러나 빠른속도로 내달리는듯한 계절 앞에서는 어쩔수 없다고...이제 진짜 가을임을 실감해본다. 늘 습관처럼 이른 아침에 눈뜨자마자 텃밭에 갔더니 흠뻑 이슬이 내려앉았다. 이슬 내린 채소에 손을 댔더니 시원한 것이 아니라 아주 차겁다는 느낌이었다. 달력을 보니 벌써 내일 모레가 24절기 중 '열일곱번째' 절기 한로(寒露)였다. 한로(寒露)는 일년 중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인데 이 시기가 되면 기온이 더욱 내려가기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에서 가을..

텃밭일기 2023.10.06

깊어가는 가을날의 텃밭

갑작스런 추위도 아닌 전형적인 가을날의 이른 아침 기온은 18도 였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식을줄 모르고 무더웠던 9월이었건만 10월이 시작되면서 황송할 만큼의 서늘함은 오히려 감기가 찾아들지 않을까 하는 괜한 염려스러움이 겉잡을수 없는 인간의 변덕스러움에 그냥 웃어본다. 추석 전 후로 너무 바쁜 일상이었으므로 일주일만에 텃밭에 나가봤다. 날마다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지면 으례 텃밭으로 나갔던 습관도 바쁘기만한 일상에서는 어쩔수 없었나보다. 우선 가장 골치 아팠던 텃밭의 고라니는 이런저런 얄팍한 지혜로 단도리를 잘해놔서 마음은 놓였으나 그동안 달팽이가 김장배추를 얼마나 뜯어 먹었는지 또한 풀은 얼마 만큼 자라고 있을 것인지 케일 잎사귀 위에 파란 벌레가 얼마나 붙어서 갉아먹고 있는지 마음은 텃밭으로 가있었..

텃밭일기 2023.10.03

텃밭의 스트레스는 고라니

추석 명절 차례 준비로 며칠동안 텃밭에 나가지 못할 것 같아서 텃밭의 이곳 저곳을 점검하듯, 30평 남짓의 밭을 돌아본 결과는... 너무 기가 막힐 만큼의 스트레스로 혈압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채소를 심으면 당연히 벌레가 눈에 띄는 것은 그러려니 했지만 여러종류의 쌈채소 밭에서 기가막힘은 그냥 말이 필요없는 스트레스였다. 체력이 보태주지 않아도 텃밭을 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무농약으로 키우는 쌈채소 뜯어 먹는 것이 목적이었다. 쌈채소 외에 다른 종류의 농작물은 쌈채소를 심고나서 밭이 조금 여유가 있었기에 취미삼아 하는 것이거늘 고라니의 못된 짓 때문에 농사도 자꾸만 재미가 없어졌고 인간과 짐승이 싸워야 하는 것도 조금은 치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이 짐승에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 또 인간과..

텃밭일기 202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