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76

텃밭에서 수확한 인디언 감자

첫서리가 이슬인지, 서리인지 착각할 만큼의 약한 무서리가 내리면서, 본격적인 가을 수확기가 온듯 했다. 언제 추위가 닥쳐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동해남부 해안가의 주말농장 이곳 저곳에서는 고구마를 캐고, 고춧대도 뽑아내고 월동채소의 씨도 뿌려야 하고 자잘구레하게 수확할 것이 많아 보였다. 봄날에 재미삼아 심어본 인디언감자(아피오스)가 아직 수확 전이라서 농사라고는 기대하지 않은채, 헛탕을 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캐어보았다. 난생처음, 그것도 밭작물로는 흔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일단 심어놨었기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확을 했더니 한번도 구경해보지 않았던 땅속줄기가 주렁주렁.... 캘 때는 재미있었지만 감자보다 못생긴, 그다지 볼품은 없었다. 인디언감자(아피오스)의 땅속 줄기를 '괴경'이라고 부른다는 ..

텃밭일기 2022.11.11

늦가을,텃밭 주변 풍경

이번 주말쯤에 비소식이 있다는 예보에 텃밭하는 사람들의 바쁜 일손은 우선 양파 모종심기였다. 다른 지방에서 양파심기는 언제쯤인지는 모르나 이곳 동해남부지방은 11월 초순 부터 중순 까지 양파 모종을 심고 있다. 양파도 월동채소 중에 하나라는 것은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되었다. 텃밭농사 짓는 사람들은 모두가 농사짓기에 서툴면서도 직장일 , 집안일을 하면서 잠시 틈을 내어 가꾸는 채소들이기에 비가 내려준다는 소식은 기쁨이었고 힘들게 물을 퍼다 주지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시름 놓을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비 같은 비소식을 앞둔 시간들은 마냥 바쁘기만 했다. 요즘 텃밭에서 하는 일은 초가을에 심어 놓은 채소들을 뽑아내고 또다시 월동채소를 심어야 한다. 동해남부 해안가에는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

텃밭일기 2022.11.10

선선한 가을날의 텃밭풍경

며칠째 계속대는 가을날의 싸늘함은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단풍도 들기전에 어설프게 떨어져서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면 이대로 그냥 겨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만 생긴다. 찬이슬이 흠뻑 내려앉은 텃밭에서 상추를 뜯다보면 손이 시렸다. 오전 8시쯤, 텃밭의 기온은 몸이 움츠려들 만큼의 추위가 느껴졌다. 정성들여 키운 배추는 노랗게 속을 채우려고 결구가 시작되었고 뽀오얀 모습의 가을무우는 점점 굵어져서 예쁜 모습이 되고 있는데...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리며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 한켠은 자꾸만 텃밭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그냥 못마땅했다. 하루가 다르게 예뻐져가는 텃밭 채소들은 싸늘해지는 기온과는 상관없는듯, 꽃을 피우고 더욱 성숙해지는 모습인데 게으름을 피울수도 없..

텃밭일기 2022.10.12

텃밭을 예쁘게 만든 가을꽃들

이른 아침, 텃밭으로 나가는 들길에서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게 부는 날 아침에는 이슬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면, 무언가 섭섭한 마음인데... 바람이 미동도 하지 않는 이른 아침의 텃밭은 흠뻑 옷을 적실 만큼 이슬이 내려앉아 있다는 것이 상쾌함이 되어 하루를 또 시작하게 된다. 요즘은 그냥 바쁘기만 하다. 태풍이 더이상 밭작물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9월의 끝 본격적으로 월동 채소들의 씨 뿌릴 준비를 하게된다. 시금치, 유채(겨울초), 양파, 마늘 ...등등 누가 보면 하루종일 텃밭에서 일을 하느냐고 묻겠지만 텃밭에서 흙과 풀을 만지는 시간은 3시간 정도인데도 일을 마치고나서 집으로 가면 피곤함이 단골손님 처럼 찾아든다. 그래도 주말 알바 이틀을 빼놓고는 거의 일상이 되는 텃밭은 쉼터이고..

텃밭일기 2022.09.28

거센 비 바람을 이겨낸 텃밭

계속해서 날아 들어오는 문자 메세지에 의해서 더욱 요란했던 태풍은 착하게 지나갔지만 텃밭에서의 할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에 , 이른 아침 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우선 휘몰아치던, 거센 비 바람에 의해서 상처를 입은 채소들을 보살펴야 했고 바람 따라 날아오는 해충들이 틈새를 노리고 훼방을 놓을까봐 친환경 병해충 약으로 예방을 해야 했으며 빗줄기에 흠씬 두둘겨 맞은 뿌리가 기력을 찾으라고 영양제를 뿌려줘야 했다. 그냥 밑거름에 맡긴채 농사를 지어야 했던, 초보농사 짓은 텃밭농사 7년차에게는 용납이 되지 않았기에 낮시간은 모두 텃밭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채소들은 모두 보살펴줘야 하는 것들뿐이지만 생각외로 꽃이 피는 식물( 잡초 포함)들은 태풍과는 전혀 상관 없는 듯, 참 예쁘게도 꽃을 피우고 있다..

텃밭일기 2022.09.20

찬이슬이 내려앉은 초가을 텃밭

그다지 바쁜일이 없을 것 같은 초가을 텃밭인데... 태풍이 남겨놓고 간 무지막지한 횡포의 잔재 때문에 태풍이 떠난 후, 본의아니게 먼동이 트자마자 텃밭으로 나가게 되었다. 오늘은 24절기중의 열다섯번째 절기인 '백로'이다. 백로(白露)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이때 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서 풀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른 아침의 텃밭은 찬이슬이 비가 내린 것 처럼 흠뻑 내려 앉았기에 차거운 물 속에 손을 집어넣은 것 처럼 느껴지는 찬기운은... 어느새 계절은 알게모르게 성큼 가을속으로 깊숙이 들어 앉은듯 했다. 생각할때는 이른 추석이라서 꽤 더울것 같았지만 찬 이슬이 내려앉는 계절이라는 것이 영락없는 전형적인 가을임..

텃밭일기 2022.09.08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오는 날

며칠전 부터 초강력한 태풍이 온다고 세상이 들썩들썩 했다. 얼마나 큰 태풍인가는... 사라태풍과 매미 태풍 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대략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었다 사라태풍은 전설 처럼 전해져 오는 강력한 태풍이었고 매미 태풍은 해안가에 살면서 직접 경험을 했었기에 그보다 더한 태풍이라고 하니까 긴장이 되는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해마다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하는,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주는 태풍인데 힌남로 이 불한당 같은 태풍은 또 어떤 형태 찾아들 것인지? 해안가에 산다는 이유로 해마다 겪는 태풍에 대한 스트레스 였지만 올해는 외계에서 큰 괴물이 오는 것 처럼, 하루종일 공포스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날아드는 안전 문자로 인한, 공포스런 긴장감에 비해 날씨는 상상외로 조용했다. 바..

텃밭일기 2022.09.05

텃밭에서 키운, 아주 작은 수박

처서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여름의 끝자락이라는 계절의 밤 기온은 서늘했다. 벌써 가을인가 할 정도로 날씨가 서늘해지다보니 텃밭의 식물중에서는 스스럼없이 사그러드는 식물이 더러 있었다. 그중에 옥수수가 가장 먼저였고, 그 다음은 애플 수박이었다. 그동안 싱그러움을 잘 보여주던 애플수박은 여름의 시간이 끝이났음을 보여주는 듯 갑자기 사그러들었다. 마지막으로 딱 한개 남아있던 애플수박을 따내면서 맛이 어떨까 궁금해 했더니 골프공 만한.... 아주 작은 애플수박의 맛은 달콤했고 향기가 좋았으며, 뒷맛은 섭섭하고 아쉬운 맛까지 들어있었다. 이른 아침에 텃밭에서 처음 만난 꽃은 나팔꽃이었다. 오전 6시의 나팔꽃의 싱그러움은 그냥 예뻤다. 나팔꽃 형제들의 모습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할 만큼 신기하게 보여졌다. ..

텃밭일기 2022.08.26

요즘, 텃밭은 풀과의 전쟁중

이른 아침, 겨울 같으면 첫새벽.....알람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텃밭으로 나가기 위해서 맞춰놓은 알람은 오전 5시였다. 창밖은 어둠이 막 걷힌듯 어스름했다. 벌써 밤이 길어진 것인가 의아해 하면서 일어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해서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났다. 밖의 날씨는 어둠이 막 걷힌 것이 아니라 비가 오려는지, 잔뜩 흐림이었다. 중부지방 윗쪽으로는 물난리가 나서 힘든 상황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날씨만 흐려도 대박이라고 했다. 내리쬐는 폭염을 피해서 밭으로 가는 시간이 오전 5시인데, 날씨 까지 흐림이니까 그동안 미뤄두었던 풀과의 전쟁을 시작해보는 것에는 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고, 날씨는 잔뜩 흐림이어서 우중충 했지만 일 할맛이 날 것 같았다. 바람이 부는 날에..

텃밭일기 2022.08.10

폭염속의 텃밭은....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곳곳에는 물난리가 났다고 걱정들을 하고 있다. 올해는 비 피해가 남부지방이 아니라 중부와 북부지방인듯.... 몇차례나 태풍소식은 있어도 가뭄과 폭염으로 지긋지긋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또 한쪽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비 피해로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해본다. 진짜 더워도 너무 덥다는 생각뿐인 요즘인데 어제가 '입추'였고, 일주일이 지나면 '말복' 그리고 또 일주일 후에는 '처서' 라는 것이 무한한 기다림을 갖게한다. 열대야가 계속 되면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을 못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첫새벽 5시20분쯤에도 여전했다. 오전 7시가 지나면 견딜수 없는 폭염 때문에 텃밭으로 나가는 시간이 더욱 이른시간이 되었다. 겨울 같으면 캄..

텃밭일기 202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