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폭염의 옥수수 수확하던 날

nami2 2023. 7. 31. 22:22

폭염은 계속 되고 있었지만
텃밭에는 비켜 갈 수 없을 만큼  할일이 많았다.
계속되고 있는 찜통 무더위는 고추를 빨강게 익게 했고
덜 여물었던 옥수수들이 갑자기 수확기가 되었음은
순전히 기온 탓이 아닌가 마음이 바빠졌다.
왜냐하면  폭염의 날씨에 그것들을 방치하면 낭패를 본다는 것은
농사를 지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아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들판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것 처럼 보였어도
이곳 저곳에서 인기척이 있기에 살펴보니
모두들  빨간 고추를 따느라
고추밭속에 들어 앉아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웃을수는 없었다.
뜨거운 해가 중천에 떠오르기 전에 하나라도 더
고추를 따야 한다는 현실은 무덥고, 모기에게 물리고, 피곤하다는 것...
이것이 폭염의 더위에  들판에서 꼭 해야 하는 요즘의 과제인 것 같았다.

오전 6시30분의 기온은 29도 였다.
밤새도록 밤잠을 설치게 했던 열대야는 수그러들지 않은채
이른 아침 까지 이어지면서  

뜨겁기만한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다시 불볕의 폭염!!
들판은 바람 한점없이 고통스러울 만큼 덥기만 했다.

잡초였지만, 그냥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강아지풀 위로 이슬은 예쁘게 내려앉았다.

다른 사람들 처럼
우리 텃밭의 고추도 빨갛게 익고 있었기에
고추밭 밑으로 얼굴을 디밀고 고추를 땄다.

이른 아침의 나팔꽃은
여름날을 즐거워 하는듯  참 예쁘게 피고 있다.

텃밭의 상사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예뻐지는 것처럼 보여져서
아침인사로 우선 사진 부터 찍어봤다.

장마가 끝이났음을 호박들이 말해주는듯..
주렁주렁  호박은 매달린 모습만 봐도 즐거웠다.

오늘 아침의  텃밭 수확물은 이 정도인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이와 호박을 따가지고 오려는 생각으로 아침식사는 커녕

물 한잔도 마시지 않은채

간단하게 물 한통을 들고  밭으로 나갔다.

그런데 언뜻 옥수수에 까치가 입을 댄 흔적이 보였다.
옥수수 마져 까치가 먹고 남은 것을 먹을 수가 없어서
옥수수를 살펴보니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옥수수는 너무 잘 여물었음을 까치가 먼저 알아차린 것 같았다.
까치 덕분에 생각치도 않았던 옥수수를 수확하게 되었다.

옥수수를 따고 옥수수대를 정리하다보니 시간은 흘러갔고
아침 식사는 아직이었고 , 어제 저녁도
시원한 캔맥주와 오이 한개로 식사대용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배가 고프다 못해 허기졌고
땀은 비 맞은 것 처럼 흠뻑 쏟아져서 나른했고
갑자기 주저앉을 만큼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다리도 힘이 풀리는 것 같은 증세가
들판에서 위험 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무서워졌고 겁이났다.
그깟 옥수수가 뭔데....
까치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무모함과 미련함이 사람을 이런식으로 잡는구나 생각을 했지만
그때는 이미 기진맥진이었다.
10분 거리의 집으로 가는 길은
3분에 한번씩  쉬면서 들고 나갔던, 물 한 병이 생명수가 될줄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했던 순간이었으며

정말 폭염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새삼 느껴봤다.

집으로 가자마자 기절 직전...
아침 9시쯤에 그냥 누웠다가 낮 12시에 깨어났다.

기절 한 것인지, 저쪽 세상으로 잠깐 외출 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서
힘들게 따가지고 갔던 옥수수를 두솥이나 쪄냈다.
수확한 옥수수는 제법 많았고
그 많은 것을 양손에 들고
집에 갔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미련맞았다.

옥수수를  쪄서 껍질을 까고 냉동실 보관은
한여름 폭염에 이것도 할 짓은 아니었다.
사서 개고생...
누구를 위한 무모한 짓인가,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요것은 까치가 입을 댄 것들이다.
맛있게 잘 여물었기에
입을 댄 자리는 손을 봐서 같이 쪘다.

그렇게 옥수수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었어도
또 내년을 위한 준비....
웃어야 할지 웃지 말아야 할 지, 그것은 나중 생각이고
일단은 단단하게 잘 여문 것으로 옥수수 종자를 골라놨다.

순전히 여동생 내외가 옥수수 귀신이라는 것 때문에

또 내년에도

옥수수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고 생각 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