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하루종일 비내리는 날에...

nami2 2023. 7. 13. 22:30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밭에 나가지 못했기에
밭 꼬라지도 궁금했고, 수확해야 할 채소들이 염려스러웠다.

요즘에는 열매채소들이 수확기에 들었으므로

하루라도 밭에 가지 않으면 빗물에 엉망이 되기 때문에

비가 내리더라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수확을 해야 했다.

오늘도 역시 오전 9시 부터 폭우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라도 수확을 하지 않으면 장마비에 어떻게 될까봐
비 맞을 것을 작정하고 오전 6시쯤 밭으로 나갔다.

물론 갑작스레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옷과 우산도 요즘은 필수품이 되었음에
완전무장을 한 후, 밭으로 나가봤더니...

수확해야 할 것들이 빗물에 치여서 엉망이 되었으면서도

종류별로 꽤 많았다.
이제껏 정성을  들였던 소중한 농작물들 중에서

상추 같은 쌈채소들은 포기했어도, 열매 채소들을 수확 할수 있었다.

이른 아침 텃밭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연분홍 색깔의 '메꽃'들이
예쁘게 피어서 아침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빗물에 풀 자라듯이 쑥쑥 자라고 있는 부추와 청경채
그리고 강낭콩을  우선 먼저 수확을 했다.
빗방울이  언제  굵어지느냐...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노각오이는 올해들어서 처음 수확하는 것이고
가시오이는 이제껏 80개 정도 수확했으며
다다기 오이는 35개...
이 정도 수확을 했으면 대만족이었기에
빗물에 오이 넝쿨이 망쳐져도 이제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토마토  역시 엄청 수확을 했다.
자주 내리는 폭우 같은 빗물에  망가지지 않은채
익어가고 있었음이 고맙기만 했다.

 

흑토마토는 제법 잘익는 것 같고

찰토마토도 이제 제법 익기 시작했다.

 

옥수수는 그동안 12개 정도 땄는데
오늘 3개를 또 따왔다.

4월초에 모종을 심었던 찰옥수수는 오늘 마지막 땄다.

 

10일 정도 있으면 또다른 옥수수가 익어가겠지만

일단 4월초에 심은 '찰옥수수'는15개 수확을 했는데

맛도 좋았고 통통하게 잘 여물었다.

 

옥수수는 밭에서 따오는 즉시
껍데기채 삶아야 맛이 있다는 전문가의 말씀...
그래서 아침식사로 한끼니 때우려고
감자와 계란과 함께 찌기로 했다.

옥수수는 물을 부어서 삶고
감자와 계란은  옥수수 위에 올려 놓으면
정말 맛있게 쪄진다.

옥수수는 물이 끓기 시작한지 40분
속껍질 한꺼풀 남겨놓은채
옥수수 수염과 함께 삶으면, 천연의 달착지근함이 꽤 맛이 있었다.
더러는 옥수수  삶을때

단 것(뉴슈가, 신화당)을 별도로 넣는다고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옥수수를 삶으면  부담없는 맛이 먹을만 했다.

잘 삶아진 찰옥수수가

달착지근하고 고소한맛이 자꾸만 입맛을 자극시켰다.

 

*서울 여동생 집으로 택배를 보낼때도

옥수수를 따다가 삶아서

껍질을 깐후 포장을 해서 냉동에 얼렸다가 보낸다.*

 

텃밭에서 잡초 처럼 쑥쑥 자라는 부추는
벌써 부터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게으름을  피우다보면 억세져서 못먹을 것 같아서
무작정 뜯었다.

 

아직은 부드럽고 먹음직스러웠기에
어쩔수 없이 비내리는 날의 부추전을 해먹기 위해서
귀찮아도 뜯어왔으니 손질을 했다.

그리고 반죽을...

부추에 감자 채썰고, 당근 ,조갯살
그리고 마른 새우를 믹서기에 갈아서 반죽을 했다.

 

밭에서 부추를 뜯어온 죄로 부추전을 부쳐봤다.
아마도 비내리는 날의 날궂이는 '부추전'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텃밭 한켠에 자목련이 회춘을 하는듯 했다.
물론 봄날 4월에 자목련이 예쁘게 피었던 것을 사진도 찍고 했는데
여름날의 장마 비가 보약이 되었는지
다닥 다닥 엄청 많은 꽃봉오리가  맺혔으며
활짝 핀 자목련 꽃을 볼수 있었다.

 

자연의오묘함인지
죽어라고 내리는 빗물에게 항변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장마비가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반갑지 않은 여름날에

자목련꽃이 새롭게 핀다는 것이 신기한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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