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라도 낙엽이 푹푹 쌓인 숲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은 하루 이틀 생각해 낸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가고싶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진 것은 만추가 끝나기전에, 눈이 내리기 전이라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집 주변은 해안가였기에 해풍의 훼방으로 6년째 눈이 내리지 않지만 금정산의 변덕스런 날씨는 도심에 비가 내리면 싸락눈이라도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곧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혼자 걷는 산길은 그런대로 분위기가 있었고 지루하지 않았었기에 금정산 산 중턱에 위치한 범어사 산내암자 금강암을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낙엽쌓인 숲길에서 만난 쑥부쟁이꽃은 날씨가 추우니까 보랏빛에서 예쁜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금강암으로 가는 길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산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