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딱새와 함께, 겨울 텃밭에서

nami2 2024. 1. 16. 22:41

아직은 음력으로 12월 초였고

24절기 중 대한(大寒)추위도 남아 있었기에
한 겨울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냉이를 뜯으러 텃밭으로 가봤다.

냉이는 이맘때 캐다가 국을 끓여 먹으면 가장 맛이 있을 때인데
조금 시기가 늦어지면 꽃대가 올라와서 뿌리가 질겨진다.
그래서 춥다고 게으름을 피우면 냉이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기에
한낮의 기온이 최고로 따뜻하다고 할 때 호미를 들고 나가봤다.

 

그런데 텃밭에는 냉이도 많이 있었지만

마른 풀잎 사이로 부지깽이(을릉도취)나물들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자라고 있어서 더 추워지기 전에 뜯어야 한다는 생각뿐...
겨울 바람이  차겁다는 것은 그냥 참을만 했다.

한겨울날의 텃밭은 일손 놓은지 꽤 되었고, 얼었다 녹았다가 반복되어

엉망이 되어 있었으나 그래도 파릇파릇 자라는 채소들을 바라보니
대충 필요한 만큼 나물만 뜯어서 집으로 가기에는  할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추운줄 모른채 일을 하다보니, 겨울 해가 짧다는 것도 느끼게 했다.

뿌리가 굵은 겨울 냉이는 맛도 좋고 부드러워서 이맘때 아니면
냉이의 진짜 맛을 볼 수 없었기에
추운줄 모른채 냉이 캐는 재미를 느껴봤다.

땅이  얼었다 녹았다 아직도 진행 중이라서
호미가 아니면 뿌리가 끊어지기에
꼭 호미가 필요한 것이 '냉이캐기'였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보니 텃밭 친구가 날아왔다.
딱새 암컷이었다.

딱새는 암컷과 수컷의 생김새가 틀린다.
우선 딱새 수컷의 바깥 꼬리깃은 적갈색이며
딱새 암컷은 수컷보다 옅은 바깥 꼬리깃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딱새 암컷들만 날아와서 심심하지 않게 해줬다.

딱새 수컷이 날아오면 좋으련만 이녀석은 끝내 날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초에 씨를 뿌린 시금치는
어중간하게 자라고 있어서인지
아직은 새들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그다지 잘 자라고 있지는 않았다.
겨울 추위가 들쑥날쑥이니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텃밭 주변을 다니면서 냉이를 제법 캤다.
냉이는 봄날에 일부러 꽃을 피우게 하여
씨를 퍼트리기 때문에
텃밭 곳곳을 돌아다니며 냉이를 캐야 했다.

혼자서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딱새 암컷들이 자꾸만 주위를 맴돌았다.
재롱을 피우는 것인지?
함께 놀자고 하는 것인지?
어째튼 녀석들 때문에 심심치는 않았다.

늦가을에 부지깽이 나물꽃이 하얗게 피고나면
마른 꽃대를 잘라내지 않는 것이 나의 농사방법이었다.

텃밭이 지저분해 보여도 봄까지 이렇게 그냥 놔둔다.

 

왜냐하면 마른 꽃대가 겨울바람을 막아주고 있어서
그 밑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자라고 있었으므로
겨울에도 나물을 뜯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 꽃대(검불)사이로  나물은 제법 많이 자라고 있었다.
며칠 있으면 기제사가 있는데
부지깽이 나물을 뜯어서 젯상에 올려도 될 것 같았다.

부지깽이 나물을 열심히 뜯고 있는데
또다른 딱새 암컷이 내 옆에 까지 날아와 앉았다.

나도 인간인데, 두렵지도 않은가보다. 

딱새는 참새목 지빠귀과이며
도시 변두리나 농촌 등 인가 근처에서 서식한다고 했다.
먹이는 나무열매, 딱정벌레, 벌, 파리, 나비등이고
딱새의 크기는 약14cm라고 한다.

워낙 나물 뜯는 것을 좋아했기에 추운 것도 잊고
또 옆에서 딱새가 심심치않게  해주니까
나물 뜯느라 시간 가는줄도 몰랐다.

머리와 옷에

마른 검불이 달라붙어 있어도 재미 있었다.

 

딱새는 혼자서 생활하며 관목 끝에 앉아서
꼬리를 파르르 떠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지상에 내려와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오래 머물지 않고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재롱을 피우는 행동을 한다.

부지깽이 나물 꽃들이 바짝 말라 있었지만
마른 꽃대 속에서

나물이 자라고 있음이 신기하기만 했다.

오늘은 딱새 수컷이 날아오지 않았지만
딱새 암컷과 수컷은 생김새 부터 달랐다.

딱새 수컷은

이마에서 머리 꼭대기 뒷목 까지 잿빛이 도는 흰색이고
등과 어깨는 검은 색으로
잿빛 갈색의 가장자리가 있다.
허리와 아랫가슴, 배 아랫쪽은 붉은 갈색이고
날개는 검은색 ,바탕에는 흰 얼룩이 있다.

*딱새 암컷*은 아랫등 배면 까지 연한 갈색이며
날개 부분에 흰 반점이 있다.

마른 풀숲을 헤치니까 '쑥부쟁이' 나물도
제법 뜯을 만큼 자라고 있었다.

쑥부쟁이 나물은 겨울 부터 이른 봄날 까지

가장 맛이 있다는 것을 해마다 느껴본다.

 

대파와 냉이는 흙이 잔뜩 묻어서
그냥 다듬지 않고 집에 가져가기 싫어서
텃밭에 앉아서 뜯은 것들을 모두 다듬었다.

요즘 처럼 추운 겨울에

쑥부쟁이와  부지깽이 나물을 제법 뜯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겨울초(유채)도
제법 푸른 잎이 보여지는 것이
봄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울 텃밭에서 아주 예쁘게 자라고 있던
배추가 고라니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배추는
달착지근 할 만큼의 맛있는 배추로 거듭났건만 
고라니는 그 맛을 제대로 아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맛있는 배추를

몽땅 고라니 뱃속으로 들어가게 할 수 없어서
뽑은 후 쌈배추로 사용하려고 한다.

 

이맘때 밭에 있었던 겨울 배추들은
아삭아삭하고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맛 뿐인데
고라니도 그 맛을 기가막히게 아는 것 같았다.

맛이 있을때 뜯어 먹자고 작정을 했던 모양이지만

고라니에게 뜯어 먹히게 하는 것보다는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배추를 뽑았다.

 

맛있는 것은 새들도 잘아는 것 같았으나
사람도 먹어야 하는 겨울 텃밭의 배추였으므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흠집 난 배추도 몽땅 뽑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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