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32

장마 끝무렵의 씁쓸한 텃밭

이제는 장마가 끝이났는가, 마음을 놓으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5호 태풍 '독수리'가 어디선가 날아온다고 해서 무지막지한 빗줄기는 또다시 이어졌다. 언제까지나 빗속에서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텃밭을 가꾸지 않았다면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일텐데...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음은 순전히 텃밭 가꾸는 것을 취미생활로 하고 있는 내 잘못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다. 장마가 끝이나고 있어서 복구만 잘하면 가을채소 심을때 까지 그럭저럭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나의 생각일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비가 내렸다면 당연히 전염병을 대비하는 농약을 쳤어야 했건만 무농약과 유기농 농사라는... 쓸데없는 잘난척에 5월부터 애지중지 정성을 들여서 가꿨던 농작물들이 한..

텃밭일기 2023.07.24

장마비가 휩쓸고 간 텃밭은

지난밤에는 5분 간격으로 날아드는 긴박한 문자 메세지가 사람의 마음을 꽤나 긴장 시켜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쟁 났을 때의 상황이 이런 것인가 엉뚱한 상상도 해봤다. 집주호우로 인한 산사태 발생, 해안 산책로 통제, 하천변 출입금지 지하차도 통제...등등, 문자 메세지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붓는 빗줄기는 세상을 깡그리채 수몰 시킬 것 같았지만 새벽으로 가면서 창밖에서 매미소리가 들려왔고 어느새 빗줄기는 조용해졌다는것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던 밤이었다. 그렇게 많은 비가 쏟아졌던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건만 오늘은 언제 비가 내렸었나 할 정도로 날씨는 그다지 맑음은 아니었지만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 꽤나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텃밭이 신경쓰여서 ..

텃밭일기 2023.07.19

하루종일 비내리는 날에...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밭에 나가지 못했기에 밭 꼬라지도 궁금했고, 수확해야 할 채소들이 염려스러웠다. 요즘에는 열매채소들이 수확기에 들었으므로 하루라도 밭에 가지 않으면 빗물에 엉망이 되기 때문에 비가 내리더라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수확을 해야 했다. 오늘도 역시 오전 9시 부터 폭우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라도 수확을 하지 않으면 장마비에 어떻게 될까봐 비 맞을 것을 작정하고 오전 6시쯤 밭으로 나갔다. 물론 갑작스레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옷과 우산도 요즘은 필수품이 되었음에 완전무장을 한 후, 밭으로 나가봤더니... 수확해야 할 것들이 빗물에 치여서 엉망이 되었으면서도 종류별로 꽤 많았다. 이제껏 정성을 들였던 소중한 농작물들 중에서 상추 같은 쌈채소들은 포기했어도..

텃밭일기 2023.07.13

장마철의 텃밭에서

장마가 언제쯤 끝나려는지? 장마철이니까, 하루라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밭이 늘 젖어있기 때문인지 여전히 잡초는 기세등등이다. 마사토가 섞인 땅이라서 그다지 질척거리지는 않으나 벌써 15일째 땅이 마를새가 없다보니 물을 좋아하는 오이는 쉬지도 않고, 열매를 맺고 있으나 다른 작물들은 거의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 것 같았다. 가뭄이 오면 농사 망쳤다고 심란스러워 하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심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어느 장단에 맞춰서 농사를 져야 하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텃밭 농사 짓는 것을 취미생활로 했는가 어떤 때는 허탈한 마음으로 그냥 웃어본다. 장마철이 되면서 수확기가 된 '당근'은 너무 기가막혀서 한번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뿌리식품이라서인지 절반 정도는 썩어가고 있었고 호박'은 수정..

텃밭일기 2023.07.10

텃밭은 풀과의 전쟁중

7월이 시작되면서 선선했던 날씨가 갑자기 불볕이 되었기에 이른 아침 6시에 풀과의 전쟁을 치르러 집을 나섰다. 오전 6시의 기온은 23도 오전 8시에는 27도였으며, 점점 더워지기 시작해서 오전 9시쯤 에는 더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집으로 줄행랑이었다. 3시간 동안 풀과의 전쟁은 낫으로 풀을 베고, 호미로 뿌리를 캐내는 작업으로 하루 동안에 써야 할 체력을 몽땅 소모한듯 했다. 갑자기 찾아든 불볕, 폭염의 열기는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기가막혔다. 순간 텃밭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에 갈등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옷이 젖을 만큼 흠뻑 내려앉은 아침이슬속에서 예쁘게 피고 있는 꽃과 열매들을 보면 또다시 마음의 갈등은 사라지고 풀과의 전쟁을 해서라도 농작물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것은... 그래서 폭염의 한여름에도..

텃밭일기 2023.07.06

짙은 안개속의 텃밭 풍경

몇날 며칠 동안 내리고 있었던 장마비가 잠시 소강상태 였고 여전히 습도는 높으면서 후덥지근 했으나 그래도 기온은 하루종일 23도에 머물렀다. 7월으로 접어들면서 더위에 대한 부담감이 꽤 있었지만 아직까지의 선선한 날씨는 이곳이 해안가였기에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었지만 주말 알바 때문에 텃밭 일이 밀려 있어서 이른 아침에 밭으로 나가보았다. 오전에는 따끈 따끈한 햇볕 때문에 곤혹을 치뤘지만 오후로 접어들면서 짙은 안개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안개속으로 사라진 것 처럼 보여졌다. 수평선도 보이지 않게 만든 바다의 해무가 산 넘어로 날아 들어서 집 주변 까지 영향을 끼치게 한 것은 아닌지 그래도 안개 속에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텃밭의 모습들은 오히려 더욱 예쁘고 ..

텃밭일기 2023.07.03

장마철의 텃밭 풍경

며칠째 내리는 비 덕분에 텃밭 곳곳에 빗물이 넘쳐났다. 밭고랑도 질척거리고, 밭 옆의 도랑가는 작은 실개천이 된듯 맑은 물이 재미있게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예쁘게 피던 꽃들은 모두 후즐근 해져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휘청거리는 것이 애처로워 보여졌다. 그런 텃밭 풍경속에서 가장 신이난 것들은 잡초였다. 뽑아내도 뽑아내도 쉼없이 자라고 있는 잡초와의 실갱이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온갖 채소들은 빗물 때문에 자꾸만 나약해져가는데 약올리듯 성장하는 잡초들은 뿌리 까지 튼실하게 굵어져서 캐내는 것도 힘들었고 키가 큰 잡초와 무성해진 풀들은 낫으로 베는 것도 힘이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장마를 극복하고 나면 무더위는 기승을 떨것이고 뒤이어 올라오는 태풍으로 또다시 시련을 겪어야 하는 해안가의 여름 텃밭..

텃밭일기 2023.06.29

6월 중순,텃밭에 핀 여름꽃

얼마 동안의 가뭄 끝에 흡족하게 내려줬던 비 덕분에 어제 이어서 오늘도 텃밭에서의 잡초제거는 계속 되었다. 이른 아침 부터 시작한 풀뽑기는 오전 내내의 시간을 까먹을 만큼이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밭고랑들을 바라본 후에야 허리 아프고, 배 고프고, 목이 마르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풀뽑기를 했으나 돌아서면 다시 왕성함을 보여주는 풀들과의 치열한 싸움은 아마도 7월이 오기 전 까지는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와 장마비에 더욱 왕성해진 풀들을 잠재우기에는 감당 안될 것은 뻔한 일이고 7월의 텃밭을 생각하면,아찔해진다는 것이 벌써 부터 회의감에 빠져든다. 며칠동안 감자캐고 ,양파캐고, 빈 밭 정리하고,풀뽑고.. 바쁘다보니 제 정신이 든 오늘 아침에서야 텃밭의 또다른 것들이 나를 기쁘..

텃밭일기 2023.06.22

바쁜 6월의 텃밭 풍경

텃밭 일 때문에 그냥 바쁘기만 했던 6월! 그런데 하루에 한번씩 왜 그렇게 천둥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그리도 자주 내리는 것인지? 요란하게 괴성을 울리면서 소나기 내려주는 것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지만 땅이 젖어 있으면 절대로 안되는 요즘은 감자수확, 양파수확을 하는 시기라는 것 때문에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소나기가 자주 내리니까 잡초들은 신이나서 하루에 한뼘씩 자라면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 늘 밭에 나가면 우선 눈에 보여지는 풀 부터 뽑는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면서 생수 한통과 냉동실에 얼려 놓았던 찰떡 한조각을 가지고 나가는데 오전 8시쯤에 얼었던 떡이 녹으면서 꾸역 꾸역...그냥 배를 채운다는 심정으로 먹었다가 급체가 되면서 이틀 동안 먹지도 않고, 움직이도 않고 누워서 꼼..

텃밭일기 2023.06.15

텃밭에 피고 있는 초여름꽃

기온이 올라가면서 늦봄이라고 생각했던 텃밭의 농작물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꺼번에 꽃을 피우면서 초여름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초여름이었기에 일단 꽃을 피우는 쌈채소들은 씨를 만들기 위해 마무리 단계였지만 열매를 맺는 채소들은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게 되니까 시작과 끝을 알리는 채소들을 지켜보는 것도 텃밭이었기에 가능했으므로 고귀한 시작과 아름다운 끝마무리도 엄청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초여름의 날씨가 견딜수 없이 더워지면서 아침 잠을 줄이고 이른 아침에 밭으로 나가는 것이 조금은 억울했으나 이슬이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풍경은 상쾌해서 좋았고 노랗게 꽃이 피고 있는 채소들의 예쁜 모습은 혼자보기 아까울 만큼, 자연의 신비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았다. 오전 9시 이후에 햇볕이 따갑더라도 이마에서..

텃밭일기 202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