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의 스트레스는 고라니

nami2 2023. 9. 26. 22:49

추석 명절 차례 준비로 며칠동안 텃밭에 나가지 못할 것 같아서
텃밭의 이곳 저곳을 점검하듯, 30평 남짓의 밭을 돌아본 결과는...
너무 기가 막힐 만큼의 스트레스로 혈압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채소를 심으면 당연히 벌레가 눈에 띄는 것은 그러려니 했지만
여러종류의  쌈채소 밭에서 기가막힘은 그냥 말이 필요없는 스트레스였다.

체력이 보태주지 않아도 텃밭을 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무농약으로 키우는 쌈채소 뜯어 먹는 것이 목적이었다.
쌈채소 외에 다른 종류의 농작물은
쌈채소를 심고나서 밭이 조금  여유가 있었기에 취미삼아 하는 것이거늘

고라니의 못된 짓 때문에 농사도 자꾸만 재미가 없어졌고
인간과 짐승이 싸워야 하는 것도 조금은 치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이 짐승에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
또 인간과 짐승이 채소를 나눠 먹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이기에
아까운 시간속에서도  자꾸만 보이지 않는 전쟁이 우습기만 했다.

그 넓은 들판에서 하필이면 고라니가 새벽마다

우리 텃밭에만 다녀간다는 것도 생각 할수록 화가났으며
고라니와 맞서서 싸움을 하는 것도 우습기만 하는데
그래도 고라니 휑포에 맞서야만 한다는 것이 현실인듯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 답답하기만 했다.

무더운 여름철에 피었던 꽃들이 주춤하다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새롭게 꽃이  핀다는 것이  그저 반갑기만 했다.
텃밭 한켠의 '나도샤프란'이 또 꽃을 피워 주었다.

6월 부터 꽃이 피던 '자주닭개비' 꽃이
예쁜 모습으로 활짝 피었다.
비록 한 송이 꽃이었지만

외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꽃 처럼 반갑기만 했다.

하루에 한번씩 이른 아침에  밭에 가서 배추밭을 점검해 본다.
이유는 달팽이 잡기...
어제는 4마리 그저께는 3마리  오늘도 3마리
배추 20포기이니까  가급적이면 무농약으로 키우고 싶어서
달팽이와 청벌레는  '손으로 잡아내자 '였다.

아주 작은 달팽이가 배추잎에 붙어 있었다.
평소에 달팽이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녀석인데
텃밭 농사에서 특히 배추에게

달팽이는 분명 해충이니까 눈에 띄는대로 '잡자'였다.
배추에 붙은 달팽이는
배추가 오므라드는 결구 시점에 배추속에 붙어 있으면 절대로 안되기에
매일 아침 일삼아서 배추를 점검하게 된다.

올해는 고라니 때문에 상추를 제대로 먹지 못했다.
유난스럽게 우리 밭만 찾아오는 것도 얄밉기만 했다.
그물망속의 상추와 치커리를 교묘하게 먹었다.

그래서 자꾸 늘어나는 것은 그물망이다.
엊그제   오크 상추를 심어놨더니
뿌리만 남겨놓고 모두 먹었다.
고라니 녀석들이 상추가 금추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물망만 해놨더니
그물망이 느슨하면 그속으로 얼굴을 디밀고

상추를 먹는 것 같아서 끈으로 보충을 해놨다.

여러종류의  쌈채소가 많다보니 늘어나는 것은 그물망이다.
고라니는 어찌 그리 머리가 좋은 것인지?
짐승이라고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치는 짓을 자꾸만 당하고 나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을 하고 있다.

쌈채소 먹겠다고 이런 짓을 하는 나도 어찌보면 불쌍했다.

 

여름철에 씨를 뿌려놓은 청상추도

이제껏 딱 한번 뜯어 먹어봤다.
호시탐탐 노리는 짐승에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인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청경채'는 고라니가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랄 동안 얼씬도 하지 않았다.

마트에 나오는 시금치가 별볼일 없어서
차례상에 올릴 나물 중의 하나는
청경채 나물로 하려고 한소쿠리 뜯게 되었다.

그물망과 그물망 사이가 느슨하면
고라니가 그 속으로 얼굴을 디밀고

뜯어 먹은 청상추가 기가막혔다.

그물망으로 막아놓으니까 더욱 먹으려는 짓이 약이 올랐다.

 

조선상추 역시 도둑을 맞았다.
가을에는 쉽게 상추가  자라지 않아서인지
여름날에 무리를 하면서 까지 상추씨를 뿌렸건만
상추가 클 때를 기다리는 고라니에게  자꾸 당하기만 한다.

그래서 이렇게 그물망 밑으로

틈새를 메꾸기 위해, 끈을 엮듯이 해놨다.

꼭 이렇게 해야만 되는 것인지
이것은 완전히 고라니와 전쟁 중인 것을 ..

마음 같아서는 상추에 독약을 발라놓고 싶지만

그것은 절대로 아니될 짓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화가난다.

 

텃밭에 심어놓은 인디언 감자 (아피오스)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칡꽃을  닮은 것 처럼 예쁘고 화사했다.

아피오스는 과거 인디언들이 주식으로 즐겨먹었다고 해서

인디언 감자라고 불리는 콩과의 다년생 덩쿨 식물이다.

 

인디언 감자를 재배한다기 보다는
순전히 꽃을 보기 위해 심어놨는데
이렇게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음이 반갑기만 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의 동쪽이라고 하며
아피오스의 꽃말은  '침착'이라고 한다.

텃밭에 피고 있는 참취꽃은
날이 갈수록  하얀 눈이 내린 것 처럼 예쁘게 피고 있었다.
텃밭에 지금 쉼없이 계속 꽃이 피는 식물들은
쑥부쟁이와 을릉도 취나물이다.
본격적인 가을꽃이

예쁘게 피고 있는 초가을날의 풍경이 예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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