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 가을무우로 담근 김치

nami2 2023. 10. 6. 22:25

평소 처럼 밤에도 창문을 열어놨더니 차거운 바람이 들어와서
이제는 '춥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오게 했다.
아무래도 10월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하면서도 한낮의 높은 기온을 생각해보면
가을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갈때가 있었다.
그러나 빠른속도로 내달리는듯한 계절 앞에서는
어쩔수 없다고...이제 진짜 가을임을 실감해본다.

늘 습관처럼

이른 아침에 눈뜨자마자 텃밭에 갔더니 흠뻑 이슬이 내려앉았다.
이슬 내린 채소에 손을 댔더니 시원한 것이 아니라 아주 차겁다는 느낌이었다.
달력을 보니 벌써 내일 모레가 24절기 중 '열일곱번째' 절기 한로(寒露)였다.
한로(寒露)는 일년 중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인데
이 시기가 되면 기온이 더욱 내려가기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에서 가을걷이가 한창인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텃밭 채소들 위로 내린 이슬이 차겁게 느껴진다고 생각되었다.

이곳은 12월 초 까지 늦가을이 이어지는 동해남부 해안가이기에
가을걷이는 아직도 까마득하지만
가을무우와 김장배추에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왜냐하면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큰벌레들이

결구가 된 배추속에 들어 앉아서
배추가 크는 동안 계속해서 뜯어먹으면서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레 잡는 약을 치기 전에 가을무우를 솎아냈더니
그냥 시래기 하기에는 무우 잎이 너무 아까워서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김치를 담가놓고보니 부드럽고, 어린 무우도 맛있어서 먹을만 했다.

배추 밭 옆에 무우밭인데
배추는 하루에 한번씩 일삼아서 들여다봐야 했다.
왜냐하면 침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껍질이 있는 달팽이와 껍질이 없는 민달팽이

그리고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청벌레..
이 청벌레가

배추를 뜯어 먹으면서 살기 때문에 눈에 띄면 무조건 잡아야 했다.
어제 맨손으로 그 벌레를 잡았더니 징그럽다는 생각...
그래서 오늘 약을 치기로 했다.
약을 치기 전에  옆 밭에 있는 무우가 신경쓰여서 손질해가며 솎음을 했다.

솎아낸 무우는 시래기를 만들어서
된장국을 끓이면 되지 않을까 해서 다듬었더니
어린무우가 제법 크고  

잎도 엄청 부드러워서, 귀찮지만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가을걷이로 들어가야 하는 시기에
우리 텃밭의 애호박이 자꾸만 이쁜짓을 했다.
올망졸망 맺혀 있는 호박이 왜그렇게 예쁜지?

밭에서 뽑아왔으니까 김치를 담글 준비를 했다.

미뤄놓으면 김치를 포기할 것 같아서 였다.
밭에서 따다가 냉동실에 넣어둔 빨간고추를 믹서에 갈아서
짜박김치를 담그면 맛있을 것 같았다.

밀가루 풀물을 연하게 끓여서 식혔다가
빨간고추,마늘, 생강,양파에 붓고 믹서에 갈았다.
마른고추가루를 전혀 사용 하지않는 김치는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멸치액젓과 새우젓의 비율은 1:1이다.

김치 담그는 중에서
열무김치 담그는 것은 누워서 식은죽 먹기 처럼 쉬웠다.
그래도 내가 정성들여서 키운 채소이니까
최대한으로 맛있게 담그려고 노력중이다.

김치를 담그면서 맛을 보니
어린 무우가 맵지도 않고 맛있었으며
무우 잎도 너무 부드러워서 익히지 않아도 맛있을 것 같았다.

마른 고추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밭에서 따다가 냉동에 얼린 붉은고추(땡초)
그것도  매운 땡초를 갈아서 김치를 담갔더니 알싸하게 매운 맛이
그동안 멀리 달아났던 입맛이 다시 돌아오는듯
맛이 아주 괜찮았음을 새삼 인정해봤다.
이런 맛에 고추농사 짓고, 쪽파 심고
그리고 배추, 무우를 심는 것이 아닌가
태풍으로, 잦은 비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중순의 텃밭이야기  (40) 2023.11.24
입동을 하루 앞둔 텃밭 풍경  (30) 2023.11.07
깊어가는 가을날의 텃밭  (24) 2023.10.03
텃밭의 스트레스는 고라니  (32) 2023.09.26
예쁘게 자라고 있는 가을채소  (19)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