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올해의 마지막 텃밭 마무리

nami2 2023. 12. 26. 22:38

기온이 자꾸만 영하로 내려간다고 할 때마다
무언가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대체 한파가 오기 전에, 텃밭에 무슨 할일이 더 남아 있었는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웬지 불안한 마음은
마음속을 참으로 어수선하게 했다.

텃밭의 웬만한 월동 채소들은 모두 비닐로 덮어주었고
당장 먹을 대파도 뽑아다 놨었기에
가끔씩 비닐속의 월동 채소들을 뜯어다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카레라이스를 하려고 당근을 썰다보니 문득 텃밭의 당근 생각이 났다.
밭 끝쪽에 심겨져 있었기에, 잠시 깜빡 잊고 있었다는 것이 황당했다.
그동안  영하7도~ 9도 까지, 내려간 이곳의 기온으로서는 강추위였거늘
갑자기 마음이 몹시 급해졌지만

선뜻 밭으로 갈 수 없었음은 땅이 꽁꽁 얼어있다는 것이다.
땅이 얼어 있었기에, 땅이 녹을 때를 기다린다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었다.

나의 부주의로 잘 키워놓은 당근 농사를 망칠수 있다는 것...

갑자기 걱정 근심꺼리가 생겼다는 것이 기가막히기도 했다.

날씨가 계속 풀리는 듯 했으나 , 마음이 급해졌던 것은

주말에는 또 비 소식이 있었기 때문인데
마침, 한낮의 기온이 어제는 영상 6도, 오늘은 영상 8도였기에
마음을 비운채 밭으로 간 후, 우선 호미질로 당근이  캐진다면
하늘이 돕고 있다는 것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밭으로 가자마자 호미로 흙을 파보았다
과연 당근이 부러지지 않고 잘 캐질 것인가

염려스러워서 호미로 살살 캐다보니까  
얼었던 땅이라서인지 조심스럽긴 했다.

꽁꽁 얼었던 땅이
어제  오늘의 기온이 영상 7~9도 였기에
녹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은
흙이 질척거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얼었던 땅이라서인지
서릿발 같은 것이 보여서
호미가 불가능 한 곳은 삽질을 했다.

하나씩 둘씩 땅속에서 당근이 나오는데
그다지 당근 농사는 흡족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 쯤이야...

어째튼 당근을 캘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직 당근밭의 절반도 캐지 않았는데
배가 고팠다.
땅이 얼어 있으면 그냥 들어가려고
점심을 먹고나오지 않았음이 신경쓰였다.

당근을 호미로 캐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섣불리 하다가는 모조리 부러질 것 같아서
이 정도 캐놓고는
삽으로 흙을 떠내듯이 하면서 당근을 캤다.

이곳은 당근 밑 쪽이 모두 얼음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삽질...재미는 있었지만

그다지 삽질에 자신이 없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배가 고파서 흙묻은 당근을 대충 닦아서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아삭아삭한 맛에 단맛까지 포함한 맛이
흙이 묻었거나 말거나 그냥 먹었다.

당근 캐는데 3시간 정도 소비되었는데
다행히 한낮의 햇볕이 많이 도와주었다.

바람이라도 불었다면

덜덜 떨면서 당근을 캤을텐데...다행이었다.

 

역시 인삼을 닮은 못생긴 당근도 제법 나왔다.
그래도  내가 무농약, 유기농으로 키운 것이니까
단 한뿌리도 귀하게 여겨졌다.

제법 큰 당근도 캤고
자잘구레한 당근도 캤으며
아주 작은 당근들도 많았지만
당근+사과 쥬스로 할 것이기에

그다지 신경은 쓰지 않을 것이다.

 

당근의 효능은
시력개선, 암 예방및 억제, 면역력강화및 감기예방
성인병 예방, 간건강, 피부건강, 치아건강..등등

그밖에도 여러가지 효능이 있는데

 

해마다 당근농사를 짓는 이유는

시력개선과 치아건강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찍부터 날씨가 추워서인지
시금치가 자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월동작물이지만 아마도
내년 2월쯤이나 뜯어먹게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대파는 한 겨울에도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뽑아 먹을수 있기에 다행이었다.

대파 밭에 냉이가 제법 크고 있었다.
얼었다 녹은 밭에서 호미로 캐니까
재미있을 만큼 많이 캘 수 있었다.

당근을 캐면서 군데군데 보이는 냉이를 캤고
대파 밭과 시금치 밭에서도 냉이는 제법 눈에 띄었는데
춥거나말거나  겨울 텃밭에서 냉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예쁘기도 했다.

어째튼 당근을 캐고 나니까
이제는 어떠한 한파가 닥치드라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당분간은 텃밭에 갈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내년 2월이 되면 다시 농사가 시작되겠지만
작은 텃밭이라도 농한기라는 것을 실감해본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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