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가을 같은 겨울날, 텃밭에서

nami2 2023. 12. 5. 22:23

달력의 숫자는 분명 12월이고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날인데 텃밭에는 아직도 할 일이 가득있었다.
손가락으로 셀 만큼, 몇번 정도 영하2도의 추운 날씨가 스쳐 지나갔기에
언뜻보면 밭에 널부러져 있는 채소들이 볼품없어 보일테지만
그나름대로 귀하고 맛있어 보이는 김장채소들이다.

바쁘다고 날짜를 미루고, 춥다고 또 미루고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김장채소를 뽑아야 했고

김치를 담가야  할 만큼, 시간은 자꾸만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글귀 처럼
무엇이든지 시작하면 끝이 있는 법, 게으름도 한계가 있었기에...
오늘 알타리무우를 뽑는 것으로 올해의 김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의 낮 기온은 영상 16도 였기에
추울까봐 입고 나갔던 패딩조끼를 벗을 만큼 날씨가 따뜻해서
오랜시간 동안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채소를 다듬었어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던 아주 포근한 겨울날이었음이 다행이었다.

텃밭 가장자리에 핀 국화꽃이

우아해 보이기 까지 했던 12월이다.

 

비록 영하 2도였지만
그동안 몇번의 추운 날씨가 스쳐 지나갔으나
이 정도의 날씨쯤이야"
꽃들에게는 여전히 상관없는 겨울 같았다.

텃밭 한켠에 아주 갸녀린 상추가 자라고 있었다.
양심없는 밭주인이 씨를 뿌려놨으니
상추씨는 발아를 했고, 또 자라고 있었다.

어린 상추 솎아내서

뜨거운 밥과 참기름, 고추장 넣고 비벼먹고 싶었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서로 꼭 뭉쳐 있어야

이 겨울을 보낼 수 있었기에 조만간 비닐을  덮어줄 예정이다.

양심없는 밭주인 소리 듣지 않으려면

봄이 올 때 까지 상추를 안전하게 살리고 싶었다.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을 씌워놓은 쌈채소들은
그물망도 보온 효과가 있는 것인지 잘 크고 있었다.
오늘 서울 동생집에 택배 보내면서 제법 뜯어서 보냈다.

딱 2개월만 키워서 예쁜 달랑무로 김치를 담그려고
정확하게 날짜 계산을 해서 9월말 쯤 씨를 뿌렸었다.
오늘 뽑아보니 진짜 예쁘고 먹음직스러웠다.

날씨가 추우면 뽑아서 다듬는 것이 꽤 힘들텐데
오늘은 날씨가 적당하게 좋아서
뽑아내고 , 다듬으면서 여유를 부려봤다.

알타리무우를 다듬으면서 먹어봤더니
아삭거리면서 단맛이 있어서
어줍짢은 과일 보다는 먹을만 했다.

깨끗하게 다듬는 시간이 3시간 걸렸다.
추운 날이었다면 엄청 고생했을텐데...
김치를 담가서
여러 집으로 나눔 할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마음이  바빴다.

김장 때 맞춰서 갓씨를 뿌렸더니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아직 덜 자랐지만
무공해로 키운 것이니까
아쉬운대로 김장  양념을 해야 될 것 같다.

텃밭의 국화꽃이 거의 끝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화사한  모습이 보기좋았다.

10월 부터 예쁜 모습을 보여주던
국화꽃인데...
사그러지는 모습이 아쉽기만 했다.

텃밭에 심어놓은 여러 종류의 국화꽃들 중에서

산국은 먼저 사그러졌고
해국은 퇴색된 꽃색깔로 아직 남아 있는데...

 

노란 대국과 분홍 소국은
김장채소 모두 뽑아낼 때 까지
내 발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해주는 것 같아서 고맙기만 했다.

아파트 후문에 단풍잎이 최고로 절정인듯 했다.
이래서 아직은

겨울이 아니라 늦가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꽃사과나무 열매를 열심히 먹고 있는
직박구리 새 한마리를 만났다.
진짜 맛이 있는 것인지?

텃밭에서 알타리무우를  뽑고
그것을 3시간 동안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다듬었더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팠고, 화장실도 급했다.
그러나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서면서 보여지는 예쁜 단풍이 모든 것을 잊게 해줬다.

어찌나 예쁘던지?
파란 하늘과 빨간 단풍과 노란 은행잎
그래서 오늘 내가 만났던 계절은  12월의 겨울이 아니고
단풍이 절정으로 예쁜... 늦가을 날이었음을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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