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232

가을 같은 겨울날, 텃밭에서

달력의 숫자는 분명 12월이고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날인데 텃밭에는 아직도 할 일이 가득있었다. 손가락으로 셀 만큼, 몇번 정도 영하2도의 추운 날씨가 스쳐 지나갔기에 언뜻보면 밭에 널부러져 있는 채소들이 볼품없어 보일테지만 그나름대로 귀하고 맛있어 보이는 김장채소들이다. 바쁘다고 날짜를 미루고, 춥다고 또 미루고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김장채소를 뽑아야 했고 김치를 담가야 할 만큼, 시간은 자꾸만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글귀 처럼 무엇이든지 시작하면 끝이 있는 법, 게으름도 한계가 있었기에... 오늘 알타리무우를 뽑는 것으로 올해의 김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의 낮 기온은 영상 16도 였기에 추울까봐 입고 나갔던 패딩조끼를 벗을 만큼 날씨가 따뜻해서 오랜시간 동안 밭..

텃밭일기 2023.12.05

11월 중순의 텃밭이야기

강추위가 찾아든다고 해서 또다시 안전문자 메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어제는 낮최고 기온이 22도 였고, 오늘의 낮 최고 기온은 17도였는데... "내일 아침은 영하 1도, 체감온도는 영하 6도" 라고 했다.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이라서 따뜻하기만한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인데 기온이 영하 1도가 되면 한파가 닥친 것 처럼 밖으로 나다니는 사람도 없을 만큼,집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지내지만 그래도 아직은 텃밭 가득 채소가 자라고 있었기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니까 조금은 염려스러워서 밭에 나가봐야 했다. 겨울에도 영하 2~3도 까지는 꿋꿋하게 견디는 채소들이지만 혹시 추위에 다치지는 않을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으나 평소에도 영하1도에 움츠려드는 것은 인간일뿐, 식물들은 전혀 상관 없는듯... 길가의..

텃밭일기 2023.11.24

입동을 하루 앞둔 텃밭 풍경

며칠동안 추적거리며 찬바람과 함께 가을비가 내린 후 올 겨울 들어서 첫 한파가 닥친 곳도 있고 우박이 떨어져서 농작물이 망친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곳의 날씨를 생각해보면 그쪽이 비정상인지 아니면 이쪽이 비정상인지는 종잡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만추의 11월, 입동이 코 앞이라는 것이다.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데 이 무렵 밭에서는 무우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은 굴을 파고 숨는다고 한다. 그래서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이 많이 춥다고들 한다는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텃밭은 입동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이른 봄꽃과 늦가을꽃.. 그것도 모자라서 여름꽃 까지 피고 있는 요상스런 계절인듯 하다. 텃밭에서 늦여름 부터 꽃이 피고 있던 맨드..

텃밭일기 2023.11.07

텃밭, 가을무우로 담근 김치

평소 처럼 밤에도 창문을 열어놨더니 차거운 바람이 들어와서 이제는 '춥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오게 했다. 아무래도 10월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하면서도 한낮의 높은 기온을 생각해보면 가을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갈때가 있었다. 그러나 빠른속도로 내달리는듯한 계절 앞에서는 어쩔수 없다고...이제 진짜 가을임을 실감해본다. 늘 습관처럼 이른 아침에 눈뜨자마자 텃밭에 갔더니 흠뻑 이슬이 내려앉았다. 이슬 내린 채소에 손을 댔더니 시원한 것이 아니라 아주 차겁다는 느낌이었다. 달력을 보니 벌써 내일 모레가 24절기 중 '열일곱번째' 절기 한로(寒露)였다. 한로(寒露)는 일년 중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뜻인데 이 시기가 되면 기온이 더욱 내려가기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에서 가을..

텃밭일기 2023.10.06

깊어가는 가을날의 텃밭

갑작스런 추위도 아닌 전형적인 가을날의 이른 아침 기온은 18도 였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식을줄 모르고 무더웠던 9월이었건만 10월이 시작되면서 황송할 만큼의 서늘함은 오히려 감기가 찾아들지 않을까 하는 괜한 염려스러움이 겉잡을수 없는 인간의 변덕스러움에 그냥 웃어본다. 추석 전 후로 너무 바쁜 일상이었으므로 일주일만에 텃밭에 나가봤다. 날마다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지면 으례 텃밭으로 나갔던 습관도 바쁘기만한 일상에서는 어쩔수 없었나보다. 우선 가장 골치 아팠던 텃밭의 고라니는 이런저런 얄팍한 지혜로 단도리를 잘해놔서 마음은 놓였으나 그동안 달팽이가 김장배추를 얼마나 뜯어 먹었는지 또한 풀은 얼마 만큼 자라고 있을 것인지 케일 잎사귀 위에 파란 벌레가 얼마나 붙어서 갉아먹고 있는지 마음은 텃밭으로 가있었..

텃밭일기 2023.10.03

텃밭의 스트레스는 고라니

추석 명절 차례 준비로 며칠동안 텃밭에 나가지 못할 것 같아서 텃밭의 이곳 저곳을 점검하듯, 30평 남짓의 밭을 돌아본 결과는... 너무 기가 막힐 만큼의 스트레스로 혈압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채소를 심으면 당연히 벌레가 눈에 띄는 것은 그러려니 했지만 여러종류의 쌈채소 밭에서 기가막힘은 그냥 말이 필요없는 스트레스였다. 체력이 보태주지 않아도 텃밭을 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무농약으로 키우는 쌈채소 뜯어 먹는 것이 목적이었다. 쌈채소 외에 다른 종류의 농작물은 쌈채소를 심고나서 밭이 조금 여유가 있었기에 취미삼아 하는 것이거늘 고라니의 못된 짓 때문에 농사도 자꾸만 재미가 없어졌고 인간과 짐승이 싸워야 하는 것도 조금은 치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간이 짐승에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 또 인간과..

텃밭일기 2023.09.26

예쁘게 자라고 있는 가을채소

그렇게 많은 비가 며칠동안 무자비하게 쏟아졌던 것을 감안해보면 이른 아침 텃밭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기분은 이유 불문한채 무조건 감사함뿐이었다. 왜냐하면 텃밭 입구의 금화규 꽃나무가 뿌리도 뽑히지 않은채 아주 예쁘게 꽃이 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여름 부터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정성으로 키워왔던 채소들이 물에 잠겨서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텃밭에 나가보는 것도 겁이났던 시간들이 웃으워질 만큼 텃밭은 멀쩡했다. 다만 여린 상추들이 많이 망가진채 물멍이 들어 있었고 쪽파와 배추가 빗물 때문에 웃자라 있었음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더구나 텃밭이 진흙밭이 아니고 마사토가 섞인 밭이라서 물빠짐이 좋았던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 이제는 시기적으로 9월 중순이니까 더이상의 가을채소들이..

텃밭일기 2023.09.19

텃밭, 마지막 밭 만들기

9월은 태풍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풍 13호, 태풍 14호, 태풍 15호... 계속해서 발생되는 태풍을 나열 시키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했다. 9월로 들어서면서 그 태풍영향이라는 것이 반복적으로 계속되었다. 무더위였다가 서늘해졌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가 비소식 그리고 또다시 무더위였다가 ,거센 바람으로 돌변 태풍이 발생되고 소멸되면서 생겨나는 과정의 기후변화는 인간의 마음을 헷갈리게 하면서 참으로 변덕이 심한 것 같았다. 오늘 저녁 부터 시작된 비소식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가을 장마를 또 연상케 할 만큼 스케쥴이 꽉 차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 텃밭의 어린 채소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는 지금 혹시나 쑥대밭을 만들지 않을까 또 조바심 뿐이다. 알타리무우 씨를 뿌리기 위해서 마지막 가을채소..

텃밭일기 2023.09.13

텃밭의 상추 도둑 고라니

세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너무 서늘해서 태풍 경로를 검색해봤더니 13호 태풍 '윈욍'이 일본 도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했다. 일본 관통 하는 것쯤은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아니지만 그 여파로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는 낮 최고 기온은 25도였고 한밤중은 물론 이른 아침의 기온은 21도였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으나 이것은 완전히 간접 태풍 영향이었다. 다른 지방은 9월로 접어 들었어도 여전히 폭염이라고 했으나 이곳은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바람도 거세고 기온은 21~25도로 춥다는 느낌 까지 갖게 했다. 그래서 태풍으로 인한 간접 영향도 무시 못했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텃밭 만큼은 심한 바람 때문에 늘 긴장을 해야 했다. 그런데.... 아침에 모종 해놨던 채소들을 살펴보러 나갔다가 기가막힌 꼴을 ..

텃밭일기 2023.09.07

가을 텃밭의 어린 채소들

비를 몰고와서 며칠 동안 비를 내리게 했던 태풍의 간접 영향 그것이 몇호 태풍인지는 구태여 알 필요는 없으나 이번에는 바람을 거세게 불게끔 하는 태풍 영향 그 존재는 도대체 몇 호 태풍인지? 가을로 접어들면서 줄을 잇는 태풍들은 직접적으로 횡포는 부리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도 무시 못한다. 몇날 며칠 동안 부슬부슬 내렸던 가을 장마가 끝이난 후 이제는 아주 요란하게 바람이 불어댔다. 가만히 서있어도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은 익어가는 열매들을 떨궜다. 은행알도 떨어져 흩어지고, 산딸나무 열매도 우수수... 과수원의 과일들도 떨어지고 있는지 재래시장에 가지고 나오는 과일들은 낙과 된 것들도 있었다. 초가을 내내 이렇게 간접 영향을 주는 태풍은 아마도 추석 전 후 까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았다. 그래도 ..

텃밭일기 202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