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으로 10월의 가을은 깊어가고 있건만 어찌된 것인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가을은
계속해서 들락날락하며 방향 감각을 잃은듯 했다.
어느 곳으로 갈 것인가, 여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미련 때문인지
오늘도 역시 낮 기온은 24~25였다.
아직 이렇다할 가을옷을 입어보지도 못한채
밖으로 나갈 때는 여름옷에 얇은 쟈켓 정도 입고 나가지만
땀이 흐르는 이상한 계절이 계속 되다가
어느날 갑자기 껑충~겨울 패딩옷을 입는 것은 아닌가 했다.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보니
메뚜기가 날아다닐 계절에 나비들이 기승을 떨었다.
나비라는 존재는 텃밭농사 짓기 전에는 그저 꽃을 찾는 곤충으로 알았으나
가을채소에 알을 많이 까놓은 후
무수한 벌레들을 만들어내는 나쁜 존재라는 것을 알고보니
까치나 고라니 만큼 나비 또한 불필요 하다는 것이 새삼 지긋지긋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드는 따뜻한 기온은
진짜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는 것인지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는 어디쯤에서 느껴야 할 것인가, 우습기만 했다.
텃밭의 봉숭아는 초여름에
꽃이 폈다가 꽃이 지면서
그 씨가 떨어져서, 새싹이 움튼 후
9월 부터 다시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년에 두번 피는 꽃...신기한 세상이다.
제멋대로 피고지는 여름 꽃들속에
코스모스도 꼽사리를 꼈다.
그러다보니 텃밭은 자연스런 꽃밭이 되었다.
11월쯤의 텃밭은 국화꽃 세상이 될것 같다.
요즘은 가을비가 너무 자주 내렸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가랑비 수준...
그러다보니 채소들이 살맛나는 것 같았다.
여름내내 몇번이나 씨를 뿌렸어도
발아가 되지 않았던 상추는
10월이 되면서 아주 예쁜 모습이다.
적색 갓을 솎아서 뜯어놓은 상추와 함께
쌈을 싸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나혼자 생각으로 적색 갓을 솎았다.
서울 여동생집으로
이것저것 뜯어서 택배 보내려고
그동안 고라니와 싸워가면서
애써 가꿔놓은 상추를 뜯었다.
재작년에 청갓을 심어서
갓김치를 담은 후 2년을 먹었기에
올해 또 청갓을 심어놨더니
보기좋을 만큼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가을 아욱국은
문잠궈 놓고 먹는다는 옛말이 있다는데..
서울로 보내는 택배속에 넣으려고
주섬주섬 뜯어봤다.
고라니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참 무던히도 전쟁을 많이도 했었던
사연이 많은 아욱이 제법 잘 크고 있다.
텃밭 구석구석에서
쑥부쟁이꽃이 피는 가을날이 예뻤다.
진짜 번식력이 너무 강하다보니
뽑아서 던져버리면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는 녀석들이 우습다.
초여름에 발아된 새싹 맨드라미를
허투로 버릴 수 없어서
아무곳이나 심어놨더니 예쁜 가을이 되었다.
곳곳에 완전 맨드라미꽃이다.
쪽파 밭 가장자리에도 쑥부쟁이는
한참 꽃피는 중이다.
이곳 가장자리에는 해국도 심어놨는데
아마도 11월쯤에는 해국도 예쁘게 필 것이다.
부추밭 옆에도
쑥부쟁이꽃은 예쁜 모습이다.
유채씨를 뿌린지 일주일인데
귀여운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요즘 자주 내리는 가을비 덕을 봤다.
고라니가 뿌리만 남겨놓고 몽땅 먹었던
무우 잎사귀들이 이렇게 자랐다.
고라니가 완전히 먹어치운 자리에는
다시 씨를 뿌렸더니 크기가 들쑥날쑥이다.
알타리 무우밭인데
엊그제 솎아서 김치를 담궜더니 맛이 있었다.
어제 시금치씨를 뿌렸다.
월동 시금치라서 겨울에 뜯어먹을 예정이다.
10월 중순의 가을이라서
가지가 단맛이 난다고 했다.
가지를 좋아하는 이웃에게 가지를 따줬더니
그자리에서 먹으며 단맛이 난다면서
맛있게 먹는 것을 봤다.
제천에 사시는 농사 전문가 블친님께서
늦여름에 가지나무 밑에 거름을 주면
서리 내릴 때 까지 따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거름과 비료를 한웅큼씩 줬더니
아마도 12월 까지 가지를 따먹을 수 있을 만큼 싱싱할 것 같았다.
이곳은 눈이 내리지 않는 동해남부 해안가이니까 겨울 가지...!
전문가 말을 잘들으면 횡재 한다는 생각에 그냥 흐뭇했다.
가지나무 밑에서 윤기 흐르는 가지가 이렇게 주렁주렁...
서울 동생에게 보내는 택배상자 속에도 많이 따서 보냈고
햇볕에 말린 가지도 여유로웠는데
이 계절에 셀 수 없이 많은 가지가 주렁주렁 이라고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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