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조화인지는 모르나 이번주는 일주일 내내 비 예보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후부터 추적거리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한밤중인 지금 이 시간에도 창문 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며칠동안 내리는 가을비가 그치고나면
더욱 추워질 것인가는 아직은 알 수 없으나
확실하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래도 여름날 처럼 내리는 큰비가 아니라서 별 영향은 없겠으나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가을비 자체가
알 수 없는 쓸쓸함을 전해주면서 묘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스산한 가을의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해봤다.
늦은 오후 우산을 쓰고 시골동네 한바퀴를 돌아보는데
가을의 향기라고 말하는 금목서 향기가 어디선가 코 끝에 날아들면서
비내리는 날과 분위기가 딱 맞는듯 했다.
가을의 향기, 그리고 가을비와 함께 하는 을씨년스런 스산함도
가을 분위기의 원흉이 되고 있음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차나무에서 흰꽃이 피기시작했다.
날씨가 더웠느니 어쨌느니 하더라도
자연의 순리는 변함이 없는듯 했다.
누가 뭐라고 하던 말던
시기가 되면 피는 꽃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맘때가 되면 하얀 녹차나무 꽃이
예쁘게 핀다는 것을 기다려지기는 했으나
곧 추워진다는 것도 숙제인듯 했다.
동백꽃 처럼 추운 12월에도 절정인데...
겨울에 차나무꽃이 핀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차나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등 아시아지역이며
꽃말은 '추억'이다.
언제부터 꽃이 피는지는 잘 모르나
작두콩꽃은 7월 부터 꽃이 핀 것을 봤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에도 여전히 꽃이 핀다.
작두콩이라는 열매는 뒷전인듯...
우선 깊어가는 가을날에
꽃이라도 피우겠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작두콩꽃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우리 텃밭의 돼지감자(뚱딴지)꽃은
이제서 피기 시작했다.
소중하게 수확을 목표로 심었다기 보다는
고라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울타리용인데
천덕꾸러기라는 것을 모른체 하면서
고맙게도 꽃을 피워주었다.
우리 텃밭의 돼지감자는 완전 울타리용이다.
울타리에 노란 꽃이 피는 것이 우선 예쁘고
키가 큰 돼지감자 나무들이 무성하면
고라니가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인데...
몇년째 수확을 하지 않은채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그래도 꽃이 피니까 예뻐보였다.
돼지감자(뚱딴지)꽃말은 '미덕, 음덕'이다.
여름내내 잡초라고 죽기살기로 뽑아버린
잡초들이 그래도 용케 살아남아서 꽃을 피웠다.
그동안 잡초라고 구박을 했던것이
쬐끔 미안 할 만큼 예쁜 꽃을 피웠다.
꽃이 피었기에 곧바로 야생화로 승격 시키는
나의 간사함은 어쩔 수 없다.
예쁜 꽃을 피운 녀석은 '고마리'였다.
그래도 꽃이 지고나면 또다시 잡초 취급인 것은
진짜 어쩔 수 없다.
고마리의 꽃말은 '꿀의 원천'이다.
텃밭에서는 꽃이 피었어도 여전히
잡초 취급 받는 '개여뀌'이다.
눈꼽만한 꽃을 피워준 이녀석도 역시 잡초..
그러나 꽃을 피웠을때는 야생화로 승격이다.
쥐깨풀의 꽃말은 '좋은 아침'이다.
텃밭의 쑥부쟁이 꽃은 완전한 가을꽃이 된듯...
예쁜 모습으로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섬쑥부쟁이(을릉도취) 꽃도
시간이 갈수록 예쁜 모습이다.
기온이 내려 갈수록 꽃 색깔이
더욱 예뻐지는 텃밭의 맨드라미도
이제는 아주 성숙된 모습이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꽃은
쓰레기풀이라고 잘 알려졌는데
언제 부터인가 '청화향초'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만수국아재비라는 귀화식물이다.
어디선가 씨가 날아왔는지는 모르나
텃밭 잡초 중의 하나였는데
꽃이 피기 시작하니까 예쁘다는 느낌이었다.
꽃말은 '사랑받고 싶어요' 였다.
초가을 폭염에 스스로 사라졌다고 했는데
힘겹게 살아나면서 꽃을 피운 것이 고마웠다.
텃밭에서 코스모스꽃이 가을을 말해주는 듯 했다.
가뭄과 장마비 그리고 폭염 까지
온갖 자연재해를 받았던 텃밭의 코스모스는
아예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10월이 되면서 이렇게 예쁜 모습이 되고 있다.
코스모스가 아주 예쁘게 피어있는
정겨운 시골 들길을 한번 정도 가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그냥 텃밭에서 이런식으로 가을꽃을 즐겨본다.
어찌된 영문인지, 태풍 영향의 지독한 해풍 탓인지
올해는 집 주변 들길에서 코스모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나마 우리 텃밭에서 어렵사리 살아남았다는 것이 고마웠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예쁜 모습이 되어가는 가을날의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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