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추운 겨울 12월의 텃밭에서

nami2 2024. 12. 12. 22:28

12월 둘째 주, 이곳의 기온은 그다지 춥지 않은듯 했으나
텃밭의 식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모양새가 후줄근해지면서
추위에 나약해지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 까지는 춥다는 느낌 때문에 밭에 나가는 것을 게을리 하다가
낮12시 쯤이나 밭으로 나간다는 것이 겨울이라는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아직 겨울 텃밭이지만 할 일은 많았으나 하루 이틀에 해치울 수는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쉬엄 쉬엄...그것도 춥다는 이유였고
낮 12시쯤 밭에 나가다보니

시간은 바빴으나, 해 그늘이 생기는 오후는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배추도 뽑아야 했고, 당근도 뽑아야 했으며 쪽파도 뽑아야 김장을 하건만...
겨울 텃밭은 춥고, 바람불고, 썰렁하다보니 부지런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러나 12월이 다 가기 전에

텃밭 마무리가 되어야 했기에 은근히 마음만은 자꾸만 바빠진다.

날씨는 많이 추워져서
텃밭에 빗물 받아 놓은 그릇에는
얼음이 얼어 있건만...
개망초꽃은 여전히 계절을 잊은듯 했다.

까마중 역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파란 열매가 언제쯤 까맣게 될런지?

까맣게 익은 열매가 중대가리를 닮았다해서
까마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까마중의 꽃말은 '동심 , 단하나의 진실'이다.

돌산갓을 뽑아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2년에 한번씩 갓김치를 담그기 위해
올해는 돌산갓을 심어놨는데
너무 늦장을 부리니까

추위 때문에 누런잎이 많이 생겼다.

갓김치 담아 놓으면 2년을 먹게 되는데
아삭아삭한 맛이 참 괜찮았다.
그래서 귀찮아도 또 갓김치를 담가야 했다.

김장 할 때 넣으려고 보라색 갓도 심었는데
너무 많아서
갓김치 담글때 섞어서 담그려고 뽑았다.

텃밭의 햇볕 잘드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갓 뽑은 것을 다듬고 있는데
한 낮이 지나고, 오후가 되니까 추웠다.
웅크리고 앉아서 갓 다듬기를 2시간 ....
이런 짓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헷갈렸다.

갓김치를 담그려면

밭에서 뽑은 후  잘 다듬어서
운반하기 좋게 비닐에 담아놓고...

 

기왕이면 뽑아 놓은 대파도

다듬어서 가져가려고 또 시간을 보냈다.

동치미에 넣으려고
대파를 뽑아서 다듬는데
오후의 해가 기우니까 많이 추웠다.
완전하게 유기농으로 키웠기에
그다지 볼 품은 없어도 맛이 있었다.

당근 캘 때가 되었으나
손가락에 붕대를 감았다는 이유로
아직 캐지 않고 있었더니
당근 잎을 고라니가 매일 뜯어 먹고 있었다.

대파 밭에는 잡초는 없었고
잡초 대신 냉이가 자라고 있었다.

겨울 냉이....
냉이는 한 겨울에 캐먹어야 맛이 있었다.
한겨울은 아니지만
냉이를 캐다가 나물을 했더니 향기도 좋았다.

겨울 텃밭의 모습이다.
쪽파는 노랗게 되었고
상추는 자라지 않고 있었지만
뜯어다 먹으면 그런대로 맛은 있었다.

텃밭 울타리에

장미꽃이 탐스러워졌다.

새롭게 피어나는 장미꽃을 보니까
지금이 봄날인가 잠시 착각을 했다.

12월인데... 꽃이 피는 시기가
장미꽃이 정상적인지 ?
애기동백꽃이 정상적인지?
헷갈리기도 했으나 모두 꽃들이니까
예쁘게 봐줘야 한다는 사실이 우습다.

애기 동백꽃도 피고 있고
장미꽃도 피고 있는 12월이 겨울이었던가?
세상이 어수선 하니까
꽃들 마져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낮에 밭에서 늦게 까지 일을 하다보니
걷기운동 할 시간이 없어져서
늦은 오후에 걷기운동 나섰더니
짧은 겨울 해는
오후 5시 30분 쯤인데,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어두워지는 들길을 1시간 쯤 걷다보면
정신이 번쩍났고, 춥다는 느낌도 강해졌다.
그래도 그런 길을  혼자 걸었어도
무섭지 않다는 것은 늘 다니는 들길이었고

아파트가 눈 앞에 있기 때문이다.

저물어서 어둠이 내려앉는 풍경도
때로는 참 멋스럽다는 생각으로

하루의 끝을 편안하게 마무리 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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