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번씩은 꼭 겪어야 하는 태풍이 위력은 올해도 역시 무지막지하다는 것을 실제로 또 겪게 되었다.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간판이 날아다니고, 모든 시설물들이 엿가락처럼 휘어버리는 참담한 현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새벽에 들이닥친 폭풍우... 유리창이 부서질 것만 같은 덜컹거림과 건물이 내려앉을 것 같은 흔들림, 그리고 정전이 된 어둠속 악몽같은 몇시간을 보낸후 ,그래도 텃밭이 걱정되어서 엉망이 된 들길을 걸어서 나가봤더니 지난밤 들판에서 전쟁영화를 촬영한 것 처럼 들판은 온통 쑥대밭이었고 완전 초토화된 텃밭에는 기가막힐 만큼의 하얀꽃이 다소곳하게 피어 있었다. 간밤에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것 같은 청초함에 우선 마음을 가라앉혔다. 무언가 위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