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의 옥수수

nami2 2020. 7. 27. 21:59

   밭이 마를새가 없이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햇볕을 못본다는 것이 그렇게 큰 타격을 준다는것을 실감할 만큼, 텃밭의 식물들은 소리없이 사라져갔다.

   누렇게 익어가던 호박도 2개나 썩어버렸고, 예쁘게 잘 크고 있던 식용박도 썩어가고 있었으며

   아주 열심히 맛있게 따먹었던  아삭이 고추 6포기가 몽땅 썩어서 사라져버렸다.

   인명피해가 날 만큼 그렇게 요란하게 내리던 비였는데, 식물이 멀쩡하다면 말이 안되는 소리겠지만

   하늘도 참 무심했다.

   멀리서 바라본 텃밭은 아무일이 없는듯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면 기가막힐 만큼

   속이 상했으며,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고추밭의 꼬라지가 이랬다.

   아삭이고추 6포기와 꽈리고추 6포기를 심어서, 참으로 재미있게 따다가 반찬을 했었다.

   폭우내리던 날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며칠만에 밭에 나가봤더니

   아삭이고추는 모두 썩어서 새까만 모습으로 있었고, 다닥다닥 예쁘게 달렸던 꽈리고추는

   나무는 멀쩡했지만, 꽈리고추는 몽땅 썩어서 밭으로 떨어져 있었다.

 

    쑥쑥 잘크고 있던 대파는 멀리서는 멀쩡하게 보였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녹병이 생겼다.

    대파잎이 녹슬은 것 처럼 노랗게 되어가는 모습이 황당했다.

 

  텃밭에서 멀쩡한 곳은 상추밭이었다.

  많은 비가 내리면 상추잎이 대부분 녹아내리는데, 그래도 잘 견뎌준것이 고마웠다.

  지난해에도 7월에 내리는 비로 여름상추를 망쳤던것이 생각나서

  올해는 상추를 먹기위해, 파종날짜 부터 상추모종 옮겨 심는 것을 신경썼더니 예쁘게 크고 있었다.   

 

                      재미삼아 심어놓은 작두콩꽃이 피어 있었다.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는 비내리는 텃밭에서 피고지고 했다는 것이 애잔해보였다.

 

                                         작두콩꽃

 

                      비에 젖은 달맞이꽃이 예뻐보인다기보다는  추워보였다.

                      밤에 꽃이 피었다가 아침 해가 뜨면 꽃이 지는 달맞이꽃인데

                      요즘에는 해가 뜨는 날이 별로 없다보니 하루종일 들판에서 꽃을 피운채

                      비를 맞는 날이 대부분이다.

                      비를 맞아서 더욱 청초해보이는 모습이 예쁘다.

 

                       요즘 들판에 제법 많이 꽃을 피우고 있는 '닭의장풀'꽃이다.

                       완전한 여름야생화이다.

                       이른 아침에 이슬이 흠뻑 맞은 모습만 봤었을때는 싱그러워 보였는데

                       비에 젖은 모습은 갸냘퍼 보이기 까지 했다.

 

   김장김치 담글때 얼큰하게 하기위해  해마다 땡초고추를 심었다.

   아삭이고추와 꽈리고추와 함께 심으면  고추가 몽땅 매워진다고 해서

   텃밭의 이쪽 끝과 저쪽 끝에 분리해서 심었더니, 땡초고추는 나무들이 튼튼했다.

   아삭이고추와 꽈리고추가 역병이들어서 사라져갈때도

   땡초고추는 역병을 피해서 멀쩡했지만,빨갛게 익은 고추가 비 때문에 물러진 것이 많았다.

   그대로 밭에 놔두면 모두 썩을 것 같아서, 따다가 냉동실에 저장하려고 한다.

 

  텃밭에 나가서 기가막힌 모습을 보았다.

  주말농장의 텃밭지기들은 밭마다 옥수수를 제법 많이 심었다.

  그런데 집으로 따가는 옥수수보다는 까치가 먹는 옥수수가 더 많았다.

  텃밭지기들은 거의 초보자였기에 어떤것이 통통 여물은 옥수수인지 분간이 어려운데

  까치가 흠집을 낸 것은 모두가 잘여물은 옥수수였다.

  결국은 까치가 골라놓은 잘 여물은 옥수수를, 사람이 따게 된다는 것이 우스웠다.

 

 엊그제,  까치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옥수수를 따다가 쪘더니 옥수수가 덜 여물어 있었다.

 옥수수 수염이 메말라 있으면 잘 여물은 것이라고 하지만

 구별해서 따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까치는 제법 잘여물은 옥수수에 모두 입을 댔다.

 껍질 까지 벗겨가면서 한개를 몽땅 다 먹은 옥수수가 텃밭에 가득했다.

 그래서 까치가 입을 댄 옥수수를 따봤더니, 모두 통통 잘여물었다.

 어쩔수없이 올해는 아무래도 까치와 반타작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잘 여물은 옥수수를 골라내어서 먹는 까치가 사람보다 낫다는 것이 이해가 안갔지만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가막혔다. 

 옥수수 한개를 까치와 나눠먹는 현실....

 농사 잘지어서 까치가 먼저 입을 대서 맛을 본후, 사람이 나머지 반을 먹어야 하는 현실...

 텃밭에서 옥수수 농사를 지으면, 까치가 상전이라는 것이 진짜 싫어진다.

 

    옥수수를 심어놓고 이렇게 몽땅 까치에게 빼앗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리 텃밭은 조금 늦게 옥수수를 심었기에 많이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요즘 옥수수를 따내야 하는 시기에 ,까치를 지켜내지 못해서 모두들 속상해 하고 있다.

 

  야속할 만큼 거의 매일 비가 내리다보니

  들판에 까치들은, 익어가는 옥수수를 그들만의 먹거리로 정한것 같았다.
  여름 간식으로는 최고라고 할 만큼, 맛있는 옥수수를, 텃밭하는 사람들은 밭마다 참 많이도 심어놨는데
  비가오거나 말거나 까치들에게 매일같이 강탈 당하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지만, 올해는 옥수수 수확이 그냥 재미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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