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 핀 호박꽃

nami2 2020. 7. 1. 22:07

     이슬이 내려앉은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나갔더니, 노란 호박꽃이 눈이 부실 만큼 예뻤다.

     못생긴 얼굴을 비유할때 호박꽃 같다고 누가 그랬는지 이해가 안된다.

     선선한 바람이 적당하게 부는 여름날 아침에, 이슬까지 촉촉하게 내려앉아 기분까지 상쾌한...

     그런 날 아침에 처음으로 만나는 호박꽃이 얼마나 예쁜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숫컷호박꽃에 벌 한마리가 날아와서 꿀을 먹고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암컷호박꽃에 날아가서 꽃가루를 전달하면 또 하나의 예쁜 애호박이 달린다는것....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진 자연의 오묘한 법칙앞에서 그냥 고개를 숙인다.

 

      열흘전에 3개의 호박이 한곳에 오밀조밀 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3개의 누런 호박덩이가  몇개월동안 누워 있기에는 자리가 비좁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걱정했다.

 

    그런데 며칠전에 들여다 보았더니 1개가 낙오되었다.

    혼자서 희생하겠다는 갸륵함에 그냥 미안했다.

    왜  한곳에 3개가 자리를 잡았는지?

 

      이녀석은 풋호박이다.

      누렇게 커가는 맷돌호박이 아니라  조금만 커도 맛이 없어지는  말그대로 풋호박이다.

      호박나물을 좋아해서 심었더니, 올해는 호박이 넘쳐난다.

 

        풀숲을 뒤져보았더니 또하나의 맷돌 호박이, 꿀벌에 의해서 탄생되었다.

        잦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도 꿋꿋한 것을 보니까 늙은 호박이 될 조짐이 보였다.

 

      저녁에 텃밭으로 장을 보러갔다.

      가지는 아직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가지 빼고는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오이, 가시오이,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애호박, 깻잎, 그리고 우엉잎 까지....

      잎채소중에 하나인 우엉잎은 호박잎처럼 쪄서 양념간장에 밥을 싸먹으면 맛이 있었다.

 

     재미삼아 심어본 호박농사는 올해 처음이다.

     지난해 까지 농사를 지었던 텃밭은 호박심을 자리가 없어서 한번도 심어보지 않았는데

     올해는 할당된 주말농장 텃밭 외에, 밭주인의 넓은 땅이 호박 밭이 되었다.

     밭주인의 배려로 텃밭지기 5명이 이곳저곳에 나름대로 호박을 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호박구덩이 옆에 두개의 구덩이를 더 팠다.

     기왕에 심을바에는 박도 심어보고 싶었다.

     식용박을 먹는 것도 중요했지만, 하얀 박꽃이 예뻐서 꽃을 보려고 심기 시작했다.

     호박꽃은 이른아침에 노랗게 피어나고, 박꽃은 늦은 오후에 하얗게 핀다는 것이 보기좋았다.

 

    비가 내리는 날에 호박전이 먹고 싶어졌다.

    따다놓은 호박이 있었기에 반죽을 해서 전을 부치며, 그자리에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호박전을 부치면서 먹는 맛.....

    체질적으로 막걸리를 마시지 못하는 것이 흠이 되었다.

    맥주라도 마시면서 먹고 싶었지만, 전을 부치면서 먹고 있었음은 배고파서 우선 먹고보자였다.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호박이 제법 예쁘게 커가고 있었다.
  예쁠때 따다가 맛있게 먹는것이 좋을것 같았지만
  선뜻 따기에 아까워서 망설였더니,애호박을 약간 벗어난 중간 호박을 따게 되었다.
  호박볶음 보다는 '호박전'이 맛있을것 같아서 또다시, 호박전을 부쳤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울타리에서 호박을 따다가 호박전을 부쳐주시던 어린시절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의 손맛이 꿀맛이었기에 더 맛있던, 그시절의 호박전 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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