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장마가 끝난 텃밭풍경

nami2 2020. 8. 3. 22:05

 거의 7월 한달내내 폭우가 쏟아졌던 날씨가 8월이 시작되면서 햇볕을 볼수 있었지만

 날이 맑은 것에 좋아할수만 없음은 감당할수 없을 만큼의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날씨에 계속해서 밖에 나다닐때는 마스크를 썼더니

 평소에도 피부가 좋지않음에 신경을 써야했는데,턱밑에 땀띠가 생겨났다.

 걷기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마스크가 땀으로 젖어있더니 따끔거려서 확인결과 땀띠였다.

 방안에서 꼼짝않고 있을수 없는 현실에 날씨는 덥고, 텃밭은 엉망이고....

 이렇게 저렇게 받는 스트레스가 지옥을 만드는 것 같다.

 텃밭에 심어놓은 봉숭화가 날씨가 더워지니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데 좋아할일은 아닌것 같다.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나도샤프란'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순박한 모습의 꽃이 예뻐서 텃밭에 심어놨는데

                             밭이 수없이 물에 잠겨서 다른 채소들은 모두 아작이 났는데

                             나도샤프란꽃은 역경을 딛고 버티어서 꽃을 피웠다는것이 고맙기 까지 했다.

 

엊그제 까지 고추가 주렁주렁이어서 농사 잘지었다고 한편으로는 흐뭇해 했는데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니 ,몽땅 딴세상으로 가버렸다.

기가 막혔고,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바라보고 서있다가 ,보기싫어서 정리를 했다.

 

 그렇게 쭉쭉 뻗어서 잘생겼던 고추들이 하루아침에 이런 모습이 되었다.

 내가 할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마음을 비우고 정리를 하는것 뿐이었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기에, 아침마다 빨간고추 따는 것도 꽤나 큰 즐거움이었는데

 누가 그런 작은 행복을 짓밟은것인지, 그냥 마음이 상할뿐이었다.

 

 18개의 고추 지지대를 빼내고

 빨갛게 익은 고추와 파란고추 멀쩡한 것을 골라서 땄더니 ,검은 비닐 봉지에 절반도 안되었다.

 봄부터 열심히 거름주고, 영양제 주고, 풀뽑아주고, 물주고 했던 결과치고는 너무 허무했다.

 

 고추밭 한켠에 그래도 아직은 살았음을 확인한  고추 4포기가 생존해 있다.

 전쟁통에서 억지로 목숨을 유지하고 살아돌아온 패잔병의 모습처럼....

 2포기는 장애를 가진것 처럼, 썩은부분을 잘라냈고,  2포기는 시름시름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도 제발, 여름 끝자락 까지 나와 함께 하기를 바랄뿐이다.

 

 밭 한가운데, 땡초와 분리해서 심어놓은 "꽈리고추와 아삭이 고추, 그리고 비타민 고추는

 몽땅 딴세상으로 가버렸다.

 고추 중에서 단 한포기라도 남아 있었으면 덜 서운했었을텐데...

 그냥 황당했다.

  

 모두 돌아가신 땡초를 마무리 하면서 건져낸 잔유물이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간다고 좋아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것이 내가 농사 지은 땡초의 수확물 전부이다.

 그 나머지는 모두 썩어서 밭에 거름이 되려고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비를 많이 맞고 익어가던 토마토의 일그러진 모습도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토마토 10포기 중에서  이제 1포기 남았다.

 가을채소 심을 준비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뿐이고

 8월 한달은 밭에서 하는 일이란 풀을 뽑는일, 그리고 까치에게서 옥수수를 지켜내는 일만 남아 있다.

 

  긴 장마가 끝난후 텃밭은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밭에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답이 나오지 않아서 며칠동안 고민을 하다가
  오랫만에 나가보았더니 고추밭은 폭격맞은 것 처럼 기가막혔지만
  그래도 다른 농작물들이 까치에게 빼앗길망정 수확할 것이 있다는 것에 시름이 가시는듯 했다.

  그렇게 요란하게 내리던 폭우속에서 멋진 모습으로 매달려 있는 호박 2개가 어찌나 예쁘던지 ...

  옥수수는 잘여문 것은 여전히 까치밥이 되었기에

  알갱이가 잘여물었는지 확인할수 없었지만, 그래도 짐작만으로 옥수수를 땄더니 그런대로 잘 여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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