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부터 30도를 넘나드는 기온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슬이 없는 날에는 바람이 불어주어서 좋은데
이슬이 듬뿍 내려앉은 날에는 바람 한점 없어서, 이른아침에도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치게 했다.
그러잖아도 맥빠지는 세상사인데, 폭염은 더욱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것 같은 여름날이다.
이곳, 기장군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1명 생겨났고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해운대구에도 1명, 울산시에도 1명의 코로나 확진자 때문에
하루종일 수없이 날아드는 안전문자에 머리속 까지 헝클어질 지경이건만
그보다 몇백배의 확진자를 만들어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속타는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런지, 말문이 막힌다.
폭염에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것만 같았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떠는 세상은 자꾸만 요지경속이 되는 것 같은데....
아침이슬을 듬뿍 맞고 예쁘게 핀 봉숭화 무더기가 그나마 마음을 다독이는 듯한 느낌이든다.
이 모습이 평온한 여름 풍경인데, 세상은 어쩌려고 그러는지?
50여일동안 텃밭 한가운데서 비를 맞으며, 세상구경을 했던 상추가 제법 자라고 있지만
여름날의 강렬한 태양 때문에 예쁘게 부드럽게 자라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채소값이 금값이 되어버린 요즘, 귀한 대접을 하고 있다.
쑥갓 몇포기, 여름상추 몇포기...
장마가 끝이나고 폭염이 시작되면 귀한채소가 될것 같아서 어렵게 키웠더니, 진짜 금값이 되어가고 있다.
아삭이고추 6포기, 꽈리고추 6포기, 땡초 22포기, 비타민고추 3포기
이 모든 것들이 거듭되는 물폭탄으로 하루아침에 몽땅 저쪽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고추씨 한포기가 급성장을 보이면서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직은 고추의 종류도 모른다.
어떤 형태의 고추인지 궁금해 했지만, 우선은 고추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삭이, 꽈리고추, 땡초... 어떤종류라도 좋으니,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뿐이다.
비를 너무 많이 맞은 가지가 변형이 되었다.
너무 많은 비에 가지가 참 많이도 썩어나갔는데, 이녀석들은 한꼭지에서 두개가 만들어진듯 했다.
장마가 끝난후 폭염이 시작되면서 나무에 달린 가지들이 뚝뚝 떨어져나갔다.
모두 썩어가고 있음에 방법을 찾지못했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 영양제였다.
영양제를 듬뿍 주었더니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는 가지나무 밑의 풀을 뽑으면서 쳐다보니, 셀수없이 많은 가지가 달려있었다.
가지 살리기 성공을 했다 것에, 한시름 덜어놓게 되었다.
맷돌호박 10포기가 몽땅 사라졌다.
올해는 그 흔한 호박잎 한잎 먹지 못했다.
호박잎을 먹을 수 없는, 풋호박은 3포기중에서 1포기가 살아남았다.
더이상의 애호박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풀숲에서 호박 한개를 발견했다.
대박....!! 그냥 마음이 웃는 것 같았다.
당귀와 신선초는 빗물에 약해서 살아있음을 포기 했는데 살아남았다.
어디서 씨가 날아와서, 고추가 사라진 밭에서 뿌리를 내린 강낭콩이었다.
뽑아버리려고 했다가 그냥 놔뒀더니 꽃이 피면서 콩꼬투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공짜로 얻은 콩이지만, 콩꽃이 예쁘기에 은근슬쩍 거름을 주고 관리에 들어갔다.
오랜 장마에 오이넝쿨이 거의 죽음까지 갔었다.
할일이라고는 오이넝쿨 걷고, 밭을 일궈서 당근씨를 뿌리려고 생각중이었는데
오이넝쿨이 하나 둘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오이 하나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에....또다시 대박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열흘쯤이면 노각오이가 식탁에 오를것을 생각하니 텃밭 재정비 하는데 힘이 되어주는 듯 했다.
오이 넝쿨 이곳저곳에서 노란 오이꽃이 엄청 피기 시작했다.
오이 만큼은 완전 회복된듯 했다.
고추, 호박과 식용박은 몽땅 사라졌지만, 오이와 가지로 인해서 열매를 딸수 있음에 감사했다.
모진 물폭탄을 수없이 맞고도 살아남은 채소들이 대견하면서도 예뻐보였다.
장마가 끝난후 폭염이 시작되면서 완전하게 포기를 했던 채소들 중에서 특히 오이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회복을 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 되었다.
이슬이 잔뜩 내려앉은 이른아침에 노란 오이꽃이 다닥다닥 꽃을 피우면서
그로인해 모여드는 벌떼들의 윙윙거림은, 텃밭의 모든 채소들에게 활력소를 불어넣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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