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여름 끝자락의 텃밭

nami2 2020. 8. 27. 22:39

 강력한 태풍이 오기 때문에, 3일정도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불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해안가에 사는 사람으로서, 태풍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철저하게 대비를 했었지만

 평소보다 더 덥고, 더 바람이 없었고, 비는 먼지를 씻어낼 만큼 내렸음에...

 다음에 올라올 태풍 소식은 모두들 일기예보를 믿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태풍이 제주를 거쳐서 서해안으로 상륙해서 서해바다를 지나, 어디론가 간다는 태풍의 진로는

 이곳 동해남부해안가에서는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인데,

 재난 안전 문자는 너무 엉터리 예보만을 믿고, 호들갑을 떨었음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까치에게 옥수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뒤늦게 익어가는 옥수수에 빨간 양파망을 씌워 놓은것이 사진으로 보니까

 이것도 웃음거리가 되는듯한 여름 끝자락이다.

 

 길고 길었던 장마비에 주말농장인 텃밭은 이집 저집 할것 없이 모두 텅비었다.

 가을채소 가꿀 준비를 하다말고, 태풍 탓에 잠시 일손을 놓게 되었는데

 다시금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상추값이 금값이라는데, 그동안 물을 주지 않아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내 불찰이었음에 반성을 하면서 이제 부터라도 열심히 물을 주기로 했지만, 폭염은 상추를 자꾸만 힘들게 한다.

 고추가 모두 사라진 밭에, 땅을 파고 ,거름을 하고, 알타리무우 씨를 뿌렸다.

 날씨가 더워서 아직 어린싹은 발아되지 않는것 같다.

 

 거의 다죽어가던 오이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꾸만 오이를 맺게 했다.

 모든 채소값이 금값이라는데....

 아침마다 문안인사 여쭙느라 바쁘게 다녔더니 제법 신통한 짓을 하고 있다.

 

 장마에 모두 죽어갔는데, 어떻게 해서 살게되었는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나로써도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영양제 주고, 거름 주고, 아침마다 물을 주고, 노균병이 들어버린 잎을 제거해주고....

 그랬더니 심심치 않게 오이맛을 보게 해준다.

 노력한 만큼의 댓가가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노란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열매가 자라고 있고

 아침마다 벌들의 윙윙거림은 텃밭에 나가서 고생한 보람을 찾게 되는 순간이다.

 

 호박 16포기가 빗물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겨우 남겨진 1포기의 호박줄기에서 호박이 2개나 달리게 되었다.

 벌이 호박꽃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고, 근처에 숫컷호박꽃에 다녀오는 것도 보았다.

 분명이 수정이 되었음에 호박은 튼실하게 자랄것을 생각하니 그냥 무조건 고마웠다.

 

 16개의 호박이 모두 사라졌음을 알았는지, 어디선가 날아온 호박씨가 싹을 틔우고, 줄기를 키우고 있다. 

 아직은 호박이 맺지는 않았지만, 뻗어가는 줄기 맨끝에 호박이 달린 아주 작은암컷을 보게 되었다.

 9월쯤에는 암컷호박꽃이  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쭉쭉 뻗은 늘씬한 가지가 물폭탄의 고문에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제발 죽지만 말아달라고 아침마다 문안인사를 여쭙는다.

 오이와 마찬가지로 살려보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역시 영양제와 거름과 물을 주면서 병든 잎을 제거 해주었더니 열매를 맺는데

 오이만큼 왕성한 번식력은 없지만, 어렵게 어렵게 열매를 키우고 있었다.

 

 쭉쭉 뻗은 가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채소값이 금값인 요즘에 귀한 식재료를 선물 받는 것 같았다.

 

 태풍으로 인해 3~4일 정도 비가 내리고 나면

 가을무와 배추를 심기위한 준비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 폭염에 서둘러서 땅을 파고 거름을 했다.

 가을무우와 당근은 9월1일쯤에 씨를 뿌리려고 한다.

 

 이곳은 김장배추를 심을 밭이다.

 오전 7시인데,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삽질을 하다가 팽개치고 물마시고, 또 삽질을 하다가 쉬고.....

 엉터리 태풍예보에 급하게 하느라, 더위를 무시하며 일을 했더니

 병원가기 어려운 요즘에 몸살이 생긴듯....일을 끝내고 히루종일 죽은듯이 자고 일어났다.

 

 열심히 뜯어먹었던 부추밭에도 가을이 오고있다.

 꽃이 피게 되면, 부추가 질겨지므로, 꽃이 피지말라고 자꾸만 꽃을 잘라냈더니

 한번쯤은 꽃을 피우고 말겠다는 부추들이 항의를 하는듯, 모두 꽃봉오리를 만들었다.

 내가 두손 반짝 들어서 '졌다는' 표시를 보여줬다.

 

 긴 장마에 빗물이 참으로 지겹다는 생각을 해서, 폭염에 시달리는 채소들에게 물을 주지 않았음이
 내 아둔한 생각이었음을 알았을때는, 이미 상추들이 망가지고 있었다.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무더위에
 이슬만 먹고 살기에는 여름 끝자락의 폭염은 들판의 모든 것들을 힘들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밭 옆의 도랑가에 물이
 텃밭 작물들에게는 완전한 생명수였음을 뒤늦게 알게되어, 주변의 잡초 정리를 하게 되었다.

 깊은 산속의 옹달샘 같은 작은 웅덩이에는 물방개와 미꾸라지와 소금쟁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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