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산비둘기와 함께 수확한 '완두콩'

nami2 2020. 6. 17. 22:58

엊그제 내린 비로 텃밭의 잡초는 끊임없이 자라고 있었다.

돌아서면 풀이 보이고, 자고나면 풀이 더 자라있고, 날씨는 견딜수 없을 만큼 폭염이고...

왜 내가 텃밭을 시작 했는가, 중얼거리며 후회를 하는 여름날은 이제 시작이건만, 텃밭에 할일은 너무 많았다.

좀 더 잘크라고 복합비료를 한줌 주었더니, 잘못 받아드린 고추 한포기가 시들시들해졌고

주렁주렁 매달린 방울토마토 한포기가 갑자기 시들시들해져서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애써 가꿔서 열매를 맺게 하고, 이제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농사전문가에게 진단을 해달라고 보여주었더니, 과감하게 뿌리를 뽑아내는 것을 보고는 진짜 속이 상했다.

다른 녀석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냉정할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짠했다.

오늘 완두콩 농사를 끝맺음 했다.

 

  며칠전 까지만 해도 풍성한 모습으로  매일같이 완두콩을 따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듯

  노년의 완두콩줄기 숲은 하루가 다르게 볼품이 없어졌다.

  아마도 완두콩의 일생으로서는 90세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퇴색되어 사그러지는 모습 뒤에는 산비둘기가 있었다.

  힘이 없어진 완두콩 줄기에서 떨려나오는 콩을 까먹느라 바쁜 나날이었다.

  콩을 따러 아침에 가면, 소복하게 콩을 까먹은 흔적이 있었다.

  애꿎은 까치만 원망했더니, 범인은 산비둘기였다.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비둘기가 아닌 산비둘기여서 예쁘게 봐줬더니, 그녀석들이 완두콩밭의 도둑이 되었다.

  볼품없이 사그러드는 완두콩 줄기 보다는, 좀 더 예뻤을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서

  이미 사그러져서 없어진 완두콩 줄기들 보다는  이 사진이 나을 것 같아서 올리게 되었는데

  영정사진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그랬다.

 

     완두콩을 처음 따기 시작 할때는 재미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완두콩 줄기들이 힘이 없어지면서, 콩이 노랗게 되기 시작 했다.

     콩 꼬투리 색깔이 파란색일때는 산비둘기가 날아오지 않더니

     콩 꼬투리가 노란색이 되면서 부터는 그녀석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게 되었다.

     누가 먼저 완두콩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텃밭농사 5년만에 처음으로 완두콩 농사를 잘 지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내 농사 솜씨가 서투른 것인지, 아니면 밭이 나쁜 것인지

   몇년동안 판가름이 안되었는데, 이번에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몇년 동안 임대했던 주말농장의 땅은 질척거려서 뭐든지 잘 되지않는 나쁜 땅이었음이었고

   올해 새롭게 임대한 주말농장의 땅은 마사토가 섞인 포실포실한 땅이어서 콩농사가 잘되었음을 인정했다.

   콩 꼬투리 속에서 꽉차게 들어 앉은 완두콩 형제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완두콩씨를 3월3일에 3,000원에 구입하여 심었다.

    3개월 남짓 정성을 들였더니, 이렇게 껍질을 깐 완두콩을 3키로가 넘게 수확을 했다.

    완두콩 농사 5년만에 내나름 대풍을 했다고 이곳 저곳에 자랑 비슷한 보고를 하게 되었다.

    서울 동생집에 1키로 보내고, 나혼자서 일년동안 잘 먹을 것 같다는.....

 

         아파트 주변의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밤꽃'을 만나게 되었다.

 

밤꽃은 예쁘지만, 밤꽃 향기는 진짜 그랬다.

어찌 냄새가 그럴수 있는가, 꽃을 쳐다볼때마다 아이러니 했다.

이맘때 마지막으로 눈여겨 볼 수 있는 꽃은 , 산비탈에 하얗게 피는 밤꽃이다.

밤농사를 많이 짓는 밤 농원 근처 숲길을 걷다가 밤꽃을 보게 되었는데

밤꽃은 어릴때 살던 고향집 뒷곁의 커다란 고목나무를 떠올리게 했으며

그냥 알 수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서, 향기는 어떻든간에  밤꽃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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