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폭염이 시작되면서 우리집 텃밭의 토마토가 제법 예쁜 색깔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식탁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소쿠리속의 토마토는 까치와 고라니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덜익은 토마토이다.
기왕 노지에서 자란 토마토라면, 마지막 완숙될때 까지 노지에서 수확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매일 늦은 오후에 점검하듯이 텃밭에 들려서 아직은 미완성 완숙토마토를 집으로 따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아침에 고라니에게 빼앗기고, 한낮에는 또 까치에게 상처를 입게 된다.
주말농장인 텃밭은 들판 한복판에 있으며, 얕으막한 산이 마주보이고 있다보니
주변의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아무리 애를써도 산에서 살고 있는 녀석들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는 것을 눈으로 찜해 놓았는데, 토마토가 이튿날 감쪽 같이 사라졌다.
혹시 사람이 그랬나? 주변을 의심했었다.
그 이튿날에 역시 방울 토마토가 익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또 없어졌다.
열매를 좋아하는 까치를 의심했는데, 범인은 고라니였다.
주렁 주렁 매달린 방울토마토를 익어가는 순서대로 따먹는 녀석이 고라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 해봤다.
붉은 빛이 돌아서 이튿날 따야할 토마토를 일부러 눈여겨 봤더니, 고라니가 먹고 갔다.
올해는 어쩌면 토마토 맛을 못볼 것이라고 생각하니 화가났다.
애써 농사 지은 것을 엉뚱한 녀석들의 간식이 된다는 것이 있을수가 없다고 생각한 후
토마토에게 그물망을 씌웠다.
설마 이렇게 그물망으로 토마토를 보호하니까, 괜찮겠지 했다.
큰 토마토 익어가는 것을 찜해 두었다.
큰 토마토 중에서는 가장 먼저 익기 시작하는 것이라서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주렁주렁, 주렁주렁 쳐다만 봐도 흐뭇했는데
아마도 고라니와 까치도 나처럼 늘 찾아와서 먹을기회만 노렸던 것 같았다.
우리 텃밭 근처의 저 산속에 고라니가 살고 있어서, 주변의 텃밭하는 사람들은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고구마잎, 콩잎, 상추...등등인데 토마토까지 따먹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결국에는 토마토를 그물망속에 완전히 가둬두었지만
토마토 줄기가 뻗어가는 윗쪽은 어쩔수 없어서 그냥 놔뒀더니
까치가 윗쪽에서 그물망으로 드나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뛰는 놈 위에 날으는 놈이 있다더니, 토마토는 뛰는놈과 날으는 놈 때문에
내가 먹을 것은 아무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니, 그들과 전쟁을 어쩔수없이 하게 되었다.
큰토마토가 빨갛게 익었길래, 그물망 속으로 손을 넣어 토마토를 땄더니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고라니는 흔적없이 먹었지만, 까치는 흔적을 남겼다.
그물망 바깥쪽에서 바라볼때는 멀쩡한 것 같았는데, 따보니까 이런 모습이었다.
작은것은 방울토마토인데, 옆으로 파먹었고, 큰토마토는 매달린 상태의 밑에서 위로 파먹은듯....
기가막혔다.
토마토를 잘 키워놓고나서 고라니와 까치와 싸움을 해야 한다는것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애호박을 땄다.
몇개의 애호박이 먹음직스럽게 커가고 있는데, 고라니와 까치는 호박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루 하루 약간 덜익은듯한 토마토가 우리집 식탁위에서 예쁜 색깔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다.
햇볕 좋고, 바람이 좋은 텃밭의 토마토 밭에서 쫒기듯 , 집으로 들어온 덜익은 토마토가 불쌍했다.
잘키워서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서 가져오고 싶었는데, 모든 것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매일같이 늦은 오후에는
토마토가 짐승들의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일부러 토마토를 따와야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텃밭 한켠에 핀 비비추 꽃이 본격적은 여름의 시작임을 알려주는듯 하다
지난해 여름에 꽃씨가 떨어진 봉숭화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며, 늦봄에 씨를 뿌린 코스모스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시작되고 , 태풍도 한몫을 할 지긋지긋한 여름이....
쉽게 오지않기를 바랬는데, 속절없이 찾아오는 뜨거운 여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것을
예쁜 보랏빛 '비비추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마음 비운채 마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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