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우기라는 것이 텃밭에게 도움을 줄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음이 더 많다는 것을
텃밭 5년차에서 알게 되었다.
손바닥만한 10평남짓 농사를 지을때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대로 따라할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본의아니게 주말농장 25평 정도를 농사짓다보니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풀과의 전쟁, 벌레와의 전쟁, 무법자인 짐승들과의 전쟁, 그리고 자연이 주는 더위와 그로인한 스트레스...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텃밭농사는 어느새 힘겨운 나와의 싸움이 되었다는 것이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잘키운 먹음직스런 가지나무, 4포기 중에서 1포기는 벌레가 몽땅 갉아먹었다.
텃밭 채소들에게 절대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너졌다.
방법이 없어서 결국에는 잎을 갉아먹는 벌레 죽이기에 나섰다.
장마철이라는 것이 토마토에게 시듬병을 만들었고, 대파에는 녹병, 오이와 호박에는 노균병....
이른아침 6시에 텃밭에 나가면, 그때 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한다.
중풍에 좋다는 '방풍'이 하얀꽃을 피웠다.
꽃이 피면 뜯어먹을 잎이 없어져서, 꽃 피우지말라고 자꾸만 잎을 뜯어냈더니
잎 보다 먼저 꽃을 피웠다.
내가 식물에게 졌음을 인정하고, 매일같이 점점 예뻐지는 꽃을 바라본다.
텃밭에 핀 야생초의 이름은 '분홍안개초'
텃밭 주변의 날개 달린 짐승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텃밭 작물에는 절대로 입을 대지 않고, 근처 논에서 벌레를 잡아먹는 왜가리'인것 같다.
이른아침에 아직 까지 잠을 자고 있는 작은녀석이다.
이 정도는 귀엽다고 말하고 싶다.
풀을 뽑다가 지렁이가 나오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는데
오늘 아침에는 커다란 두꺼비가 농장 입구를 막아섰다.
어찌나 놀랬는지...
고라니에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뺏앗겨서 그물망을 해놓았다고 지난번 블로그 글속에 소개했었다.
매일 아침 고라니 발자국은 찍혀 있었지만, 고라니는 그런대로 물리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익어가는 토마토 그물망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까치가 있었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라고....
익은 토마토를 몽땅 구멍을 내고 파먹고 있었다.
또다시 그물망을 위로 쳤다.
날아드는 까치의 횡포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가 익어가는 것을 까치에게 몽땅 빼앗긴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어이가 없었다.
우리집 텃밭 토마토가 완전하게 그물망속에 갇혔다.
고라니와 까치는 익은 토마토를 꺼내 먹을 방법이 없겠지만
그물망을 친, 내 손이 익은 토마토를 따내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약이오를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텃밭을 하다보니 말못하는 짐승과 싸움을 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초석잠 꽃이 이렇게 생겼다.
이상하게 생긴 초석잠을 장아찌 담그려고 심었더니 꽃을 피웠다.
들판의 무법자 까치들의 모습이 이제는 예뻐 보이지 않는다.
옆으로, 위로 그물망을 촘촘하게 쳐놨더니 제법 토마토가 익어가고 있었다.
매일 같이 덜익은 토마토를 따러 가지 않아도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까치와 고라니에게 시달림을 당한 토마토에게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병이 찾아왔다.
들판 주변의 텃밭마다 토마토에게 찾아온 '시듬병'은 인정사정없이 토마토를 시들게 했다.
열매는 주렁주렁인데, 시듬병은 하루가 다르게 토마토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매달린 열매는 억지로 익어가고 있지만, 끝은 너무 황당할 것 같다.
아직 한달 정도는 더 열매를 맺고, 열매가 익어갈텐데....
그냥 안타깝고, 아쉽고, 아까웠다.
기가막힌 현실에 그냥 마음만 타들어갈뿐이다.
이럴려고 까치와 고라니에게 모질게 했는가 싶다가도, 그래도 끝까지 짐승에게 토마토를 지켜준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토마토의 어린 모종을 사다가 심을때는 그냥 마음이 설레었는데 ...,
까치와 고라니에게 시달리다가 끝내는 역병으로 끝날것이라고는 단한번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저 토마토라는 것에 익숙해진 입맛이었기에
맛있는 토마토라는 이름표 앞에 가격도 만만치가 않았지만
대저토마토 만큼 맛있게 잘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였더니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시들음병'이라는 역병으로 인해 텃밭의 토마토는 점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토마토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지만, 잎과 줄기는 이미 병색이 완연했다.
그냥 손놓고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속수무책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