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엄청 내려갈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 애기동백꽃이 화사하게 피고 있는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인데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냐면서, 음력 10월 초하루였기에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아서
겨울 패딩을 꺼내입고 목도리와 장갑 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추웠던 아침 기온은 1도였고, 바람까지 불었다.
바람 덕분에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상상밖이었다.
그래도 영하 까지는 내려가지 않았기에 다행이라고 했건만
초하룻날의 절집으로 가는 숲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엄청 추웠다.
얼마나 추웠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너무 추워서 아침식사 했던 것이 급체를 해서 고생을 좀 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래도 집 주변에서 절대로 볼 수 없었던 만추의 풍경을
통도사 숲길에서 혹시나 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 해봤으나
그런 기대는 어이없게도 나뭇잎은 이미 떨어져서 흔적이 없었고
앙상한 나무들만이 쓸쓸한 겨울풍경을 만든채 스산한 바람만 불고 있었다.
통도사 경내에는 단풍이 예쁘게 물든 모습은 아무리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우중충하게 퇴색된 낙엽만 쓸쓸하게 뒹굴고 있었다.
통도사 경내는 그 어떤 곳에도
예쁘게 단풍이 들어있는 나무는 찾을수 없었다.
다만 새들의 겨울 먹거리로 남겨둔 감나무의 감들이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을 연출한듯 했다.
일주문 옆의 감나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역시 멋져보였다.
감나무는 대부분 해걸이를 한다지만
통도사 경내의 감나무들은
모두가 지난해와 똑같이 변함 없는 모습들이었다.
종무소 전각의 돌담 너머로 보여지는 감나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요사채 돌담 너머로 보여지는 감나무의 풍경이
통도사의 만추풍경 1호인듯, 참 아름답게 보여졌다.
통도사 경내에서 향긋한 향기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향기 따라서 가봤더니
커다란 나무의 하얀꽃은 은목서였다.
늦가을 부터 초겨울 까지 하얀꽃과 향기를 내뿜는 은목서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며,세계에 약15~20여종의 종류가 있다고 한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아시아, 미국 남부지역, 태평양 섬 숲속에서 자생한다고 했다.
통도사 경내에 커다란 은목서 나무가 있다.
오래된 고목나무로서
11월 부터 12월 까지도 예쁘게 꽃이 피는 것을 보았다.
은목서의 꽃말은 '달콤한 사랑'이다.
통도사 경내에서 예쁘게 단풍 물이 들고 있는 나무는
유일하게 딱 한 그루 '배롱나무'였다.
숲길에서 청미래덩굴 빨간 열매를 만났다.
꽃이 없는 숲길에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열매는 봐줄만 했다.
낙엽 위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꽃향유'
개화기가 10월에서 12월 까지 꽃이피는 차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지방은 추워서 기르기 어렵고
남부지방에서는
남해안에 인접한 하동군, 보성군, 제주도 지역에서 잘자라고
대부분 녹차 생산 까지 하고 있다.
차나무는 찻잎을 발효시키거나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녹차 ,우롱차,홍차를 만든다고 한다.
차나무꽃의 꽃말은 '추억'이다.
차나무는 지금이 제 철인듯 꽃이 엄청 피고 있었다.
애기동백꽃 만큼이나 차나무도 추위를 타지 않은듯...
하얀꽃이 다닥다닥 피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올 가을에는
단풍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엊그제 다녀온 경주 불국사도 단풍이 그저그랬는데
이곳 통도사 역시 예쁜 만추의 풍경은 볼 수 없었다.
노란 은행나무의 모습도 보물찾기 하듯 겨우 찾아냈다.
지난달 음력 9월 초하루(양력10월)에는 개울가의 울창한 나무들에서
단풍을 볼 수 없었던 온통 푸르름뿐이었다.
그래서 한달 후 10월 초하루(양력11월)의 모습에 기대를 해봤다.
그런데 한달만에 찾아간 개울가의 나무들은 단풍은 커녕
앙상한 겨울나무의 모습이었으며
떨어져 뒹구는 낙엽도 그다지 예쁘지 않았다.
어설프게 썩어가던 나무들의 낙엽은 모두 우중충...볼품이 없었다
지난 여름 부터 초가을 까지 쉼없이 내렸던 지긋지긋한 비가
만들어낸 것은 썩어가는 낙엽의 부산물 정도 였을뿐
올해의 만추 풍경은
꿈속에서나 찾아봐야 할 정도로의 아쉬움만 남겨졌다.
그렇다고 만추 풍경을 보기 위해서 다른지방으로 갈 수는 없는 일
올해는 또 그러려니 하면서 애써 마음을 비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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