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금정산 범어사로 가는 길이 뜸해져서
일년에 한 두번 정도 겨우 계절 바뀔때만 간다는 것이
진짜 내가 불자였었는가, 불심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한달에 한번 음력 초하루에는 양산 통도사를 갔었고
음력 보름날에는 꼭 금정산 범어사 일주문을 들어섰으며
음력 18일(지장재일)에는 불광산 장안사를 갔었는데
요즘은 겨우 음력 초하루에 통도사 가는 것 말고는 뜸해지는 것
그것도 사는 것이 바쁘다는 이유가 될런지는 모르나
어째튼 매달 음력 보름날을 건너 뛰면서
범어사 부처님을 뵈러 가는 길이 뜸해졌음을 진심으로 반성해본다.
지난 봄날 4월에 금정산 암자산행을 한 후
어찌하다보니 여름을 건너 뛰었고...
겨우 늦가을 끝자락에서 범어사 일주문을 들어선 이유는
마지막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하기 위해서였음에
오랫만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왔다.
적절한 단풍시기였는지는 모르나
범어사에서 마지막 가을을 보내고 싶어서 찾아간 날은
공교롭게도 엊그제, 음력 10월 보름날이었다.
범어사 산문을 들어서면서 보여지는 단풍나무가 어찌나 예쁘던지?
단풍 절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새삼 감탄을 하게 되었다.
범어사 일주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주문 옆 왼쪽 계곡쪽으로 들어서는데
숲속의 노란 단풍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이정표는 범어사 부도탑 가는 길이었다.
숲속 멀리 오밀조밀 부도탑이 보여졌다.
범어사 일주문 입구에서 왼쪽의 계곡을 따라가면
크고 편편한 바위들이 펼쳐지는데
이곳을 지나서 약 40m 정도 가면 숲이 보이면서
범어사 부도전이 그 숲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도전(부도탑)은
여러 기의 부도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부도전이라고 일컫는데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하는 묘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승탑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무 이름은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보여지는 계곡 옆
숲속의 나무들은 거의 노란색 단풍들이었다.
단풍의 색깔은 크게
붉은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나뉜다는데
범어사 숲속의 나무들은 거의 노란 단풍들이었다.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숲에는
진짜 형형색색으로 예쁘게 물들어서
단풍예찬을 외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범어사 여러곳의 산내암자 중에서
가장 예쁘고 분위기 있는 암자는 대성암이다.
범어사에서 가장 가까운 숲속에 위치한 이곳 암자는
비구니 스님들께서 수행정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성암으로 오르는 돌계단 틈새로
예쁜 단풍이 내려 앉아서
낙엽을 밟으며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도
늦가을 분위기에 휩쓸린듯 했다.
대성암 입구 대문 앞의 단풍은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수행승들의 수도정진...정숙이라는 글귀에
조심 조심 또 조심스러웠다.
요사채 뜰앞의 커다란 애기동백꽃이
하나 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금쯤은 화사한 모습으로
몽땅 꽃이 피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데...
지붕 위에 햇살이 훼방을 놓아서
동백꽃나무는 희뿌연해졌음이 아쉬웠다.
늦가을에 화사하게 피고 있는 애기동백꽃
대성암 뜰 앞에서 바라본 대문 앞 풍경!
멀리 숲속의 요사채 주변 나무들은
갈색 단풍들이
멋지게 만추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느티나무 종류가 아닌가 추측해봤다.
대성암에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기위해서 길을 나섰더니
대성암을 둘러싼 돌담 앞의 단풍들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늦가을 범어사로 가서 마주하게 된 단풍과의 만남은
시기가 적절해서 참 아름다웠노라고 ...
어딘가에 계신 자연 神께 감사함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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