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입동을 하루 앞둔 텃밭 풍경

nami2 2023. 11. 7. 22:29

며칠동안  추적거리며 찬바람과 함께 가을비가 내린 후
올 겨울 들어서 첫 한파가 닥친 곳도 있고
우박이 떨어져서 농작물이 망친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곳의 날씨를 생각해보면
그쪽이 비정상인지 아니면 이쪽이 비정상인지는

종잡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만추의 11월, 입동이 코 앞이라는 것이다.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인데
이 무렵 밭에서는 무우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은 굴을 파고 숨는다고 한다.
그래서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이 많이 춥다고들 한다는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텃밭은

입동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이른 봄꽃과 늦가을꽃..

그것도 모자라서 여름꽃 까지 피고 있는 요상스런 계절인듯 하다.

텃밭에서 늦여름 부터 꽃이 피고 있던 맨드라미는
날씨가 춥든말든 변함없는 모습으로 텃밭 지킴이가 된 것 같았다.
양파 밭을 만들면서 뽑아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맨드라미가 있는 그 자리 만큼은 양파를 심지 않기로 했다.

비가 흡족하게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양파 밭을 만들기 위해 삽질을 했더니
아주 쉽게 흙을 뒤집을 수 있었다.
때 맞춰서 내려준 비가 정말 감사했다는 생각이다.

추위가 닥쳐오는 요즘 같은 늦가을에
대파 밭에 잡초가 겁없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눈살이 찌푸러졌는데
들여다보니 잡초가 아닌 '냉이'였다.

이렇게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데 뽑아내기에는 아까웠다.

겨울 내내 키워가면서 된장국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요즘 눈에 띄는 냉이는 빨리 캐지 않으면
한 겨울에도 꽃이 피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것들은 우선 캐기로 했다.
마침 된장국이 먹고 싶었기에 잘되었다는 생각이다.

냉이를 캐고, 아욱을 뜯고
멸치 육수를 만들어서 된장국을 끓였다.
입맛은 늘 없는 상태였기에
아욱과 냉이를 넣고 끓인 된장국이

오랫만에 별미가 되어서 입맛을 돋궈 주었다.

시금치 씨를 뿌리고 한달을 기다렸는데
이번에 내린 가을비가 아주 고마운 비가 된 것 처럼
비를 맞은 후 시금치는
예쁘게 파란 싹이 보이기 시작했음에
역시 빗물은 보약인듯 했다.

김장 때  쓰려고 적색 갓  씨를 뿌렸지만
가을 가뭄 때문에
보일듯 말듯하더니 보약 같은 빗물 덕택에
아주 예쁜 모습으로 변신했다.

김장을  하려면 아직도 한달이 남았기에
만져봤더니
벌써 부터 배추 속이 꽉 차있었다.

동치미용 가을무도 제법 먹음직스러워졌다.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속에서 자라는
쌈채소들도 여전히 잘 크고 있다.

텃밭의 방울토마토...!!
부디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빨갛게 익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른봄에 피는 '개쑥갓' 잡초가
텃밭 이곳 저곳에서 꽃이 피고 있다.

개쑥갓은 유럽에서 날아 들어온

귀화식물로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며
개쑥갓 꽃말은 '밀회' 라고  한다.

털별꽃 아재비는 찬바람을 꽤 즐기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 그리 많은 꽃을 피우는 것인지
텃밭의 구석구석 모두가 털별꽃아재비인데
꽃말은 순박함이라고 한다.

한약재로 쓰인다는 한련초도 자꾸만 꽃을 피우고 있다.
이른봄  아닌 늦가을에 이렇게 꽃이 피어도 되는 것인지?
한련초 꽃말은 '애국심, 승리 ,언제가는 반드시' 이다.

텃밭에 심어놓은 해국이
아주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여름날에 모종 얻어다가 심은 것이
이렇게 예쁜 모습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밭가에 심었기에

밑거름이 꽃을 피우는데 도움을 준 것 같았다.

 

그냥 국화가 좋아서 쪽파 밭 가장자리에
국화를 심어놨더니
노랑 빛깔의 화사함을 선물 받는 기분이었다.

초가을을 멋지게 장식했던 코스모스가 피어 있던 그 자리에
코스모스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국화꽃이 바톤 텃치 한듯...
만추의 계절을 참 아름답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채소 한포기 덜 먹더라도
내년에는 더 많은 국화꽃을 텃밭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니
벌써 부터 마음속에서는

겨울을 껑충 뛰어서 봄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잘 키워놓은 국화꽃 한포기가

이렇게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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