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금정산 숲속 둘레길에서

nami2 2023. 4. 5. 22:01

며칠동안 불어대던 거센바람으로 인해서
살짝 왔다가 속절없이 떠나버린 벚꽃을 아쉬워하기도 전에
하루종일도 부족했던지,

늦은 밤 까지 계속해서 봄비는 내리고 있었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다른 봄꽃들 마져 꽃잎을 떨구게 하는 것을 보니  

휑해지는 마음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파트 뜰앞에서 피고 있는 라일락은

향기도 내뿜지 못한채, 비를 흠뻑 맞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애처롭다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비내리는 봄날이었다.

지난번에 다녀왔던 금정산 숲속둘레길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그때 들려왔던 예쁜 새소리와 맑은 공기에 어우러진 숲길에서의

진달래꽃들을 다시한번 눈여겨 보니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마음속의  화사함은... 이것이 봄날이었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종일 비에 젖은 라일락은 꽃향기를 내뿜지도 못하면서  

후줄근한 모습이 애처롭다는 생각을 해봤다.
벚꽃이 사라져버리니까, 라일락이 그 쓸쓸함을 해소시키려는지
그래서 더 반갑기만 했으나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금정산 숲속 둘레길의 시작은  진달래 꽃길이 되는듯...
봄날이 참  아름다웠던,  지난 3월 중순의 산행이었다.

 

숲속 둘레길은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으로 가는 길과 

장군봉과 계명봉으로 가는 길의 갈림길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이맘때는 진달래꽃과 노란 생강나무꽃이 눈에 띌만한데

아무리 눈을 크게 떠봐도 생강나무꽃은 보이지 않았다.

 

금정산 숲속둘레길의 이정표를 따라 숲길을 걸었다.

 

푸짐하게 군락을 이룬 '현호색'이 반겨주었다.

 

야생화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적막한 숲길은

쓸쓸했어도 걷는 즐거움이 괜찮았다.

그래도 가끔씩 보여지는 야생화의 만남은 또하나의 즐거움이 되는듯 했다.

 

진달래꽃이 제법 화사하게 핀 숲길은

사진 찍는 것이 바빠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올해의 진달래 산행은 지난해는 금정산 상계봉쪽이었고

이번에는 금정산 계명봉 뒷쪽이었다.

 

이렇게 호젓한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걸어볼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왜냐하면

숲이 우거졌을때의 두려움은 벌레와 징그러움의 그것 '거시기'...

그런 것들을 만나지 않는 이른 봄의 숲길 산행은

일년 중 가장 큰 즐거움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이어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숲길이었으나

곳곳에서 보여지는 작은 야생화들은 활력소가 되어서

피로감도 잊게 해주는 것 같았다. 

 

                               양지꽃

 

금정산 숲속둘레길의 이정표는 곳곳에 있었는데
유난히 야생화가 많았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바위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듯한

앙증맞은 제비꽃이 귀엽기만 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예쁜 색깔의 제비꽃이라고 생각했다.

은은한 보라빛이 눈이 부시다는 생각도 해봤다.

 

평소에 제비꽃을 진짜 좋아했다.

그래서 잎사귀 구분으로 이름이 어떠하건 말건

통털어서 '예쁜 제비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돌틈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제비꽃

 

산행은 거의 끝이나는 것 같았다.

숲속둘레길이라는 커다란 이정표는 사라진듯...

사방팔방으로 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

내가 가는 집으로 가는 방향은  경동아파트 쪽이었다.

 

숲속의 오두막 같은 예쁜 집이 길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담 너머로 보여지는 풍경은 우선 작은 텃밭이 있었고

이런 저런 과수나무들도 보였으며

봄날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 처럼, 벚나무에 화사한 벚꽃이 피어 있었다.

 

이날의 걸음수는 18,900보였고
산행시간은 4시간 20분
발바닥은 거의 감각이 마비된듯...

왜냐하면 평발이라는 문제점이 있었기때문이다.

 

산목련이 예쁘게 핀 갈림길에 서니까 마음은 편안했으나

새끼 발가락이 자꾸만 부담을 주었다.

어린 녀석이 등산화 속에서 4시간을 넘게 버티었다는 것으로

무언의 항의를 하는 것 같았으나 물집은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저런 야생화를 만났으며

호젓한 숲길을 맘껏 걸어봤다는 것에 큰 즐거움이 있었음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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