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등대가 있는 겨울바다 풍경

nami2 2023. 1. 9. 22:19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에 위치한 임랑해수욕장
이곳에서 부터, 기장군청 까지는 부산의 갈맷길 1코스 1구간이다.

 

갈맷길 인증 스템프를 찍기위해 시작된 발걸음이 아닌
겨울바다를 즐기면서 그냥 혼자 걷다보니
기왕 시작된 걸음이었기에 '10,000보'를 채워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보!!  도대체 만보가 무엇인지?

 

아스팔트 위로 만보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면서도
갈매기 소리 벗하며  혼자 걷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발걸음은...
임랑해수욕장이 있는 임랑마을 부터 시작하여, 문동마을, 문중마을

칠암마을, 신평마을,동백마을, 온정마을 까지  7개 마을을 지나쳤다.

 

그러면서 만나게 된 등대들의 개성있는 배경과 생김새 때문에
지루한줄 모른채  걷고,  사진찍고, 주변 참견하고...
그덕분에 이럭저럭 만보라는 발걸음과의 약속 때문에
갈맷길 1코스 1구간 절반 정도 걸었다는 인증 스템프를  

마음으로 꽝 꽝 찍고나서  홀가분하게 버스를 탔던 날이었다.

처음에 만난 등대는 문동마을과 문중마을의 중간 지점에 있는 등대였다.

등대 주변으로 놓여진  '테트라포드'가 멋지게 보여졌다.

 

테트라포드는

파도나 해일을 막기위해 방파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블록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네발동물' 또는 탁자나 의자의 '네다리'를 뜻한다는데

뿔 모양을 한 네개의 다리가 서로 엇갈리는방식으로 놓여진다고 했다.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보는 짓도
이곳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한척의 고깃배가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많은 태풍의 위협 때문에
방파제와 등대 주변은 철저하게 성을 쌓은듯 보여졌다.

테트라포드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여름날 태풍의 위력을 잊지 못한다.

 

갈매기들 따로 ,물닭 따로
그들만의 세계에도 법칙이 있는것 같았다.
여유롭게 놀고 있는 까만 물닭들이 예뻐보였다.

칠암마을의 붕장어 등대가 눈에 띄였다.
붕장어 마을이니까  상징적인 붕장어가

서로 얽혀  하늘로 오르는 모습 처럼 보여졌다.

떠오르는 붉은 태양과 갈매기를 상징하는 등대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이색적으로 생긴 하얀 등대 주변의 방파제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보여졌다.
저곳으로 가서  합류할 것인가, 말것인가 생각해봤다.

어차피 해안가 구경도 하면서, 시간 소비하며 걷는 발걸음이니까...

이곳 기웃, 저곳 기웃도 즐거움이 된다.

 

갈매기들 세상인듯...

겨울철새인 흰갈매기들이 이곳에 모두 모인 것 같았다.

 

하얀 갈매기와 빨간등대는 봐줄만하게 멋졌다.

그나름의 멋진 풍경에는 수평선을 중심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코발트빛이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노란등대가 물에 비쳐진 모습도 괜찮아 보였다.

 

야구 배트와 글러브 모양으로
2010년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는 하얀 야구등대이다.

칠암마을의 붕장어 말리는 모습도  추운 겨울날에 볼만한 풍경이다.

겨울 해풍에 말려야  맛있게 건조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저곳 어촌 마을을 돌아 다니다보니
무언가를 열심히 하시는 분을 만났다.
해녀분이신데

바다에서 따온 '말똥성게' 껍질을 까서 깨끗하게 씻고 계셨다.

말똥성게는 이곳 기장 주변에서는 '앙장구'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앙장구 비빔밥은 보통 20,000~30,000원 하는 고급 비빔밥인데

성게보다는 조금 더 고소하고, 맛이 있는데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시장에서 사먹을때는 작은 접시에 10,000원인데
꽤 비싸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자주 사먹지는 못한다.

 

그런데 겨울바다에 들어가서 말똥성게 채취 후
이렇게  차거운 물에 손을 넣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비싸다는 소리가 쏙 들어갈 것 같았다.
차거운 바닷물속에서  7번 정도의 여러차례 작업을 거친 후

입으로 들어갈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구경한 값으로 한웅큼을 입속에 넣어주셨는데  

요즘 제철이라고 하는 '말똥성게'가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신평마을의 등대

팔각정 사이로 보여지는 등대도 괜찮았다.

신평마을 소공원에서 바라본 바다
멀리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가물가물이다.

동백마을의 등대앞 까지 걷다보니
따끈한 커피 생각도 났고, 다리도 약간 뻐근했다.
그러나 아직 8700보, 만보를 채우기 위해서는 
온정마을 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먼 바다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위한 등대는
왼쪽은 빨강색이고, 오른쪽에는 하얀색 등대가

뱃길을 안전하게  비춰준다고 했다.

밤이되면  빨간등대는 빨강 불빛을 비추며
오른쪽은 위험하니, 왼쪽으로 입항하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하며

밤이되면 하얀 등대는 녹색 불빛을 비추며  왼쪽에는  암초가 있으니
안전한 오른쪽으로 입항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느 곳의 어느 바다에 있는 등대는

빨간등대와 하얀등대가 짝을 이루고 있는 이유를 이제서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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