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5000원으로 만든 겨울 밥도둑

nami2 2022. 1. 13. 21:38

다른 지방에 비하면, 한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곳 동해남부지방의 해안가 주변은

한파 만큼이나 추운날이 어제 이어서 오늘도 하루종일 영하(-3도)의 날씨였다.

그래도 약간 더운 것 보다는 입버릇 처럼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날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 ,괜한 신바람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걷기운동을 했다.

양식 미역을 거둬들이는 해안가도 기웃거려보고, 청둥오리들이 헤엄치는 실개천도 걸어보고...

그렇게 걷다보니 어시장으로 유명한 기장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통시장으로는 부산 시내에서도 전철을 타고 갈 정도의 풍성한 기장시장에서 눈에 띈 것은

미역과 물김, 파래, 매생이, 톳, 몰... 등등 이었다.

매생이와 톳과 몰은 내 입맛에는 별로였기에 '미역(3000원)'과 김과 파래가 섞인 '파래김(2000원)'를 5000원에 샀다.

물미역은 요즘 한창 쏟아져 나오면서, 맛있는 쫄쫄이 미역이라고 써붙여놨고

파래김은 워낙 잘먹는 밑반찬이라서 마침 밑반찬이 떨어졌기에 사왔다. 

 

물김과 파래가 섞인 파래김 밑반찬은 밥맛 없을때 먹으면 확실한 밥도둑이지만

파래를 씻는 것이 번거로워서 파래를 사올때마다 부담스럽긴 했다.

 

우선 파래김에 굵은 소금을 뿌린후 손으로 바락바락 치댔다.

바닷가 갯바위에서 채취를 하는 파래김은 잘못 씻으면 불순물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바락바락 김파래를 치대면 이런 물이 나온다.

불순물인지 뭔지는 몰라도

깨끗하게 씻어서 끓는 물에, 데치지 않고 먹는 해초였기에 씻는 것에 신경을 썼다.

 

물을 부어서 이런식으로 세번 정도 휑굼을 하면, 여러가지 불순물이 떨어져 나간다.

완전 눈꼽만한 조개도 나오고, 모래도 떨어져 나가고....

그렇게 한 후 소쿠리에 받쳐서 물기를 빼놓는다.

 

이번에는 미역을 씻어야 했다.

사람들은 끓는물에 그냥 데치는 것이니까, 대충 씻어도 된다고 하지만

기장 미역은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치대서 깨끗이 씻은후  끓는 물에  데치면 쫄깃거리고 맛있다고 했다.

 

이곳 바닷가 사람들은 이렇게 깨끗이 씻은후, 미역향기가 있는 날미역을 맛있게 초장 찍어서 먹는다는데

나같은 경우는 미역 알레르기가 있어서, 꼭 끓은 물에 파랗게 데쳐서 먹어야 배앓이를 하지 않는다.

 

굵은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치대서, 세번 정도를 휑궈낸다.

 

깨끗히 씻은 미역을  그냥 초장을 찍어서 먹으면, 자연 그대로의 미역이 더 맛있다고들 한다지만

민감한 뱃속의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우리집에서는 미역을 꼭 데쳐먹는다.

 

요즘은 미역귀도 인기가 있다.

항암에 좋다고 해서 미역귀를 떼어낸후 따로 판매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은 미역귀가 덜 성장한듯, 떼어낸 미역귀가 몇개 되지 않았다.

 

파랗게 데친 미역을 휑구면서 먹어봤더니, 정말 쫄깃거리며 맛이 있었다.

초장을 넣고 밥을 싸먹어도 밥도둑이 될 것 같았다.

 

파래김 무침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우선 무우채를 썰어넣고 깔끔하게 무쳐먹는 김파래 무침이다.

 

재료는: 무우채, 양파채, 땡초, 대파, 다진마늘, 멸치액젓, 매실액기스, 식초, 참기름, 통깨...

 

무우채 등등  양념이 준비된 것에 파래김를 넣고 조물조물 무치다가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통깨를 넣고 마무리 하면 되는데

이렇게 하는 파래무침은 샐러드 처럼 짜면 안되니까, 싱겁게 간을 맞춰야 한다.

식초의 새콤, 매실액기스의 달콤, 맑은 멸치액젓의 짭짤함이 잘 조화된 밑반찬이다.

 

이렇게 만드는 '무우 파래무침'은 금방 먹어야 맛이 있다.

왜냐하면 "파래김"이었기에 

반찬을 만든 후, 하루가 지나면 '물김'에서 붉은 물이 빠져나온다는 것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또하나의 밑반찬은 '파래김 무침'이다.

재료는: 땡초, 대파나 쪽파, 다진마늘, 고추가루, 멸치액젓, 식초, 매실액기스 참기름 통깨

 

양념 재료들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후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통깨를 넣으면 되는데

고추가루를 넣는 것이 또다른 맛이 된다.

 

조물 조물 무친후, 일주일 동안  먹어도 괜찮은 밑반찬이 된다.

 

파래김 무침"은 밥먹을때, 꼭 식탁에 있어야 할 만큼, 밥도둑 역활을 해준다.

새콤, 달콤, 적당하게 짭짤함이  팥죽, 누룽지, 국수, 밥, 떡국에도 잘어울리는 밑반찬이다.

 

파랗게 데친 미역과 미역귀는 쫄깃함이 있어서 맛이 있었고, 부드럽다는 것에 만족을 했다.

미역을 넓게 펼쳐서 밥을 싸먹으니까, 외출 나갔던 입맛이 다시 돌아온듯 했다.

 

미역귀는 

12종의 미네랄과 15종의 아미노산, 9종의 불포화지방산 등

미끈거리는 점액질인 알긴산과 후코이단 등이 풍부하여, 암예방과 혈관건강 개선

면역력 증강 등에 도움을 주는 인체에 이로운 식품중에 하나라고 한다.

 

미역귀의 후코이단이란

거친 바다에서 자라는 미역이 파도와 햇빝에 여린 잎을 방어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액질을 뜻한다고 하는데

미역귀는 끓은 물에 데쳐서 곧바로 먹지 않으면, 코 같은 것이 미끌거려서 먹을때 애로사항이 생긴다.

그래도 몸에 좋다고 하니까 버릴수는 없어서 억지로라도 먹게된다.

 

끓는물에 파랗게 데친 싱싱한 미역이 있다보니, 접시가 더욱 먹음직스러워졌다.

매일 아침 영양식 처럼 억지로 먹는 브로컬리와 파프리카에

어제 부터는 젯상에 올렸던 문어를 곁들여서 먹게 되었고, 오늘은 물미역이 또다른 맛으로 입맛을 자극해주었다.

혼밥은 늘 입맛을 곤란하게 했었는데

이제부터 1~2월 까지는 물미역이 밥도둑 역활을 해줄 것 같아서 당분간은 밥을 잘 먹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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