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대보름 날의 묵은나물 먹기

nami2 2022. 2. 15. 21:36

긴 겨울 가뭄에 비소식이 있어서 눈빠지게 기다렸더니, 하늘에서 빗방울이란 것이 떨어지긴 했었다.

겨우 흙먼지 날리는 것을 잠재울 만큼이라는 것이 어이없었지만

그것도 겨울비 내렸다고....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사진속의 아파트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독립되어 있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인데

거실에서 창문으로 내다보니, 하얗게 꽃이 핀 나무들이 제법 예쁘게 보여져서 일부러 가보았다.

산비탈 매실농장 주변은 이렇듯 완전한 봄이 되었건만, 내일은 영하 7도라는 예보가 있었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는 이런저런 풍습으로 참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그러려니 마음으로 옛일을 기억 할 뿐인데....

그래도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정월대보름 풍습을 이어가게 한다는 것이 고마웠다.

 

어차피 사다놓은 부럼세트였기에, 아침에 눈뜨자마자 땅콩을 깨물고, 호두를 깨서 먹었다.

그리고는 귀밝이술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 혼자 북치고 장구를 치는 흉내를 내봤다.

부모님이 계셨던 시절, 정월대보름날 아침이 또하나의 큰 추억이 되었음을 씁쓸함으로 위로를 해본다.

 

일년 내내, 잡곡밥을 먹고 살아서  특별하게 오곡밥을 먹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혼자서라도 정월대보름날의 풍습을 잊고싶지 않아서  맛있는 밥을 해봤다.

 

평소에는 보리쌀, 쌀, 흑미, 현미를 섞어서 밥을 해먹는데

오늘 만큼은

찹쌀, 흑미, 수수, 쌀, 찰현미, 땅콩, 은행, 서리태, 강낭콩을 넣고 밥을 했다.

 

대보름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시장을 보지않고, 냉동실 비우기를 했다.

지난해 5월에 사다놓은 죽순을 냉동실에서 꺼내서 해동을 시켰다.

 

텃밭에서 농사지은 호박과 가지 말린 것을  냉동실에서 꺼내서 물에 불렸다.

덕분에 복잡해졌던 냉동실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죽순나물, 말린가지나물, 말린 호박나물....

보름날에 먹으려고 준비해놨던 것들이기에 귀찮아도 나물을 만들어야 했다.

 

말린 호박고지를 30분 정도 물에 불려서 먹기좋게 썰었다.

 

국간장과 들기름, 마늘을 넣고 밑간을 한 후 식용유를  조금 넣고 볶았다.

 

30분 정도 물에 불려서 밑간을 한후 볶았더니, 아삭 아삭 식감이 좋았다.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마무리....

말린 호박고지 나물은 보름나물 중에서 죽순나물과 함께  가장 좋아 하는 나물이다.

 

보름에 먹을 수 있는 묵은 나물을 만들기위해 필요한 양념들이다.

국간장과 들기름과 마늘 갈은 것, 썰어놓은 대파로 밑간하고, 포도씨유로 볶고나서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 하면 된다.

 

죽순나물을 먹기좋게 찢어서 밑간을 한후, 볶는다

그리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 하면  맛있는 죽순나물이 된다.

 

말린가지나물도 역시 같은 순서로 밑간하고 , 식용유로 볶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

농사지은 것이니까 묵은나물 종류로 들어갔다.

 

반찬 만드는 것은

평소에 취미생활이 된 것 처럼 그냥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본다.

일년 중 이때 아니면 묵은나물을 먹을 수 없었기에, 냉동실 비우기를 했더니 제법 종류가 많았다.

 

텃밭에서 키워서 말려놓은, 산나물 모듬(쑥부쟁이, 취나물, 부지깽이나물)

고구마줄기, 무우시래기 , 아주까리 나물이 맛있는 묵은나물로 변신을 했다.

 

혼밥이라는 것이

늘 입맛을  없게해서  밥 먹는다는 것이, 끼니 때마다 시큰둥 했는데

좋아하는 묵은나물을 '대보름날'이라는  덕분에 오곡밥과 함께  한끼만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시명절의 하나인 정월 대보름날에

오곡밥과 묵은나물을 먹으면 그 해에 더위를 타지않고, 액운이 사라져서 복(福)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세계적인 큰 액운인 코로나가 제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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